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에 대응해서 자체적으로 핵 개발을 해야 한다거나 전술핵을 다시 반입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의 말이다. 14일 CNN과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다.

문대통령은 이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고도화에 대응해 군사력을 증진할 필요가 있지만 핵으로 대응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지 못하며 동북아에서 핵무기 경쟁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최근 잇따른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로 한반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안보불안이 팽배하다. 국민적 위기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북핵 도발에 대한 대응카드로 일각에서 '자체 핵무장이나 전술핵 재배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문대통령이 인터뷰를 통해 ‘노우(NO)’라고 쐐기를 박은 것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같은 날,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연세대 명예교수)도 ‘북핵 해법으로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전술핵 재배치’ 등에 부정적 시각을 보였다.

문 특보는 한 발 더 나갔다.

사실상 ‘북한의 핵을 인정하자고’ 했다.

일부 전문가 그룹에서도 ‘북한은 사실상의 핵보유 국가’로 인식하고 있기는 하다.

그래서 문 특보는 “현실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평화적 해결이 최선의 대안’이라는 것이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회한반도 평화 포럼 초청 ‘북핵 위기 어떻게 풀 것인가’ 주제의 특강에서였다.

“북한이 핵보유국이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핵 동결’을 전제로 해야 대화가 가능하겠지만 처음부터 비핵화 해야 대화할 수 있다고 보면 현실성이 없다”고 대화기법까지 제시 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동결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 동결이나 축소’를 옵션으로 대화 테이블에 올리자는 것이었다.

문 특보는 “학자적 시각에서 검토해 볼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로 애기한 것이고 정부의 입장은 아니”라고 했다.

국가수반인 대통령과 대통령통일외교 안보 특보의 발언은 일맥상통한다. 그만큼 발언의 무게는 가볍지가 않다.  그냥 따로 떼어 놓을 수 없는 말이다.

대통령과 대통령 특보의 ‘북핵 대응’ 관련 발언 내용이 알려지면서 시중의 찬·반 논란은 격렬하다.

문특보의 ‘북한 핵보유국 인정’ 발언의 파장과 후 폭풍도 예사롭지가 않다.

‘북한 핵보유국 인정’은 국제사회의 북핵 제재가 실패했음을 말하는 것이고 세계 핵질서에 엄청난 임팩트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어서 그렇다.

그래서 ‘자체 핵무장이나 전술핵 재배치 필요성을 주장하는 쪽의 반응은 더 거칠고 더 예민’하다.

대통령의 ‘군사력 증강’이라는 애매모호한 ‘북핵 대응카드’에 대한 반론이 그렇다.

북한의 가공할 핵무기에 대응할 카드로서의 '군사력 증강'은 무었을 말하는 것인가.

‘핵에는 핵’이라는 대응 말고 ‘남북 간의 평화 유지 카드’는 있기는 한 것인가.

대화를 구걸하고 솜방망이 수준의 말 폭탄으로 국가안보를 담보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는 없다.

핵 인질로 잡혀 북한의 종살이를 마다 않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그렇다.

이처럼 대통령의 안이한 ‘핵 인식’에 대한 비판은 무겁고 거칠고 팍팍하다.

문재인 정부 출범(5월 10일) 후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4개월 동안 열 번이나 됐다.

9월 3일에는 6차 핵(수소탄) 실험까지 했다.

국제사회가 경악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하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불안한 현실이고 더욱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기에 북한 건국일을 전후에 또 어떤 도발을 감행할 것인지 세계가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바로 그날, 대통령은 반바지 차림으로 강아지를 데리고 북한산을 등반했다. 사진까지 공개했다.

한가하고 만만(滿滿)한 대통령의 여유에 일부에서 ‘낭만적 평화주의자’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왔던 이유이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9월 15일 북한은 보란 듯이 3700km의 IRBM(중장거리탄도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이런 엄중하고 엄혹한 상황인데 애매한 ‘군사력 증진’으로 북한 핵에 대응하겠다는 것은 순진함이거나 무모함이다.

전쟁을 좋아 할 사람은 없다. 누구도 평화를 싫어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전쟁의 참화를 막고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할 일이다.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카드는 용도 폐기 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미 실패한 실험인 것이다.

경제 외교적 압박도 먹히질 않고 있다. ‘제재와 압박’이 다 소용 없다.

북한은 ‘햇볕’도 ‘세찬 비바람’도 느끼지 못하는 ‘마네킹 정권’이다.

‘대화와 협상’, ‘제재와 압박’은 북한의 내성만 생기게 했고 적응력만 키웠을 뿐이다. 김정은이 눈 한번 깜짝이지 않고 세계를 향해 코웃음 치며 마이웨이 핵개발에 올인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래서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를 유지하는 수단으로서의  ‘핵에는 핵’이라는 처방전이 나오는 것이다.

이른바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을 갖자는 이야기다.

핵은 가공할 대량 살상무기다. 공포와 두려움 자체다. 누가 터뜨리든 상대 쪽을 초토화 시키고 살아있는 모든 것을 전멸 시킬 수 있다.

따라서 어느 일방이 아니고 쌍방이 핵을 보유해 전쟁이 억지된 상태를 유지하자는 것이 ‘공포의 균형’이다.

가공할 핵 전쟁의 참화를 핵으로 막자는 이론이다.

‘공포의 균형‘은 신개념의 ’평화 수단‘이다.

북한 핵에 대응해 한국도 핵무장을 하자는 ‘핵무장론자’들이 말하는 설득 논리다.

미국의 정치학자 한스 모르겐타우(Hans Morgenthau)는 “한국은 핵을 보유한 북의 요구에 싸우다가 죽을 것이냐, 항복할 것이냐,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할 처절한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경고 한 바 있다.

북한 핵 전략의 최종 목표는 ‘전쟁 없이 한국을 그대로 접수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믿고 싶지 않지만 끔찍한 분석이 아닐 수 없다.

핵 개발로 미국과 힘의 균형을 이루어 미군의 개입을 차단하고 한국을 통째로 요리하겠다는 것이 북한의 핵무기 전략이라는 것이다.  적화통일 전략인 셈이다.

핵을 자체개발하거나 전술핵 재배치를 통해 ‘공포의 균형’ 또는 ‘힘의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핵무장론자’들의 주장을 마냥 밀어낼 수만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체 핵무장이나 전술핵 재배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반론도 많다. 문특보도 같은 생각이었다.

유엔 안보리 등 국제사회의 반대와 제재, 한미동맹 균열 우려, 각급 국제 원자력 기구의 반대, 이로 인한 국제적 고립과 경제위기 등등 엄청난 난관과 역경과 시련과 고통이 뒤따를 수도 있다눈 것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대한민국이 망하느냐, 국민이 사느냐 죽느냐다. 절체절명의 위기인 것이다.

한스 모르겐타우는 “비핵국가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스스로 핵 보유국이 되는 것‘이라 했다.

‘공포의 균형’이  평화를 유지하고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경구나 다름없다.

“자체 핵개발이나 전술핵 재배치는 안 된다”는 대통령과 대통령 특보의 말씀이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가을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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