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선거구획정이 아무런 진전없이 획정위원회 책임으로 되돌아왔다. 법 개정이 도로아미타불이 되면서 선거구획정은 다시 혼란 속으로 빠진 셈이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20일 도청 기자실에서 도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 정상화를 촉구하고 나섰다.@제주투데이
◇“조건없이 수용한다”면서 법 개정은 불가능?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20일 오전 도청 기자실에서 지난 8월 24일 전원 사퇴서를 제출한 도의원선거구획정위원들에게 복귀해 줄 것을 요청했다.
 
원 지사는 “선거구획정이 늦어진 점에 도민들께 사과 말씀드린다”며 “앞으로 획정위원들이 제출하는 획정안을 조건없이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도의원 정수 2명 증원을 권고했던 획정위의 결정을 유야무야 처리하는 것이어서 무의미한 발표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20일 도청 기자실에서 도지사 발표자료를 낭독하고 있다.@제주투데이
도의원 정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한데 정부입법이나 의원입법이 어렵다는 것이 도의 입장이기 때문.
 
총사퇴 이후 도에서 위원들과 접촉조차 하지 않았던 점도 이해하기 어렵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한 달이 되어서야 획정위원 복귀를 요청하는 것을 무책임한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강창식 획정위원장은 이번 원 지사의 요청과 관련해 “아무런 연락도 받은 적이 없다”면서도 “조만간 위원들과 논의를 해보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2명 증원을 위한 법 개정을 원내 도당 대표들과 요구하는 방식을 취하겠다”는 조건도 밝혔다.
 
◇2명 증원부터 연동형까지…시간은 없고 공론화는 답보
 
하지만 도와 획정위, 정당, 사회단체 간의 입장차가 커서 선거구획정을 3개월 앞두고 혼선만 가중되고 있다.
 
당장 정의당과 국민의당, 정치개혁제주행동 등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정의당 제주도당의 경우 중앙당 차원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입법 추진을 준비하고 있다. 김대원 정의당 도당 위원장은 “획정위의 요청이 오면 도당 내에서 검토하겠지만, 기존 입장에 변화는 없다”고 답했다.
 
장성철 국민의당 도당 위원장도 “획정위에서 요청이 오면 입장을 정리하겠다”면서도 “연동형을 주장한 취지는 현 선거구조로는 민주주의의 위기가 온다는 문제의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기자회견과 관계없이 이번 주 중에 회의를 거쳐 당론을 확정할 방침이다.
 
반면 자유한국당 도당은 도의원 정수 2명 증원을 당론으로 정한 상태다.
 
바른정당 도당은 “2명 증원은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시간상의 한계가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강창식 위원장도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연동형 요구는 실현 가능성이 없다”며 “차후에 논의할 가치가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한 논의”라고 일축했다.
 
◇이도저도 아닌 선거구획정…“결국 선 긋자는 이야기”
 
법 개정 없이 도의원 정수는 불가능하다. 제주특별법 제36조에 ‘공직선거법에도 불구하고 41명 이내’로 정해야 한다는 규정이 명시돼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도의원들은 교육의원 5명 폐지와 위헌 소송까지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논의도 지난 7월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비례대표 축소로 방향이 잡히면서 발목이 잡혔다. 
 
지난 여론조사를 주도하고 비례대표 축소안을 의원입법으로 발의했던 제주지역 국회의원들은 사실상 발을 뺐다.
 
▲지난 2월 23일 강창식 도의원선거구획정위원장(오른쪽)이 원희룡 지사(왼쪽)에게 권고안을 전달하고 있다.@자료사진 제주특별자치도
제주도도 정부입법이 시간상 불가능하다며 현행 법 규정 내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결국 선거구 재조정을 위해 획정위를 다시 부른 셈이다.
 
획정위의 한 관계자는 “정부입법도 의원입법도 안되면 결국 선 긋기 하자는 것 아니냐”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선거구획정의 데드라인은 12월 12일까지다. 시간이 없다고 하지만 공론화조차 시도하지 않았던 선거구 재조정은 도민에게 ‘핵폭탄’급 혼란일 수 있다.
 
시간 없다는 궁색한 변명이 아닌 올바른 방향을 함께 찾아야 할 시점이다.

#관련태그

#N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