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히는 찜통더위와 이어지는 폭염은

여름날의 일상이 되어버렸지만 초록에너지로 긴장을 풀어주는 숲은

지친 삶을 쉬어가게 해주는 활력소가 되어준다.

수 많은 비경을 품고 있는 제주의 하천~

학림천따라 가는 길에는 크고 작은 폭포와 하천수의

아름다운 모습이 담겨져 있다.

제주도 남단에 위치한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2리는

한라산 남쪽의 첫 마을로 영천오름과 칡오름 사이 기슭을 흐르는

효돈천 상류 중산간마을로 학림교를 지나는 천을 따라

원시적 수림과 계곡이 잘 발달되었다.

자연환경과 생태가 잘 보존되어 지난 2013년 환경부 지정

'자연생태우수마을'로 추가 지정된 곳이다.

계곡에는 '고살리'라 부르는 샘이 있고

이 곳을 중심으로 생태 하천 옆을 지나는

2.1km의 고살리 탐방로(자연 탐방로)가 만들어져 있다

구석구석 숨어 있는 볼거리가 많은 트레킹코스로

5,16도로 남서교(선덕사 맞은편)에 들어가는 입구가 보인다.

봄에 떨어진 낙엽(상록수)을 밟으며 들어가는 숲

갈색의 푹신함은 솜 위를 걷는 것처럼 편안하게 느껴진다.

처음으로 만나는 학림천의 숨은 비경이다.

어웍도는 하례리 서쪽 냇가 변에 위치해 있는데 지금은 그 주위가 하례리 공동목장 구역이지만

옛날에 사람이 살던 곳으로 집터가 몇 군데 있다.

'억새풀이 무성하다'

는 데서 지역명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잣성은 조선 초기부터 한라산 중턱에 설치된 국영 목마장의

상하 경계에 쌓은 돌담을 말하는데, 목장을 구분하는 경계용으로 이용되었다.

하잣성, 중잣성, 상잣성으로 약 60km에 이른다고 한다.

건천인 이 하천은 항상 물이 고여 있고,

기가 센 곳이라 내림굿이나 산신제, 토속신앙이 빈번하게 행해지는 곳이다.

폭포 위쪽 네모난 바위 옆에는 한 폭의 동양화처럼

우뚝 솟은 소나무는 이 곳의 숨겨진 비경 중의 하나다.

우천시에는 Y폭포가 장관을 이루며

'소나무가 온갖 풍파와 엄청난 냇물에도 굴하지 않고

의연한 자세로 우뚝 서 한폭의 동양화를 연상케한다'

는 안내글이 보인다.

고살리 샘에서 북쪽으로 700m지점에 위치한 냇가 길로

영장을 넘긴 도라 하여 '장냉이도'(장넘긴도) 라 불린다.

울창한 수풀이 우거진 길 아래쪽에는 영주계곡폭포가 있어

우천시에는 폭포수가 장관을 연출하는 또 하나의 숨어 있는 비경이다.

그 앞 낭떠러지 밑에는 큰물도가 있다.

항상 물이 고여 있어 겨울철에는 원앙과 각종 철새들의 보금자리로

우천시에는 폭포수가 장관을 이룬다.

 

고온다습한 숲과 계곡은 모기들의 천국이다.

움직이는 동안에도 살을 파고드는 모기들의 집요함은 끈질기다.

일방적으로 모기에게 뜯기며 긁적이는 동안에도

어두운 숲 속 낙엽 위로 노란입술을 내밀고 유혹하는 하얀요정 버어먼초

숲속의 요정들은 투명한 종이인형처럼 속살이 보일 듯

수줍은 모습으로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버어먼초는

버어먼초과/여러해살이풀로

5~12cm의 작은키는 곧게 자라며 식물전체가 흰색이다.

줄기에는 비늘모양의 뾰족한 잎이 보이고 줄기 끝에 1~5송이의 꽃이 모여 핀다.

버어먼초는 수정란풀이나 구상란풀처럼 광합성을 하지 못하여

햇빛이 잘 들지 않는 어두운 숲 나무 그늘 밑 습한 부엽토에서

양분을 얻어 살아가는 '부생식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멸종위기식물로

'석장(錫杖)' 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스님들이 들고 다니던 지팡이를 말한다.

학림천의 귀한 보물들은

켜켜이 쌓인 낙엽 위로, 들틈 사이로, 나무에 뿌리를 내리며

계곡 깊숙한 곳으로 들어갈수록 식물들의 신비로운 세상을 열어준다.

숲길을 빠져나오니 '고살리'로 가는 농로가 보인다.

코 끝을 자극하는 칡의 향긋한 내음은

모기와의 전쟁에서 벗어나게 한다.

돌담 안으로 연초록의 대나무가 눈을 시원하게 해준다.

고살리는 계곡에 샘을 이룬 터와 주변을 말하는데

연중 물이 고이고 흐르는 곳으로 하례2리 마을의 상징이기도 하다.

고살리는 한라산 암반 아래를 거쳐 흐르던 지하수가

냇가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용천수와 많은 비가 내릴 때

물이 넘치는 계곡으로 마을 학림천을 타고 흐른다.

이 샘은 사시사철 물이 솟아 나와 약수로 사용하기도 하고

바닥이 보이는 맑고 시원한 물은

여름철 피서객들로 붐비는 아름다운 곳이다.

하례2리 마을의 경계를 이루는 학림천은

학이 둘러싸인 마을이라 해서 '학림동'이라 불린다.

아홉 군데에서 모아진 소하천들이 합류해서 영천오름 남쪽 기슭에서

산벌른내인 돈내코 하천 줄기와 하나로 되어 바다로 흐른다.

학림교를 지나는 천을 따라 원시적 수림과 계곡이 잘 발달되었고

학림천 따라 가는 길에 숨어있는 비경은 숨을 멎게 한다.

마을 중간 동네 옆 냇가를 말하는데 1960년대 말까지

냇가 입구에는 말 방앗간 방아돌이 두 군데 있었다고 한다.

'말 방앗간이 있었다'고 해서 말고래소(말고랑소)라 불려지고 있다.

냇가 소(沼)는 사시사철 마르지 않으며, 위쪽에 작은 폭포가 있는데

이 곳에서 떨어지는 물소리가 새벽녘 고요한 적막을 깨고

흐느끼는 여자의 슬픈 울음소리로 들린다고 한다.

학림계곡은 문도릿도에서 북쪽으로 올라간 예기소 입구 계곡으로

건천이기는 하지만 늘 물이 고여 있어 계곡의 경치가 아름답다.

많은 비가 내린 후에는 시원한 물소리와 함께

힘차게 떨어지는 폭포는 장관을 이루는 학림천의 숨겨진 비경이다.

 

구석구석 숨어있는 볼거리와

아름다운 비경을 품고 있는 계곡을 따라 걷다보면

제주의 속살을 어김없이 보여주는 학림천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다.

폭우가 쏟아진 뒤 학림천의 폭포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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