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이양재 (李亮載) / 20세 때부터 고서화를 수집한 민족주의 경향의 ‘애서운동가’로서, 서지학과 회화사 분야에서 100여 편의 논문과 저서 2책, 공저 1책, 편저 1책 있음. 현재 ‘포럼 그림과 책’ 공동대표, ‘고려미술연구소’ 대표.

‘제주 문화’와 ‘문화 제주’는 동일한 의미가 아니다.

‘제주 문화’는 “제주 안에 있는 옛과 오늘(古今)의 문화를 의미 한다”고 할 수 있다. 즉 ‘제주 문화’는 제주 안에 있는 문화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반면에 ‘문화 제주’는 “옛과 오늘의 문화 현상은 물론이고 개척적 창달 현상까지 포함하는 의미의 단어”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제주 문화’를 만들자는 말 보다는 ‘문화 제주’를 만들자는 말이 더 적극성을 띄는 말이라 할 수 있다.

‘재주 문학’은 제주 사람의 문학이자, 제주를 주제(主題)로 한 문학이고, 제주에서 창작된 문학이다. 제주 사람에 의한, 제주에 대한, 제주에서 창작된 문학이라는 요소 가운데, 적어도 두 가지 이상은 충족되어야 ‘제주 문학’이라 할 수 있다.

현기영 작가의 [순이삼촌]은 완벽한 ‘제주 문학’이다. 하지만 제주라는 지역을 주제로 하여 썼으나 제주 사람이 쓰지 않은 문학은 ‘제주 문학’이라 할 수 있을까? 예를 들자면 석북 신광수(申光洙 ; 1712∼1775)의 [석북집]에 들어가 있는 제주를 소재로 한 옛 한시들은 ‘제주 문학’일까? 석북이 제주에서 제주를 주제로 하여 창작하였으므로 ‘제주 문학’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제주 사람도 아니고, 제주에서 창작하지도 않았으나 제주를 소재로 하여 쓴 미국인 헐버트(Hurbert)의 [안개속의 얼굴]((The Face in the Mist, 1926년)은……? 이 경우는 작품의 무대가 비록 제주일지라도 결코 ‘제주 문학’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반면에 제주 사람이 썼으나, 제주를 소재로 하지 않은 글은……? 이 경우는 당연히 ‘제주 문학’이다.

‘제주 미술’은……? 제주 사람이, 제주를 주제로 하여, 제주에서 창작한 미술품이 ‘제주 미술’이다. 제주 출신의 강요배 화백이나 백광익 화백, 고영훈 화백의 작품은 물론이고, 제주에 정착한 이왈종 화백의 작품도 완벽한 ‘제주 미술품’이다.

제주에 한 때 정착하여 여러 해 동안 작품을 창작하였던 장리욱 화백이나 김창열 화백의 작품 가운데 제주를 소재로 하여 그린 작품들 역시 ‘제주 미술품’이다. 또한 제주 출신이 외지에서 제주를 소재로 하여 작품도 당연히 ‘제주 미술품’이다. 제주 사람이 제주에서 창작하였으나, 제주를 소재로 하지 않은 미술품도 당연히 ‘제주 미술품’이다.

‘제주 미술품’이라는 의미를 확장하여 볼 때, 외지인이 타의든 자의든 제주에 정착하여 창작한 미술품, 예를 들자면 제주로 귀양 온 추사 김정희(金正喜 ; 1786~1856)가 창작한 [세한도]는 당연히 ‘제주 미술품’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제3국인이라도 한때 제주에 정착하여 제주인들과 호흡을 함께하며 교유한, 제주의 예술계에 공헌한 미술가가 남긴 작품이 있다면 그 작품을 ‘제주 미술품’으로 보아야 할까? 이에 대한 답은 ‘정착’과 ‘공헌(헌신)’에 들어 있다고 여겨진다.

제주에 [그리스신화박물관]이나 [다빈치뮤지엄] [건강과성박물관] 등등이 있다. 명칭은 박물관이나 무늬만이 박물관인 그저 그런 테마 전시장이다. 그 시설의 주제는 ‘제주 문화’가 아니다. 그런 것이 있다고 해서 ‘문화 제주’가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반면에 표선면 가시리에는 우리나라 지역단위의 가장 작은 단위인 리(里)가 설립한 리립 [제주조랑말박물관]이 있다. [제주조랑말박물관]이나 인근인 성산읍 삼달리의 [김영갑갤러리 두모악미술관] 등등의 문화 시설은 제주다움을 가장 잘 보여주는 소규모의 박물관이고 미술관이다. 이 박물관과 미술관은 옛과 오늘의 ‘제주 문화’를 창달하여 오늘과 미래의 ‘문화 제주’를 만드는 대표적인 예(例)의 문화 시설이다.

필자가 말하는 ‘문화 제주’는 ‘제주 문화’에서 나타나는 ‘제주다움’을 간직하고 새로운 문화로 창달(暢達)해 나가서 제주의 문화가 한 단계 더 올라서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이제 우리 제주민들은 미래를 향한 ‘문화 제주’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필자는 제주다움의 ‘제주 문화’가 ‘문화 제주’로의 창달이 정지될 때 제주는 파괴될 것이라는 위기 위식을 갖고 있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하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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