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강대성/ 증권회사 이사 역임, 재경 제주도민회 부회장

제주는 지금 앓고 있는 중이다. 제2공항 문제로 시끄럽고 쓰레기 환경 문제로 난리다. 아파트는 물론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그야 말로 아름답던 제주가 환자가 되어 가는 느낌도 든다. 관광객과 이주민이 넘치다 보니 한라산 중턱에서 부터 해안가까지 제주는 그야 말로 개발과 돈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주변에서는 제주도라서 좋겠다고 부러워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아서 아쉬움이 크다.   

자연경관과 현상을 유지-보존 하면서 개발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어려운 숙제 임에 분명하다. 편리함과 수월성이 중요 하기도 하지만, 그 못지않게 보존과 계승, 후대에 무엇을 남겨 줄 것인가를 생각 해 볼 때이다.

여기서 한 번 쯤은 냉정하게 현실을 뒤돌아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과연 100년 후에 고향 제주에는 제주도 사투리를 쓰면서 살고 있을 후손이 몇 명이나 될까 생각해 보면 슬프지 않을 수가 없다. 결국 원주민들은 개발에 밀리고 자본에 밀리면서 개그의 외침처럼 소는 누가 키울까 걱정이 앞선다.

이와 같은 명제를 바탕으로, 개발을 하더라도 철저히 지역 주민과 원주민들의 삶과 생활을 보호하고 배려하는 정책은 없을까하는 이기적 바탕에서, 특히나 출향민이 느끼고 있는 바를 짚어 보려고 한다.

일반적으로 개발은 지역 원주민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거시적 관점에서 정치적이고, 행정관료적인 발상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대부분 지역 원주민들의 재산적-정신적 손실이 불가피해 질 때가 많다. 이런 와중에 주민들의 이해 관계로 인하여 집단간의  갈등이 생기고 힘의 논리에 의해 두 손을 들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상생의 개발은 없는 건지, 다시 한 번 점검하는 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주도 인구가 이제 67만명이 넘어가고, 이주민도 10만명이 넘어가고 있다. 관광객은 이미 1,500만명이 넘어 가고 있는데, 과연 제주는 건강하고 행복할까? 특히나 원주민들이 만족해  하고 있을까? 물론 부동산 가격상승에서 오는 심리적 위안은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대부분  불평과 불만이 많은 걸 보면 제주도 관광개발 정책엔 뭔가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제주도는 기본적으로 농-축산업을 중심으로 관광 수입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2015년 기준 도내 총생산액이 15조 4,322억원이다. 이 중 관광수입이 4조 7,000억원으로 제주 지역 산출액의 17%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도 관광수입 내역을 보면 소매업이 1조 6,000억원인데, 신라, 롯데, JDC 등 면세점이 거두어들이는 수입이다. 숙박-음식도 1조 1,000억원으로 대형 호텔과 대형 음식점들이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원 지역주민들에게는 떡고물 떨어지는 정도의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또한 2015년도 가계-금융 복지조사 결과에 보면, 2014년도 기준 제주지역 가구당 연평균 수준이 4,066만원으로 전국 꼴찌인 전남지역의 4,112만원 보다 더 낮다. 이런 자료만 보아도 제주도의 관광과 개발 정책은 실패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하겠다.

올레길에서는 농민들의 불만이  잦다. 마을이나 농로를 지나게 조성된 올레 길에 대해서 민원을 넣어도 누구 하나 반응이 없다는 것이다. 이미 하늘길과 공항이 막혀 있고, 제2 공항 건설로 또 다른 갈등이 야기되고 있다.  하수 문제, 쓰레기 문제, 소음 문제, 랜트카로 인한 교통사고 문제, 환경 훼손 등 이미  스노우볼 현상(과다 관광으로 인하여 관광이 다시 파괴 되는 현상)이 발생되고 있다 하겠다.  

예를 들어 국내만 하더라도 서울의 북촌, 경리단길, 지방의 동화 마을 등 스노우볼 현상과 관광객들의 오버 투어리즘으로 인해 지역 주민들이 이사를 가는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다. 국외에서도 거의 전 세계가 오버 투어리즘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스페인의 인기섬 마요로카 제도의 팔마는 여름 성수기 때 수요를 조절하기 위하여 입도세 형식의 관광세를 매기고 있다. 베니스에서는 방문객 카운터 시스템 (tourist counting system) 수요를 조절하고 있고, 코펜하겐도 오로지 지역 주민들의 삶을 위해 새로운 음식점이나 술집 같은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한다. 또한 고성방가는 물론이고 외국인들에게 있어 해안이나 해변 경관 지역에 집 구매를 금지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실정과는 영 딴 판이다. 우리는 돈 만 가지고  오면 영주권은 물론 부동산까지 가질 수 있으니 근시안적인 정책이 아닐 수 없다.

더 살펴 보면, 이탈리아 피렌체는 관광객들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관광객 거부 운동 까지 한다고 한다. 심지어 태국은 코타이카를 아에 폐쇄하기로 했다고 한다. 파리, 프라하, 베를린, 암스테르담 등 전 세계가 아우성이다,

그렇다고 관광산업을 포기하고 개발을 무조건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일 것이다. 그렇다면 윈윈 하는 정책은 없는 것일까? 출향민의 관점에서 몇가지 의견을 개진해 보고자 한다.

첫째, 관광 개발을 정치적이나 거시적 측면만을 강조하면서 일방적 희생을 담보로 하는 개발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 단지 총체적 수입만으로 평가하여 지역 주민들의 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관광은 지속 가능성이 낮다. 연도별 제주 관광방문 형황을 보면, 2012년 12%, 2013년 16.7%, 2014년 18%, 2015년 18.3%, 2016년 20.2% 등으로 매 해 증가하고 있으나, 그에 비례하여 지역 주민들의 실제 소득과는 연동되지 못하고 있다.

둘째, 제주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하여 원주민들에게는 재산세 및 토지세, 토지 임대료 상승 등의 비용 발생이 되고 궁극적으로는 자본에 종속되어 탈원주민화가 급속도로 전개될 수 있다. 그래서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와 외국인들에 대한 부동산 거래를 철저히 통제할  필요가 있다.

셋째, 제주의 전통 내지는 문화 계승을 발전시키고 세계화 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제주도 사투리나 제주만이 갖고 있는 문화를 발굴하여 세계화 할 수 있는 길을 찾을 필요가 있다.

넷째, 제주도를 홍콩이나 싱가폴 같은 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은 자연 경관을 매개로 하는 제주도엔 어울리지 않는다. 인위적 관광개발을 하려고 하면 할수록 자연 경관은 파괴될  것이다. 금융, 미술, 예술, 체육 등의 문화적 고급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차원 높은 관광개발을 했으면  한다.

다섯째, 한류를 이용한 콘텐츠 개발과 록, 째즈 페스티발, 춤 공연 등을 심도있게 개발해 나갔으면 한다.

여섯째, 올레길을 지역 주민들과 연계하여 소득 창출을 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고, 최대한 불편을 해소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일곱째, 여러 가지 축제가 많지만, 특히 들불 축제 같은 경우 국내 뿐만아니라 세계화 할 수 있는 방법도 좋을 듯하다.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았다. 무조건 짓고 무조건 개발하고 관광객만 유치하면 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법률적인 문제는 어떻게 될 지 모르지만, 입도세 내지는 환경세, 관광세 등을  통해서라도 관광에서 파생되어 나오는 비용을 상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런 비용을 부담해서도 제주에 오겠다는 진성 관광객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것은 곧 제주 원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일 것이다. 결코 원주민의 이기적인 생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관광객 유치만이 최고의 선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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