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설 탐라공인노무사 대표

공무원이나 교사·군인의 경우 통상적 출퇴근 사고는 이미 업무상재해로 인정받고 있다. 반면 현행 산재보험법은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에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만을 산재로 인정한다. 헌법재판소는 2016년 9월 “합리적 이유 없이 자가용과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노동자를 차별하고 있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 헌법상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는 판단이다.

2016년 6월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통상적인 경로·방법으로 출퇴근하던 중 발생하는 모든 사고를 업무상재해로 인정하는 내용의 산재보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는 것은 시간문제다. 출퇴근 사고에 대한 산재인정범위가 대폭 확대되면 손해배상청구권과 민사배상청구권이 경합할 수 있다. 출퇴근 중 발생한 교통사고의 가해자가 있는 경우, 재해근로자는 선택적으로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상청구권을 행사하거나, 가해자가 가입한 자동차보험회사에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하에서는 선택적으로 산재보상청구권 또는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 유의할 점을 살펴본다.

Q. 영업사원으로 일하고 있는 갑은 2017년 1월 출장업무를 수행하는 중 을의 차량에 의한 교통사고를 당했다. 초진 진단서에 의하면 최소한 1년 이상의 치료기간이 필요하고, 양쪽 다리를 영구히 사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많다고 한다. 갑은 35세이며 사고 당시 급여는 월 3백만 원이었다. 사고조사 결과 갑이 과실 20%, 을의 과실 80%로 확인되었다. 갑은 현재 가해자 측 자동차 보험회사가 지급보증해 치료받고 있으며, 3차례 수술을 받았다. 가해자 측 보험회사에서는 2017년 7월경에 향후 치료비 및 위자료를 포함한 손해배상액 3억 원을 제시하고 있다. 갑은 처와 3세, 5세의 어린 자식을 부양해야 하는 처지에서 3억 원에 합의하는 것이 너무 불안하다. 더 좋은 해결방안이 없는지 궁금하다.

A. 업무수행 중 발생한 교통사고에 대해 갑은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상청구를 하거나, 가해자측 자동차보험회사에 손해배상청구를 선택적으로 할 수 있다. 사고발생 이후 갑은 치료비만 지급보증 받았을 뿐 자동차보험회사와 피해에 대한 합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2017년 8월)이라도 산재보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산재를 신청해 승인받는 경우 갑은 산재법에 의한 요양급여, 휴업급여, 장해급여, 간병급여 등의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다. 요양급여에는 치료비, 약제비, 간병비 등이 포함된다. 휴업급여는 산업재해로 취업하지 못한 기간에 대해 평균임금의 70%를 지급한다. 갑은 1년 이상의 치료기간이 필요하므로 휴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기간을 1년으로 추정한다. 휴업급여는 입원치료기간뿐만 아니라 통원치료를 받는 경우에도 회사에 출근하지 않는 기간에 대하여는 지급받을 수 있다. 휴업급여는 1일의 평균임금의 70%를 지급하는바, 갑의 1일 평균임금은 10만원으로 가정할 때, 1일 7만원, 1년 2,555만원을 지급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장해급여는 치료종결 시의 장해상태에 따른 1∼14급의 장해등급에 따라 연금 또는 일시금으로 지급된다. 중증장해인 1∼3급에 대하여는 연금이 강제되며, 4∼7급의 경우 연금, 일시금 중 선택할 수 있으며, 8∼14급의 경우 일시금으로만 지급된다. 산재법 시행령에 의하면 ‘두 다리를 영구적으로 완전히 사용하지 못하게 된 사람’은 장해 1급에 해당한다. 갑의 장해등급은 치료종결 이후에 결정되지만, 의료진의 예상대로 향후 영구히 양쪽 다리를 사용하지 못 하는 것으로 가정할 때 장해 1급이 예상된다. 장해 1급의 경우 장해보상연금 평균임금의 329일분, 장해보상일시금 평균임금의 1,474일분을 보상받는다. 장해1급은 연금이 강제되므로 갑은 매월 274만 원 정도를 사망시까지 지급받게 되며, 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해 연금액은 1년 단위로 증액된다. 갑이 받는 장해연금을 일시금으로 환산하면 1억4,740만 원이다.

갑이 장해 1급으로 결정되는 경우 산재법 시행령에 의해 수시 간병급여의 지급대상이 될 수 있다. 수시 간병급여 지급기준 금액은 1일 27,450원이다. 갑은 향후 지속적으로 매월 82만 원 정도의 간병급여를 지급받을 가능성이 있다.

동일한 원인에 대해 산재 및 자동차보험으로 이중보상을 받을 수는 없다. 갑은 상기한 산재보험급여 및 자동차보험회사에서 제시하는 3억 원을 비교해 자신에게 유리하게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물론 자동차보험회사가 제시한 금액에 합의할 의사가 없는 경우 법원에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 금액을 다투어 볼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중증장해가 남는 사고의 경우 산재보험으로 처리하는 것이 유리한 경우가 많다. 자동차보험회사와 합의하는 경우, 합의 당시에 예상치 못한 손해가 발생한 경우 이외에는 합의와 동시에 자동차보험회사에 일체의 청구를 할 수 없다. 반면에 산재의 경우에는 재요양 규정이 있기 때문에 상병이 재발하거나 합병증이 발생하는 등의 경우 산재보험으로 치료 및 보상받을 수 있다. 중증장해 및 사망에 대해 산재보험에만 연금제도가 있는 것도 유의해야 한다. 현재의 이자율로 3억 원을 은행에 예금해도 받을 수 있는 이자는 몇십만 원 수준이다. 반면 산재보상에 의할 경우 갑은 장해급여 및 간병급여로 매월 350만 원 이상을 지급받을 수 있다.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갑이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상청구를 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다. 한편 산재보상은 법률에 규정된 보험급여에 의해서만 지급된다. 예를 들어 상기한 질문에서 다른 조건은 동일하고 갑의 연령이 60세인 경우 산재보상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은 동일하다. 반면에 민사배상액은 사고로 인해 향후 예상되는 수입액의 감소를 반영해 손해액을 산출하기 때문에 동일한 조건에서 나이가 젊을수록 손해액이 많아진다. 다른 조건이 동일한 경우 자동차보험에 의한 손해배상액을 포함한 민사배상액은 60세인 경우보다 35세인 경우에 훨씬 많아진다. 또한 산재보험에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보상이 없는 반면, 자동차배상에서 손해액 산정시 정신적 손해액인 위자료가 포함된다. 쉽게 말해 갑은 우선 산재보험으로 보상을 받은 이후, 산재보험으로 보전 받지 못한 손해에 대해 가해자 측 자동차보험회사에 청구하는 것이 유리하다.

향후 산재보험법 개정으로 출퇴근사고에 대한 산재인정의 범위가 확대되면, 상기한 사례와 같이 산재보상청구 또는 자동차배상청구를 선택적으로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출퇴근사고로 인한 중증장해 혹은 사망의 경우 신중하게 검토해 자신에게 유리한 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사업주의 입장에서는 산재인정의 범위 확대와 관련해 안전교육 실시, 근재보험 또는 단체보험 가입 등 노무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본 칼럼은 제주대안연구공동체(jejuin.org)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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