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력이 센 태풍 <탈림>이 오키나와로부터 큐슈에 상륙하여 홋카이도까지 마치 일본열도를 노리는 것처럼 북상하던 9월 16일 일본 곳곳에서는 때아닌 함성과 구호가 울려퍼졌다.

"북조선(북한)은 핵 개발을 곧 중지하라!"  "북조선의 탄도 미사일 발사를 용서 못한다!"

"북조선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전쟁 도발 행위를 즉각 중지하라!" "

"조선 총련은 북조선의 핵과 미사일 개발 항의에 일어서라!" "북조선은 납치한 일본인을 즉각 돌려보내라!"

9월 7일 일본 전국 민단 단장회의에서 결의를 하고 16일 북한의 핵 개발과 미시일 발사 규탄대회 개최 후, 일제히 거리 행진에 나섰다.

토쿄, 나고야, 히로시마, 오사카 등 각 지구협의회를 중심으로 열린 규탄 대회에 필자는 오사카대회에 참가했었다.

태평양에서 발생하여 북상하는 태풍이 계속 올라가면 제주도를 거쳐 한반도를 휩쓸고 간다.

언제나 태풍철이 되면 내가 사는 오사카에 오더라도 제발 한반도는 피해 줄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이번만은 솔직히 달랐다. 태풍 위력이 세서 걱정되지만 제발 오사카만은 피해 달라는 심정이었다. 태풍으로 규탄 대회가 중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었다.

기대와는 달리 세차게 내리는 비도 아랑곳없이 오후 2시부터 킨키지구협의회에서는 오사카 오기마치공원에서 약 5백명이 모여서 규탄 대회가 열렸다.

정현권 오사카본부 단장의 인사와 오화섭 부단장의 결의문 낭독이 있었다. 고국에서의 결의문과는 약간 다르기 때문에 참고로 전문을 게재한다.

<북한 핵 실험 강행에 대한 결의문>

북한이 9월 3일 여섯번째의 핵 실험을 강행했다. 유엔 안보리의 계속된 경고와 제재를 완전히무시하고 세계를 적으로 돌리는 자멸에의 길로 다시 나아갔다.

한반도만이 아니고 세계 평화와 안정을 위협한 폭거, 치명적인 환경 파괴를 이르키는 인류에의 범죄에 대해서 우리 한국 민단은 재일동포 총의를 대표하여 분노와 함께 강하게 비난하고 항의한다.

북한은 8월 29일과 9월 14일에도 홋카이도 상공을 통과하여 태평양에 낙하하는 미사일 발사를 강행함으로 인해 일본 국내에 극도의 위기감이 높아졌다. 미국 본토를 시야에 둔 일련의 책동은 돌이킬수 없는 폭거이다. 

그리고 10월 10일 조선노동당 창건 기념일에 맞춰서 북태평양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할려고 하는 등 지금도 긴장 상태를 안고 있다.

우리가 사는 일본에서 <북한 증오>의 감정이 날마다 커져서 일부 일본인이 여기에 편승하여 <혐한>을 부추기고 헤이트스피치(증오 연설)과 헤이트크럼(증오 범죄)으로 연계되어 재일동포의 안정과 생명을 지키는 민단으로서 절대 용서 못할 일인 것이다.

우리는 북한에 대해서 미사일 개발을 즉각 중지하여 방대한 시간과 자금을 기아에 허덕이는 자국민 구제에 충당할 것을 충고하며 이하와 같이 결의하는 바이다. 

1,우리는 북한의 핵, 미사일 도발을 결코 용납하지 않고 북한에 대해서 이 이상 강행하지 않을 것을 강하게 요구한다. 

1.우리는 한반도 및 세계 평화와 안정을 지키기 위해 관계국에 대하여 북한의 폭주를 중지 시키기 위해 공동 보조를 취할 것을 강하게 요구한다.

1.우리는 김정은 정권의 핵, 미시일 저지를 위해 조선 총련이 같이 행동할 것을 강하게 요구한다.

이상의 결의문을 체택하고 오사카 중심가인 미토쓰지를 거쳐 오사카시청 앞을 지나 나카노시마공원까지 약 2㎞를 구호를 외치면서 거리 행진을 했다.

폭풍우가 그쳐 주기를 바랬지만 비 바람은 더욱 거세져서 구두는 물론 내의까지 다 젖었지만 참가자의 반응은 날씨와는 달리 더욱 고조되었다.

역설적으로 짓궂은 이러한 날씨에 질 수 없다는 새로운 에네르기의 표출이었다. 80을 넘으신 노인들도 끝까지 동참해서 가슴을 뭉클하게 하였다.  

대회 결의부터 거리 행진까지 약 두시간 동안 푹 젖어버린 대형 태극기를 높히 치켜들었던 필자도 손이 시리고 저렸지만 솔직히 피곤함을 몰랐다.

6.25동란 이후 한반도 최대 위기라는데 고국에서 북한의 이러한 폭거에 대해서 탈북자들의 항의 시위 소식은 기사를 통해 알았지만 그 외에는 없었던 걸로 알고 있다.

이 와중에 더욱 씁쓸한 것은 북한의 임산부와 어린이들을 위한 지원금으로 한국 정부가 800만 달러를 준비했다는 내용이었다.

유엔 안보리에서는 북한 제재를 위한 추가 발표가 이어지고 한국 정부도 적극적이고 더욱 강한 제재를 위해 움직이면서 다른 한편으론 인도적 차원이라면서 북한 지원 발표를 했다.

동일 조직체인 유엔 안보리의 제재와  유니세프의 지원 요청이라는 이율배반적인 요소도 있지만, 북한 권력층이 기아에 허덕이는 인민들을 위해 노력해서 힘이 딸려서 요청하면 모른다.

기와집에 쌀밥에 고기국이 아닌 초가집에 보리밥에 된장국이라도 배불리 먹여 주는 것이 급선무인데 인민은 죽든 말든 핵과 미사일에 매달리는 북한 권력층의 뒷바라지는 어부성설이다.

그리고 아무리 긴박한 상황일지라도 국제 정세의 흐름이 있다. 어떻든 제재에 찬성해 달라면서 총력전을 기울이면서 스스로가 그 제재에 구멍을 내고 있다. 희극적인 아이러니이다.

6.25동란 이후 한반도 최대 위기라는데 이러한 북한의 폭거에 대해서 고국에서 대대적인 규탄 대회가 열렸다는 소식은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했다. 탈북자들의 항의 행동이 고작이었다.  

제재와 지원, 어느 장단에 맞춰서 춤을 춰야 할지 씁쓸함과 혐오감 속에서도 민단이 북한 규탄 대회를 일본의 중요 도시에서 태극기를 치켜들고 고국에서 보다 먼저 열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관련태그

#N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