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소비자와 주민이 혁신을 위해 연구하는 과정이 리빙랩"
벨기에·덴마크·대만 등 세계 리빙랩 사례 발표
서울·포항·성대골 등 국내 사회혁신 성과 알려
 
사회를 혁신하는 새로운 대안은 무엇일까. 지금까지의 연구혁신 활동을 저변부터 바꾸기 위해 사회혁신의 선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가 '2017 제주사회적경제 함께 그리는 사회혁신 일상생활 실험 리빙랩'을 18일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 몬딱가공소에서 개최했다.@김관모 기자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가 '2017 제주사회적경제  함께그리는 사회혁신 일상생활 실험 리빙랩'을 주제로 세미나와 토론회를 18일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 몬딱가공소에서 개최했다.
 
리빙랩이 뭐죠?
 
"마음껏 비비고 삼킬 수 있는 것이 리빙랩입니다. 그동안 R&D는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었고, 연구실은 문이 닫혀있었습니다. 그동안 끝단에 있던 현장과 수요자, 사용자를 R&D의 앞에 두는 것이 리빙랩의 핵심입니다."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리빙랩을 통한 사회혁신: 사회적경제와 만나다'의 발제를 맡은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리빙랩의 의미를 이처럼 설명했다.
 
리빙랩은 과학과 현장·사용자의 혁신을 통합하기 위해 사용자와 수요자 중심의 문제해결형 혁신모델을 말한다. 그동안 R&D나 연구 등 외부기관이 중심이 되어 폐쇄적으로 이뤄지면서 현장과 괴리가 발생했던 점을 정부와 시민, 민간, 이해관계자 등이 함께 협력하는 파트너십으로 풀어나가는 연구혁신을 강조한 것이다. 
 
성지은 연구위원은 "새로운 첨단 기술이 왔을 때 현장에 들어가지 못해 과학기술이 붕 떠있는 경우가 많다"며 "과학기술자 현장활동가가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서 리빙랩 사업이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노무현 정부부터 지역채널이 강조되면서 지자체가 주도하여 지역과 테크노파크가 연계되는 리빙랩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미술관과 박물관, 도서관 등 공공기관에서도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역할을 확대하는 방안으로 확대되고 있다. 
 
성 연구위원은 벨기에의 대용식품과 헬스케어 리빙랩, 대만의 어르신 의료·복지서비스 개발 등 해외사례를 비롯해, 국내에서 리빙랩으로 개발한, 저통증 보급형 인슐린 주사침과, 교통안전장비의 국내 사례를  설명하면서 리빙랩의 역할을 설명했다. 
 
성 연구위원은 "리빙랩은 그동안 연구진이 현장에 들어가기 힘들던 점을 보완하고 경험 공유와 네트워크 구축에 도움이 되고 있다"며 "적용가능한 리빙랩 유형을 발굴하고 추진 매뉴얼 제시, 교육프로그램과 도구 개발 등의 정책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빙랩이 이뤄지는 야간안전장비 사례.@자료제공 과학기술정책연구원
"혁신은 답을 찾는게 아니라 문제를 다루는 방식"
 
'2017 사회혁신X리빙랩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정미나 서울혁신센터 리빙랩 디렉터는 올해 서울혁신파크에서 진행한 리빙랩 사례를 발표했다. 
 
▲정미나 서울혁신센터 리빙랩 디렉터
서울혁신파크는 2015년에 서울시 은평구에 개소해 리빙랩 프로젝트를 도모하는 팀들에게 재정과 컨설팅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올해에는 6개의 리빙랩프로텍트팀과 5개 사회혁신프로젝트팀 등에게 총 5억원 가량의 비용을 지원했다.
 
정미나 디렉터는 "사회혁신을 시작하기 전에 덴마크 등을 돌아다니며 사회혁신과 리빙랩에 대한 정의를 분명히 하고 싶었다"며 "그 결과 사회혁신은 정답이 아니라 풀어나가는 과정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또한 리빙랩은 ▲사용자의 능동적 개입 ▲실제 생활 세계에서의 셋팅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 ▲다양한 방법론적 접근 ▲공동 창조 등의 주요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디렉터는 현재 서울혁신파크에서 활동하는 프로젝트팀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리빙랩의 현황과 과제 등을 전했다.
 
폐직물로 새로운 직물을 만드는 '123컬렉터'의 경우 제작과 유통, 홍보 등을 보완해 실질적인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컨설팅을 진행했으며, 쪽방촌에 드론을 띄워 정밀지도를 만드는 '엔젤스윙'의 경우 주민과의 네트워크가 약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자체와 협력하는 방식을 취하기도 했다. 또한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공존하는 공간과 제품을 만드는 '어라운D' 같은 경우 비흡연자와 흡연자간의 의견차가 커서 조율이 되지 않아, 전문가를 투입해 의견을 수렴하고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정 디렉터는 "전문가는 솔루션을 가지고 있고, 주민이나 사용자는 현장에서 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며 "상대방에게 문제의식과 솔루션을 모두 요구하면 답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서로 만나서 정보와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단순한 운동이 아닌 문화혁신으로"
 
리빙랩이라는 개념을 알기 전부터 자생적으로 이와 같은 활동을 하고 있는 서울시에 있는 마을 이야기도 소개됐다. 김소영 성대골 에너지 전환마을 대표가 나와 에너지전환 운동을 하고 있는 서울시 상도동에 위치한 성대골의 리빙랩 사례를 발표했다. 
▲김소영 성대골 에너지 전환마을 대표

성대골은 지난 2012년 후쿠시마 사태 이후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아이들에게 물려주자'는 철학 아래 에너지절전소, 에너지반상회, 에너지슈퍼마켓, 에너지카 해로 운영 등의 혁신적인 실험들을 하고 있다.

성대골 주민들은 기술과 금융, 교육·홍보 등의 그룹으로 나누어 워크숍과 회의를 통해 에너지 전환을 위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대안을 만들어간다. 

특히 작년부터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공모사업에 선정돼 미니태양광 DIY(소비자가 스스로 만드는 상품)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김소영 대표는 "연세대 교수와 이야기를 하면서 '지금 주민들이 하는게 리빙랩'이라는 말을 듣고 그제서야 인지했었다"며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에너지전환 문화를 정착시키기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리빙랩도 문화혁신을 위한 하나의 도구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대골 에너지전환마을에서 주민들이 워크숍을 여는 모습@사진제공 성대골 에너지전환마을
또한, "지난 7년간 에너지운동을 하면서 성대골의 네트워크 기반이 탄탄했기 때문에 주민들이 중심을 잡고 있어 흔들림없이 해올 수 있었다"며 "리빙랩이지만 굳이 리빙랩이라는 이름을 쓰지 않고 전문가들과 협의해 해오던 일을 계속 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자체의 관심이 리빙랩 성공의 열쇠"
 
마지막으로 김은영 포항테크노파크 정책연구소 정책기획팀장이 포항 리빙랩 활동을 소개하면서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은영 포항테크노파크 정책연구소 정책기획팀장
포항시는 올해부터 시민참여형 리빙랩 프로젝트를 공모해 '포항 거주 외국인 대상 사용자리뷰기반 앱 서비스'와 '되살림 공유공간', '아름다운 포항 해안길 만들기', '침수지역 시민 안전문제 해결', '생활 쓰레기 문제해결을 위한 IoT기반 쓰레기통 제작' 등 5개 프로젝트를 선정하고 추진 중에 있다.
 
김은영 팀장은 그간의 사업으로 지역의 공감대가 형성됐으며, 시민의 관심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시민참여혁신그룹을 만들고 다른 연구기관과 협업하면서 지속가능한 시스템이 정착되기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꼽았다.
 
하지만 여전히 한계점도 있었다. 김은영 팀장은 "R&D기관의 자존심이 강해서 리빙랩에 참여시키는 일이 쉽지 않았다"며 "지자체에서도 10억짜리 사업 여부를 200만원 정도의 앱만으로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느냐는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고 그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포항 리빙랩으로 진행했던 포항 해안길 타일작업@사진제공 포항테크노파크
따라서 김 팀장은 "지자체 주도형 프로젝트였던만큼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지가 있어야 리빙랩 활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앞으로 기업과 시민, R&BD기관이 연계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는 일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발표 직후, 송위진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단장을 좌장으로, 강종우 제주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김종현 (유)섬이다 대표, 안은주 제주올레 사무국장, 은진은 제주대학교 교수 등이 패널로 참석해 '제주지역 사회적 혁신 정책 활성화 방안'을 두고 토론회를 이어갔다.
 
이날 행사에는 약 50명의 도민과 사회단체, 사회적경제 관계자 등이 참여해 다양한 질문으로 리빙랩에 관한 궁금증을 풀고, 정보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관련태그

#N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