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대중교통 체계 개편이 묵직한 사업들을 한꺼번에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행정에 부하가 걸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제주장애인인권포럼과 제주참여환경연대, 제주주민자치연대, 제주녹색당 등 제주도내 사회단체들은 24일 오후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도민의방에서 '제주특별자치도 대중교통 체계 개편 긴급토론회'를 열었다.@김관모 기자

제주장애인인권포럼과 제주참여환경연대, 제주주민자치연대, 제주녹색당 등 제주도내 사회단체들은 24일 오후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도민의방에서 '제주특별자치도 대중교통 체계 개편 긴급토론회'를 열고 26일 시행되는 대중교통 체계 개편 계획을 진단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발제에 나선 안재홍 제주녹색당 사무처장은 준공영제의 문제점을 집중 비판했다. 버스기사의 채용비리 문제, 표준운송원가 산정, 파업 대처, 현금수입금 감시 등을 해결하기에는 준공영제는 투명성을 갖추기 어렵다는 지적이었다.

안재홍 사무처장은 "준공영제를 시행하면 민간버스회사의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표준운송원가를 논의해야 하는데 결국 도의 의지보다는 민간버스 사장들의 발언권이 강할 수밖에 없다"며 표준운송원가가 매년 올라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서울 시내버스 준공영제 표준운송원가는 2004년 1일 1대 기준 44만1,671원에서 2016년 68만4943원으로 55%나 증가한 상태다. 서울시의 재정소요액도 2004년 1,246억원에서 2016년 5,693억원으로 4배 가까이 뛰었다. 

▲제주공항에 들어서고 있는 준공영버스들.@김관모 기자

또한, 안 사무총장은 "만약 민간버스회사에서 파업이 일어나면 실제 돈은 도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에 도의 개입이 불가피해진다"며 "투명성도 확보되지 않고 공영도 민영도 아닌 애매한 제도가 되어 두마리 토끼를 다 놓치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효율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영제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좌광일 제주주민자치연대 정책국장은 제주도의 준비 부족을 문제 삼았다.

좌광일 정책국장은 "당장 26일 우선차로제 전면 실시를 앞두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공사가 진행중인 구간이 많다"며 "환승센터도 수년이 지나야 설치된다는데 예견된 문제였음에도 대처가 부족해 도민의 혼란만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광명사거리부터 아라초등학교에 이르는 중앙 우선차로 구간은 아직까지 공사가 한창이다. 또한 무수천부터 국립제주박물관까지 이르는 가로변 우선차로 역시 아직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광명사거리~아라초등학교 중앙차로 구간의 모습. 24일 현재 각 버스정류장이 완공되지 않아 아직도 공사중이다.@김관모 기자

송규진 제주교통연구소장도 현재 진행중인 체계 개편 계획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송규진 소장은 ""그동안 체계 시행 정보는 많았지만 신호주기를 운영하는 것에 대한 정보가 없었고, 농촌이나 개인주택에는 별도로 노선도로 배포하지 않아 실제로 가장 많이 버스를 운행하는 어르신들이 큰 불편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가로차변제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이면도로에서 진입하는 접속구간이 15~30%는 되어야 교통흐름이 원할해지지만 제주는 53%에 달하며 일부 언론에서는 70%까지 언급하고 있어 추돌사고의 위험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26일부터 운행되는 가로변 우선차로의 모습. 여전히 공사 중에 있다.@김관모 기자

버스 전용차로제에 대한 단속 근거의 부족도 거론됐다. 송 소장은 도시교통정비촉진법에 따라 정비구역을 지정하려면 자치단체장이 지방교통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정 여부를 조정해야 하는데 이같은 고시 절차를 내년부터는 매달 진행해야 한다.

자가용을 세우고 시가지 진입차량을 줄이기 위해 마련된 거점 환승센터 4곳(제주시터미널, 서귀포터미널, 동광, 대천) 역시 계획 발표 후 땅값이 올라 토지구입이 어려워지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 소장은 "준공영제와 환승센터, 우선차로제 시행, 노선제 개편 등 4가지를 한꺼번에 하고 있지만 600개 노선을 100여개로 바꾸었다는 것을 제외하면 무엇하나 제대로 되었다고 보기 힘들다"며 "욕심이 너무 가해서 행정의 소화를 못하고 과부하에 걸려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주도 대중교통 체계개편 긴급토론회의 패널들이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김관모 기자

한편, 장애인 등 교통약자를 위한 마련책도 부실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권오상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은 "200년 좌상버스가 도입된 이후 제주시 1개 노선, 서귀포시 2개 노선에서 이 버스들이 운행됐지만 조작미숙과 고장으로 사실상 이용할 수 없었다"며 "이번 체계 개편에서 희망을 걸었지만 공사구조를 보면 실망 수준이 아니라 교통약자가 배제된 수준"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따라서 장애인콜택시 같은 특별교통수단 외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방법이 없는 실상이라고 권 사무국장은 말했다.

또한 "교통부 연구보고서에서 교통약자 의견수렴 위해 모니터링 그룹을 만들고 평가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장애인도 기타 교통 관련 위원회에 참여해서 보다 나은 이동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인식의 전환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50여명의 도민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다양한 논의가 진행됐다. 제주주민자치연대는 이날 모인 논의를 시작으로 여론을 모아 제주도나 도의회에 전달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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