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8월26일 대중교통체제 개편안을 전면 시행했다.

30년 동안 익숙했던 대중교통체제를 완전히 바꿔놓는 내과적 외과적 대 수술이었다.

우선 차로 제, 버스요금체계 단일화, 버스 준공영제, 환승센터와 환승정류장 개선, 급행버스 신설 및 노선 개편 등을 내용으로 한 제주대중교통체계 대 변혁의 시동이었다.

도의 대중교통체제 개편의 컨셉은 ‘더 빠르고, 더 편리하고, 더 저렴한 대중교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원희룡도정이 명운을 걸다시피 추진하는 야심찬 ‘개혁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오늘(11일)이 시행 17일째다. 아직은 시행초기다.

섣불리 정책의 성패를 재단하거나 이야기 할 때가 아닌 것이다.

그래서인지 반응은 엇갈린다.

자가용 운전자들을 중심으로 “불편하다”는 불평과 불만이 많다.

“네비 아가씨(네비게이션) 목소리도 헷갈리고 있다”는 변죽 두드리는 소리도 있다.

이와는 달리 버스를 이용하는 측에서는 시행초기 다소 혼선과 혼란은 있었지만 그런대로 “편리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제주에 내려온 후 10 여 년 전부터 서귀포 시 관내에서 유통업을 하는 50대 권 모씨는 “교통요금이 싸고 편리했다”고 했다.

이들 반응을 종합하면 제주 대중교통체제 개편은 ‘불편한 편리’이거나 ‘편리한 불편’으로 정리 할 수 있을 터다.

‘불편했지만 편리했다’거나 ‘편리했지만 불편했다’ 는 말은 수사적(修辭的)으로 말하자면 모순어법(矛盾語法)이다.

‘뜨거운 아이스크림’이나 ‘소리 없는 아우성’ ‘찬란한 슬픔’처럼 의미상 양립 할 수 없는 단어의 결합이지만 그 속에 담겨진 함의(含意)는 의미심장하다.

엇갈린 제주 대중교통체제 개편에 대한 반응도 속을 들여다보면 그러하다.

무릇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고 한다.

혁명이 반대를 무력으로 제압하는 것이라면 개혁은 반대파를 아우르고 설득하고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것이어서 그렇다.

마키아벨리도 ‘군주론’에서 ‘구질서를 무너뜨리고 새 질서를 만드는 것보다 어렵고 성공하기 힘든 일은 없다’고 했다.

혁명보다 개혁이 힘든 이유를 설명한 것이나 다름없다.

‘첫 술에 배부를 수’없다.

하루아침에 성공을 담보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상당기간 시행착오를 겪으며 고치고 바로잡는 인내와 끈기와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30 년 만에 대 수술대 위에 오른 제주대중교통체제 개혁에 불평·불만을 표출하는 삿대질 보다 일정 부분 인내하고 협조하는 공동체 의식이나 도민 적 아량과 역량이 요구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졸속 행정이나 준비부족, 정책혼선과 부작용까지 “잘했다”며 껴안고 갈 수는 없는 일이다.

잘못에는 추상(秋霜)같은 서슬이 필요하다.

무거운 책임은 무책임 행정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정책 또는 행정 추진의 잘·잘못을 가려내고 이를 바로잡아 개선하는 역할 역시 개혁추진 세력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30년 만에 대수술을 하고 있는 제주 대중교통체제 개편 정책 추진 과정에서 드러난 시행착오나 부작용 등을 걸러내고 개선하는 작업은 성공을 위한 디딤돌이며 필수 과제다.

그러기에 준비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일이다.

대중교통체제 개편 작업의 시작은 2014년 9월부터였다.

개편안 발표는 지난 4월25일이었다.

3년 동안 준비한 개편안이 시행과정에서 갖가지 시행착오가 있었다면 준비 부족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3년간 허송세월을 한 셈이다.

지난 4월 개편안 발표 후 3개월만의 전격시행은 행정의 조급성을 말해주는 것이다.

아무리 완벽한 개편안도 시행착오를 줄이려면 돌다리도 두드려 가는 심정으로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시뮬레이션 등 모든 점검 수단을 동원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책추진의 기본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급하게 밀어붙인 것은 “뭔가 한 건 올리자는 실적주의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버스정류장 지정 혼선, 환승시스템 혼란, 배차시간·시간표 미 부착 등 홍보 부족, 노선 불합리, 우선 차로 제 해제 설정 오락가락, 읍면지역 승차대 정비 허술 등등 봇물처럼 쏟아지는 혼선·혼란·부작용 고발 사례는 준비부족과 졸속 추진의 현주소다.

또 있다. 제주 말(語) 숙지가 부족한 타지 출신 버스 기사와 버스를 주로 이용하는 노년층과의 소통부족은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이거 어디 감수광”이라는 물음에 “그런 곳 없어요”, 또는 “그런 곳 몰라요”식의 퉁명스런 응대는 언어 소통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제주도민의 정서나 인정, 생활문화 정체성을 허물어 버리는 비극적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이들 기사들을 대상으로 한 제주 어나 제주인의 생활습속 문화에 대한 최소한의 숙지 교육이 필요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하겠다.

도 당국은 이러한 사소한 불편 지적 사항이나 소소한 교통 민원까지도 꼼꼼하게 수렴하여 분석하고 바로 잡아나가야 할 책임이 있다.

이번 대중교통체제 개편 시행과 관련해 관계 공무원들의 노고를 모르지 않는다.

고생고생하면서도 걸핏하면 손가락질 받고 욕을 당할 때도 있을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어쩌랴. 대중교통체제 개혁 정책의 성공을 위해 인내하고 감당해야 할 일일 수밖에 없다.

어떤 정책이나 개혁과제 든 시행착오는 있기 마련이다.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정책이나 개혁 실패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시행착오나 부작용을 어떻게 바로잡고 고치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는 것이다.

제주도 대중교통체제 개편도 그렇다. 시행초기 혼선과 혼란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이를 어떻게 지혜롭게 추스르느냐가 관건이다.

조급성에서 벗어나 도민의 중지(衆智)와 역량을 모우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실망이나 절망은 그 후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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