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김용훈/ 해맑은동물병원 원장, 한라대학교방사선과 겸임교수, 제주시 공수의사

몇 일전에 말복이 지났다. 많은 개들의 운명이 갈리는 초복, 중복, 말복이 지난 셈이다. 개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을 것이다. 그 한숨을 떠올리면서, 개고기에 대한 수의사로서의 생각을 전하고자 한다.

필자가 수의사면허증을 취득하고 일본에 유학 갔을 때의 일이다. 일본 친구들이 제일 많이 나에게 물어보는 것이, “김 선생님도 개고기를 먹어 봤는냐?”이다. 그 때마다, 곤혹스럽지만 최대한 그 친구들에게 오해가 없도록 설명하려고 애쓴 기억이 난다.

“예전에는 모자란 육류(단백질)의 공급원 혹은 민간요법의 약으로서 식용되어 왔지만, 지금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선택한다고, 물론 나는 먹어 본 적이 없다고.”

물론, 개고기를 먹고 안 먹고는 전적으로 개인의 자유이다. “소, 돼지, 닭, 오리 등은 먹으면서 왜 개고기만 갖고 그러느냐?” 하는 사람도 분명 많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하나 있다. 우리가 식용으로 사육하는 가축인 소, 돼지 등은 철저하게 사육과정과 도축과정, 그리고 식탁에 오르기까지 많은 단계에 걸쳐 위생적인 과정과 사람이 섭취해도 되는지 전문적인 수의사를 비롯한 많은 인력들의 검증과정을 걸치게 된다. 동물에서 사람으로 옮길 수 있는 인수공통전염병의 유무와 고기 중에 항생제 잔류와 같은 검사 등을 통과해야만 비로소 우리가 먹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개의 도축과정과 유통을 들여다보면, 개는 정부에서 가축으로 인정하지 않은 동물이기 때문에 위생적 사육과 도축과정 자체가 없다. 즉, 비위생적인 사육환경에서 자라서 어떠한 위생적 절차도 걸치지 않고 불법으로 도축된 개고기 안에 어떤 세균이나 기생충이 있는지. 무분별한 항생제 남용으로 개고기에 항생제 잔류는 어떻게 되는지 전혀 모르면서 먹게 되는 것이다.

개고기를 먹는 것은 자유지만 위에 언급된 여러 불편한 문제점들을 무시하면서 까지 꼭 먹어야 하나 싶다.

세상의 그 많은 동물에서 개만큼 사람과 교감(交感)을 이루는 동물은 흔치 않다. 수백 킬로 떨어진 옛 주인의 집을 찾아가는 진도견의 사연을 보더라도 웬만한 사람보다 못지않다고 생각한다. 이름부터 정겨운 발바리, 누렁이를 비롯하여 수많은 외래견종들도 우리 주위에 수많은 가정에서 그 나름대로의 역할을 다하며 지내고 있다.

단순히 집을 지키는 역할만이 아니라 인간의 고독감을 달래거나 아이들의 절친한 놀이 친구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한 줄기 빛도 없는 세상에서 우리의 눈이 되어주는 맹인안내견으로, 정신지체 장애우의 정서안정에 치료목적으로 활약하고 있기도 하다. 그 외에도 뛰어난 후각능력으로 지진 등 수많은 재해에로부터 인명을 살리는 일, 공항이나 항만 등에서 마약을 비롯한 유해 물질을 찾는 일 등에서 보듯이, 개는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있을 뿐, 여러 분야에서 자기를 희생하면서 인간과 더불어 훌륭하게 자신의 역할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동물이 세상에 또 있을까?

필자는 직업 특성상 늘 개들과 부딪히면서 지낸다. 흔히 사람들은 자식의 행동거지를 보면 그 부모를 안다고 한다. 나 또한 동물병원에 오는 개의 행동을 보면 웬만큼은 보호자(개주인)의 성격을 알 수 있다. 신기하지 않는가? 그만큼 개는 자기 주인만을 보며 모든 판단을 하고 주인을 따르고 있다는 증거이다. 주인에게 받은 사랑만큼은 반드시, 그 이상의 충성심과 믿음으로 주인을 따른다. 이것이 사람과 가장 다른 것이라 감히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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