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돌봄교실(방과 후 수업)을 두고 정부와 교사 및 교육감, 비정규직 노조 간의 입장 차가 커서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 인프라가 여전히 부족한 제주도도 이같은 갈등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태다.
 
"돌봄교실, 학교 담기 버겁다" VS "만족도 높은 교실 왜 빼나"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 4일 제주 하얏트 리젠시 호텔에서 초등돌봄교실을 지자체로 전환해 운영하자는 의견을 모으고 교육부에 이 같은 제안을 전달하기로 합의했다. 
 
▲초등학교 돌봄교실의 한 장면@사진출처 경기도교육청
현재 정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초등학교 돌봄서비스 확대 계획과 관련해 교육감들이 일제히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이다.
 
김상곤 사회부총리는 지난 8월 25일 열린 첫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온종일 돌봄체계' 구축을 위한 범정부 공동추진단 구성·운영안을 발표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교육부와 복지부, 여가부가 공동으로 돌봄서비스 및 방과후 활동을 통합하는 한편, '학교 내 돌봄학교'와 '지역사회 돌봄학교'로 나누어 운영하는 방식을 중심으로 범부처 공동 정책연구를 거쳐 올해 12월까지 관계부처 합동 기본계획을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같은 정책을 두고 학교와 교사들을 중심으로 업무 과잉과 인프라 부족을 이유로 반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돌봄전담사가 따로 있다고 하지만 학교내에서 진행하고 있고 관련 법규나 규정마저 없어서 교사들이 관리·감독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4일 제주 하얏트 리젠시 호텔에서 열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의 모습@사진제공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이에 교육감협의회는 돌봄교실(방과후 학교)은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에 명시돼있을 뿐 현행 법률에 규정된 내용이 없으며, 보육(돌봄)과 교육을 분리해서 보건복지부의 권한과 책임 아래 이뤄야한다는 점 등을 들어 돌봄교실을 학교 밖으로 이관시켜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원본부가 교육감협의회의 결정에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 노조는 사용자의 변경으로 고용 불안과 일자리의 질적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현재 지역아동센터를 보건복지부와 지자체가 관장하고 있지만 직접 책임관리보다는 대부분 민간위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의 안처럼 1,2학년에서 전학년으로 돌봄교실을 확대할 경우 그 인원을 담을 수 있는 시설이나 관리 인력 수급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가 지난 8일 돌봄교실 지자체 이관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사진출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페이스북
또한 노조는 "초등돌봄교실은 학교기관 직접 책임 하에 운영됨에 따라 학부모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운영의 안정성 역시 보장됐다"며 "지자체는 초등돌봄교실을 감당할 전문적인 능력과 시설을 갖추고 있지 못할뿐더러, 설사 학교 내 교실을 그대로 사용하더라도 시설기관과 운영책임자가 분리된 구상은 운영의 안정에 막대한 해를 끼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편 교육부도 교육감협의회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아직 협의회나 교육청으로부터 입장을 전달받은 것은 없다"면서도 "현재 정부 추진방향이 학교내 돌봄학교도 들어가있기 때문에 학교 밖으로 돌봄교실을 뺀다는 것은 현 정책과 맞지 않는다"고 답했다. 
 
학생과 학부모 중심의 범국민적 논의가 필요
 
돌봄교실 문제를 한쪽의 입장만으로 추진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만큼 각각의 이해관계가 첨예하며 심각하기 때문이다.
 
▲김상곤 부총리가 지난 8월 25일 열린 제1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출처 교육부
먼저 정부로서는 학부모의 만족도가 높은 사업을 놓칠 수 없는 입장이다. 방과후학교의 만족도도 2011년 초등학교의 경우 82%에서 2016년 89.7%까지 매년 오르고 있어 확대운영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시절 초등학교 돌봄교실을 전학년으로 확대하고 12만명의 돌봄전담사를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있다.
 
반면 교사와 학교 입장에서 돌봄교실 확대는 큰 부담이다.
 
홍인기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은 제주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명박 정부부터 저소득층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일부 지자체에서 추진하면서 만족도가 높아지자 박근혜 정부에서 돌봄교실을 무리하게 확대 추진했었다"며 "처음에는 정부가 학교에 부식비 등 다양한 지원을 했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지원이 단절돼있어 모두 교사들이 부담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결국 정부는 별다른 지원없이 학교와 교사에게 부담을 떠넘기고 선심성 사업을 앞세워 지지도 높이기에만 급급했었다는 것.
 
▲초등학교 돌봄교실의 한 장면@사진출처 신제주초등학교
제주도의 초등돌봄교실은 105개 초등학교에서 178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학생수만 4,200명에 이른다. 이는 작년 181실 3,974명보다 크게 증가할 숫자로 일부 학교에서는 돌봄교실을 운영할 공간이 따로 없어서 일반 교실을 쓰고 있는 상태다. 그러다보니 돌봄전담사가 따로 있다고는 하지만 교사가 직접 지도·편달을 맡고 있다.
 
한편 돌봄전담사들도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현 체제에서 돌봄교실을 학교에서 운영하지 않으면 관리주체가 모호해질 가능성을 꼬집고 있다.
 
배동산 교육공무직본부 정책국장은 "관리주체를 교육당국이 아닌 외부 사회적기업이 위탁운영하게 된다면 불법파견 형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학생의 정보고 외부로 유출될수 있어 정보공유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의 문제도 발생한다"며 "시설이나 비효율적인 인력낭비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지역사회 돌봄을 강화하는 대책은 별도로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등학교 돌봄교실의 한 장면@사진출처 효돈초등학교
하지만 결국 돌봄교실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학부모와 학생들이다. 결국 돌봄교실의 당사자들이 무엇을 더 원하느냐가 이번 사업의 가장 큰 관건이다.
 
아직까지 학부모들은 이와 관련해 입장을 내기보다는 아직 지켜보는 모양새다. 정부 정책이 구체적으로 마련돼있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결국 학부모와 학생들을 비롯해 각계각층이 모여 해결책을 모색하고 공론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교육부도 12월 기본계획 수립 전까지 충분한 의견을 수렴해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관련태그

#N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