[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양길현 교수/제주대학교 윤리교육과에서 정치학을 가르치고 있고 제주담론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에서 정권교체가 왜 필요한지 실감나는 요즘이다, 이명박 정부 때 사라졌던 총장 직선제가 문재인 정부 들어서면서 제주대 총장 선거가 부활하고 있기 때문이다. 총장 간선제는 기실 국립대 총장 임면을 교육부가 장악하려 했던 이명박 정부의 꼼수였는데, 이번에 총장 직선제로 제자리를 찾아가는 건 비정상의 정상화 중의 하나로 박수를 받을 만하다.

그럼에도 새삼스레 여기서 왜 총장 직선제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가능한 한 포용적이어야 한다는 게 상식이다. 여기서 포용적이란 관련 이해당사자의 참여를 최대한 보장해 주는 것을 뜻한다. 주지하다시피 대표적으로 옛날에는 여성에게 선거권이 주어지지 않았지만, 지금에는 민주적 선거의 포용성 확장으로 인해 여성에게 선거권을 주는 건 상식에 속한다.

지난날 대학총장 선거에서 교수와 직원에게만 투표권이 주어졌었다. 뿐만 아니라 대학평의회에도 교수와 직원은 들어와 있지만, 학생에게는 참여가 봉쇄되어 있었다. 필자가 제주대 교수회장 시 총장 직선제 폐지에 항의 하여 중도 사퇴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해서든 학생들의 평의회 참여를 허용해 주고 싶었는데, 돌이켜 생각해 보면 더 강하게 밀어붙이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2017년 제주대 총장 선출방식과 관련하여 학생들로 투표권을 주자는 원론에는 동의가 이루어진 모양이다. 문제는 그 참여 비율을 2%냐, 4%냐, 8%냐로 교수와 학생들 간에 의견 조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여전히 샅바 싸움을 하고 있는 게 형국이다. 이와 관련 적어도 두 가지 측면에서 교수와 학생 양쪽에 대해 무언가의 아쉬움을 전하고 싶다.

우선, 교수부터 기득권 허물기에 나설 필요가 있다. 상식적으로 볼 때 참여비율을 직원에게는 13%로 주면서 학생들에게는 2%를 운위하는 건 너무 쩨쩨하다. 틈만 나면 제주대의 주인은 학생이라고 떠들어대는 것과는 너무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학생에게도 직원과 동등한 수준의 참여 비율을 주는 게, ‘대학의 주인은 학생이다’에 더 어울리는 게 아닐까. 누가 총장이 되는 데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 집단 가운데 하나가 바로 등록금 내고 다니는 학생이라는 걸 인정한다면, 더욱 그렇다. 학생과 직원을 동급으로 대우하면 안 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이번 제주대 총장선거 참여비율 협상과 관련 학생들의 태도도 그다지 민주적이지는 않다. 8% 비율만을 고수하면서 이를 수용하지 않는다고 협상 테이블에서 나와 버리는 건 결코 민주적 행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왜 8%의 비율 참여인지를 설득력 있게 주장하지도 못한 듯하다. 협상은 그렇게 숫자 놀음하는 게 아니라 보기에, 오히려 학생들의 위상과 권리를 직원처럼 해 달라고 접근하는 게 더 좋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그래서 앞으로 제주대 총장 선거 참여비율을 원점에서 직원과 학생을 동등하게 대우하는 쪽으로, 예를 들면 그냥 쿨하게 이번에는 각각 10%씩 주는 건 어떤지?

그동안 우리는 대학의 주인을 주로 교수와 직원 그리고 학생에게 한정해 왔다. 그러나 이 번 기회에 그렇게 많은 권한을 부여받은 교수들이 과연 얼마나 대학의 발전에 기여해 왔는지, 성찰과 다짐을 재확인해야 할 때이다. 이명박 정부 때 간선제 도입에 교수 다수가 찬성 투표를 한 것에 대해서 아무런 사과나 미안해함이 없이, 여전히 80% 이상의 비율을 교수가 갖고 간다는 건, 기득권에 기댄 전형적인 무임승차적 행태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번에는 조교에게도 2%이기는 하지만 참여를 허용해 준 건 발전적이라 높이 평가 받을 만하다. 그러나 이왕 조교가 대학 운영의 중요한 축을 구성하는 바를 인정하고 있고, 그래서 앞으로 제주대 총장의 선출에 참여할 기회를 주기로 하는 것이라면, 이 경우도 2%와 같은 숫자 놀음이 아니라 직원과 학생 참여 비율의 반으로 하는 통 큰 접근이 요청된다. 예를 들어 직원과 학생이 10%라면, 조교에게는 5%를 주는 것이다.

필자가 교수회장 때 조교협의회 구성을 마련해 주려고 했지만, 잘 안되었다. 그 이유가 조교들이 따로 무언가 대학 발전을 위해서 적극 나서는 데 대한 소수집단으로서의 주저함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조교는 소수자 존중이라는 다수결 민주주의의 중요한 전제의 차원에서 접근하고 배려할 사안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대학사회에 조교 못지않게 소수자로서 대우를 제대로 못 받는 집단이, 비정년 교수들을 포함한 시간강사이다. 그래서 이번에 제주대가 진정으로 포용적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데에 총장 직선제로 나아가는 또 하나의 의미를 둔다면, 제주대 시간강사에게도 그에 상응하는, 예를 들면 직원과 학생의 참여 비율의 반을 주는 전향적인 전환은 어떤가? 주지하다시피 시간강사는 거의 대부분이 박사를 받아서 나름 전문성과 실력을 갖춘 현재와 미래의 대학사회 일꾼이다. 그런데도 모든 대학 일정에는 소외되어 있다. 약간 운이 따르지 않아서, 아니면 어떤 다른 이유로 정교수가 되지 못했다는 이유로 세상에 이런 찬밥이 없다.

그러나 필자는 적어도 총장 직선제 도입 즈음에서, 총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영향을 받는 시간강사에게도 그들 나름의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비로소 소수자 집단으로서의 시간강사의 설 자리가 마련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니 총장 선거에의 일정한 참여는 시간강사의 권익을 조금이나마 보장해 주는 데 도움이 되는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 중의 하나이다. 학교재정 운용상 모든 시간강사를 다 정교수로 임용할 수 없음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문제는 시간강사에 대한 처우 개선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대학 총장 선출 과정에서 어떻게 공론화 할 것인가이다. 그 첫출발이 바로 총장 선출 과정에 참여할 몫을 확보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고 본다.

숫자 놀음 하지 말이야 함에도, 그래도 위에서 얘기한 것을 깔끔하게 숫자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그 이유와 배경이 어떻든 지난날 다수가 총장 간선제를 지지한 바 있었던 제주대 교수들이 속죄와 반성의 뜻으로, 학생과 조교 그리고 시간강사들에게 더 많은 참여 비율을 허용할 때, 제주대 교수사회가 살고, 제주대의 미래가 열린다고 본다. 그래서 제주대 총장 참여비율을 최소로 잡아도 직원 10%, 학생 10%, 조교 5%. 시간강사 5%로 해야 하지 않나 제언을 해 본다. 그래도 교수는 70%나 된다. 이 얼마나 멋진 포용적 민주주의의 실현인가! 제주대의 살 길 찾기가 여기서부터 시작할 것 같아 보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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