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양길현 교수/제주대학교 윤리교육과에서 정치학을 가르치고 있고 제주담론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18년 지방선거 때 이른바 ‘분권형 개헌’은 대세이다. 국회개헌 특위가 지난 8월 가동되면서, 기본권 확대, 권력구조 개편, 지방분권 등에 초점을 맞춰 널리 국민의 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내년 2월까지는 국회의 개헌안 마련을 약속하고 있고, 문재인 대통령도 적극적이다. 그래서 8개월 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제주국제협의회(회장 강태선)와 더불어민주당 지속가능제주특위(위원장 강창일) 그리고 재외제주도민총연합회(회장 김창희)가 공동으로, 지난 9월 14일 국회에서 <개헌과 제주특별자치도의 미래>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다. 이 글은 이 토론회에 참석하여 보고 들은 바의 소감을 담은 논평이자 제언이다. 특히 필자의 관심은 일반적으로는 ‘과부하로 작동 못하는 중앙정부와 손발이 묶여 움직이지 못하는 지방정부’를 해방시켜 주기위한 분권형 개헌 내용에 주목하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이기우 교수가 제기한 바, ‘전국적인 수준을 넘는 제주도의 지방분권 특례에 관한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우선 제주특별자치도의 취지와 의미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제주에서 준연방제 수준으로 ‘특별한’ 자치를 시범해 보자는 게, 노무현정부의 초기 취지인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서는 저비용 고효율의 신자유주의 논리에 의거, 특별자치는 사실상 시-군 기초자치를 폐지한 채 공룡화된 제주 광역자치단체에게로의 광범한 사무이양만 착착 진행되고 있을 뿐이다. 그 결과 기초자치 없는 제주도정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제주도민에게는 특별자치가 오히려 불편하고 별 이득도 없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제주국제자유도시 추진에서 어떤 식으로든 특혜를 받게 되리라는 당초의 기대가 지방 형평성 논리에 막히는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제주도민 사이에서는 특별자치가 도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더 많다.

작년 대선을 거치면서 개헌 문제가 정치권의 화두가 된 이래, 제주에서는 차제에 특별자치도의 미래를 둘러싸고 무언가 돌파구를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 더욱이 애초에 특별자치도를 기획했던 노무현정부에 이어 이를 계승한다고 볼 수 있는 문재인 정부가 분권형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하니, 이번에는 제대로 된 특별자치도로 가자며 제주의 여론이 들썩이는 건 자연스런 일이다. 이 가운데 분권형 개헌시 특별자치도의 위상을 헌법에 반영하는 어떤 새출발이든 아니면 일반적인 지방분권화 속에서도 특별자치의 어떤 남다른 위상을 갖도록 하는 재조정이든, 무언가 특별자치도의 완성을 향한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모종의 혜택을 원하는 것이 그 대표적 흐름이다.

그러나 특별자치의 법제화를 넘어서서 헌법에 특별자치의 조항을 넣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여기서 핵심은 제주특별자치를 헌법에 넣어야 할 만큼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남다른 제주적 특수성은 무엇인가이다. 지난 주 국회 토론회에서도 이 부분을 둘러싸고 의견이 엇갈리는 논의가 진행되었다. 물론 안영훈 박사의 지적처럼,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다른 나라의 사례들에서 보듯이, 예를 들면 자치기본헌법을 통해서 헌법에 특정 지역의 특별지방정부를 존치시키는 조항을 넣는 것은 무망한 것이 아닌 듯하다.

며칠전 제주도의회가 <제주특별자치도 헌밥적 지위 확보를 위한 헌법개정안 반영 건의문>을 제출했다. 세종시 의회도 ‘세종시=행정수도’ 개헌 명문화 건의를 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이들 선진 나라들의 사례를 적극 참고한 듯하다. 문득 제주도와 세종시 모두 문재인 정부의 선물 보따리에 기대를 거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든다. 밑져야 본전인 그런 요청인가. 그렇더라도 제주의 경우 ‘제주특별자치도’ 개헌 명문화를 국민에게 호소하여 설득할 근거 내지는 합당한 이유는 절대 필요해 보인다.

지난 10년 넘게 경험해 보니 제주특별자치가 법적 근거만으로는 잘 안되니 헌법적 위상을 갖추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 수가 있겠다. 제주는 타 지역과 달리 지리적-역사적-문화적으로 특수한 지역으로서 ‘한반도의 보물섬’이기에 그러한 특수성을 존중하여 제주특별자치도를 헌법 조항으로 넣어야 한다는 주장도 가능해 보인다. 인구 70만도 안되는 지역에 관광객 1,500만이 오가는 국제관광지로서 향후 공항도 2개씩이나 갖추고자 할 정도의 특수한 곳이라 헌법적 수준에서 특별자치도를 지원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여기까지는 다 지난 10여년간에 걸친 지금까지의 제주특별자치의 경험을 반영하는 근거이자 이유이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2%가 부족해 보인다. 국민적 동의를 얻으려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향한 제주만의 비전(濟州夢)이 요청된다. 지난 10여년간 홍가폴(홍콩+싱가폴)을 염두에 둔 제주국제자유도시 비전으로 제주특별자치의 헌법적 위상을 운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세계평화의 섬 제주는 아직 그 명확한 미래 설계가 없다. 세계환경수도 주창도 이제야 곧 시작이다. 모두가 행복한 청정과 공존의 섬 제주라는 비전도 약하다.

제주의 무엇을 들고 나와 5,500만 국민들에게 제주특별자치도를 헌법에 넣어달라고 할 것인가? 그럴만한 제주몽은 무엇인가? 이기우 교수는 ‘1국 2체제’로 창업에 가까운 자립형 발전모델을 은근히 권하고 있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토론회를 듣다보니 더욱 좌절이다. ‘무엇을 위해’ 제주특별자치의 헌법적 위상화를 도모하려는가에 대한 합당한 근거를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아직 시간은 있다. 특별자치도가 왜 헌법적 위상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지혜 모음이 더욱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토론회를 마치면서, 오히려 한 때 제주를 분권의 시범도로서 삼고자 했던 지난 10년간의 시도가 별 성과가 없었다면, 차제에 특별자치를 반환하는 것은 어떤지 하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다. 더욱이 8개월 후에 분권형 헌법이 마련되어 지방입법권, 지방재정권, 자치조직권 등이 제공된다면, 굳이 제주만 특별하게 정부로부터 어떤 특례의 대우를 달라고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다. 다른 지방과 꼭 같은 조건에서 제주도 도민들도 합심하여 제주의 장점을 활용하면서 떳떳하게 제주의 미래를 찾아나서면 안 될까. 사라져버린 기초자치단체도 부활시키는 것이 그 첫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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