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백승주 박사/ 서귀포시 대정읍 출신으로 재경 대정포럼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고려대 지방자치법학연구회장과 C&C국토개발행정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최근 일자리 창출과 빈부격차가 심화되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 파장 또한 전혀 간단치 않을 것이고 예측을 불허하고 있다.

관련하여 현재 중앙정부는 물론 각 지방정부차원에서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워 미래 인구정책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수 있는 요인을 찾아내어 정책적 조율을 통해 이를 최소화시켜 나가기 위한 전략적 접근을 시도 하고 있다. 즉, 재정기금을 통한 복지 또는 투자를 통한 일자리 창출 등의 수단을 강구하는데 열중하고 있다.

특히 그 주체가 중앙부이든 지방정부이든 불문하고 각자의 실정을 감안하여 저 출산 또는 고령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들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제주의 경우도 최근 청년층과 고령층을 위하여 시청사 부지 내의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하여 공급하려는 정책추진입장 표명을 통하여 청년층과 고령층을 위한 의도적인 관심 표명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 물론 그에 대한 철저한 공론화를 무시하고 행정 일방적으로 밀어 붙이고 있는 형국이지만 그렇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왜 이처럼 인구문제로 해마다 골머리를 앓아야 하는가? 여러 가지 이유가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다. 굳이 인구학자들의 진언을 빌리면, 대체로 그간 정부가 저 출산 문제나 고령화 문제를 주도면밀하게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음으로써 야기된 현재의 인구학적 불확실 상황이 주된 이유 중 하나라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연혁적으로 살펴보면, 정부는 1983년 이후 이미 출산율이 2명으로 떨어지는 징후가 뚜렷했었음에도 특별한 액션을 취하지 않은 채 계속 속수무책으로 일관했다. 1996년에 합계출산율이 1.6명으로 떨어졌음에도 정부는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1996년을 끝으로 가족계획을 중단시켰다. 2005년에는 저 출산·고령사회법을 마련하고 대통령 직속 하에 저 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두었을 때에는 이미 합계출산율이 1.08명까지 떨어진 터였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격이었다.

2015년 말에 3차 저 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이 발표됐다. 그러나 내용적으로는 출산율 자체만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이었다. 청년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한 선순환 대책은 미약 그 자체였다.

이처럼 역대정부는 인구정책과 관련하여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그 주된 이유는 정책기조 자체가 복지 프레임에 갇혀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하는 추측해 볼 수 있다. 단기처방전 제시에 급급했음은 물론이다.

특히 청년들에게 절대 절명의 근본문제로 인식 되는 것, 즉‘청년들이 아이 낳지 않는 것이 인생의 남는 장사’라는 것을 확실하게 풀어줄 해법은 크게 주목되지 못했다. 즉, 투자 강화를 통한 일자리 확대전략은 크게 드러나 있지 않았다. 오히려 미약하기 짝이 없었다.

일반적으로 자본주의 경제 질서 하에서 복지정책은‘기본적으로 인구가 늘거나 줄지 않고 일정하게 유지 된다’는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에 가장 이상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래야 재정수입과 지출이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해당 복지정책이 순기능을 발휘하게 된다는 것과 같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복지정책은 이런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사실 저 출산정책이 본격 추진된 시점은 노무현 정부 때다. 그렇지만 그 정책에 내재된 문제들은 한둘이 아니었다. 저 출산정책을 복지영역으로 편입한 것이 오류라는 평가이다. 이는 복지국가의 롤 모델인 스웨덴과 마찬가지로 보육 복지가 없기 때문에 저 출산 문제가 커지는 것으로 보는 오류를 범했던 것이다. 그런데 당시 스웨덴과 우리나라는 복지국가 토양이나 인구구조 자체가 완전히 달랐다. 이점을 무시했다. 스웨덴처럼 인구변동이 적고 인구 구성이 일정한 나라에서는 청년문제를 복지문제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그렇지 못한 우리나라의 경우 원초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

최근 제주도지사가 청년들의 감성에 호소하는 것과 같은 저 출산 대책은 1970년대의‘둘만 낳기 캠페인’을 반복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 때는 그런 캠페인에 먹혔을지 몰라도, 지금은 아니다. 왜냐하면 지금은 국가는 아이가 없으면 안 되지만 개인은 아이가 없는 편이 이득이 된다는 청년들의 인생관이 일반화된 세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와 청년들과의 이해가 상충(相衝)할 때 당근 한 뿌리(시청사부지 내 공공임대주책 한 채)를 주면서 개인에게 먼저 희생을 감내하라고 우격다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매우 약하다. 그보다는 국가 또는 지방정부가 먼저 청년들 위한 일자리를 만들어 안정적 생황을 보장함이 우선함이 상책일 것이다. 투자를 유인하여 아이 낳고 키우기 쉬운 공동체를 만들어 내는데 행정력을 집중하는 것 말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제주도정은 청년주거복지보장 명분을 내세워 ‘시민복지타운 시청사 부지’를 임대주택 건설부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우격다짐으로 발표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그가 “금싸라기 공유지를 어떻게 쓸 것이냐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금싸라기 공유지일수록 청년 등에게 우선권이 가야 한다”며 청년복지 차원에서 임대주택 건설의 당위성을 강조했으나 단기적 처방전이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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