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양수남/ 제주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국장

# 설문대 할망의 육지-제주 다리 잇기가 성공했다면?

섬은 육지를 선망한다. 정확히 말하면 섬사람들은 예전부터 바다 너머를 바라보았고 그곳으로 가고자 하는 호기심과 욕망이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제주를 창조 했다는 거인 설문대 할망의 설화는 그것을 잘 보여준다. 설문대 할망이 부탁한 속옷을 명주 한필이 모자라 못 만들었고 이 때문에 설문대 할망은 제주사람들이 부탁한 제주에서 육지까지 다리를 놓는 일을 그만두고 만다. 계곡 하나가 없어져 제주에는 왕이 나지 않는다는 아흔아홉계곡의 전설처럼 변방의 좌절감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모자란 명주 한필이 천만다행이었다. 만약 설문대 할망이 육지까지 다리를 놓는 일이 성공했다면 지금의 제주는 어떤 모습일까? 최소한 지금처럼 온 국민이 한 번은 오고 싶어 하는 곳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걸어서도, 말을 타고도 올 수 있고, 기차와 차를 타고도 올 수 있는 곳이라면 그곳은 이미 섬이 아니다. 섬이 갖는 신비와 독자성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 다리를 통해 쉽게 수많은 사람들이 제주에 들어왔다면 제주의 자연은 이미 절단 났을 것이다.

우리 선조들이 한라산을 우리나라 3대 영산으로 꼽은 것을 보면, 제주의 자연은 옛날부터 가치를 인정받던 곳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제주를 방문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수십 일을 뱃멀미를 해야 했고 목숨을 잃는 일도 다반사였다. 현대에 들어서서, 박정희 정권이 제주도를 관광지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세운 이후부터 제주는 관광산업을 중심으로 한 섬으로 급격히 변모한다. 특히, 1991년 제주도개발특별법에 근거해 수립된 제주도종합개발계획은 3개 단지와 20개 관광 지구를 중심으로 한 거점식 개발을 통해 제주도 전체를 대규모 관광개발의 시대로 접어들게 했다.

이때의 흐름은 지금까지도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제주에 투자하는 외지의 대자본 중에서 중국자본의 비중이 점점 커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다른 점은 저가항공사의 출현과 제주도 인지도 향상으로 엄청난 인파가 제주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2016년에만 1,5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제주를 찾았다.

그런데 1,5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제주를 찾고 있지만 제주인은 행복해지고 있을까?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제주도가 감당 가능한 생태․환경 수용력을 초과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제주시 하수종말처리장은 1년 동안 처리용량을 초과하여 하수를 제주 앞바다에 몰래 방류해온 것이 탄로 났다. 쓰레기 매립장의 포화 시점은 훨씬 앞당겨졌다. 작년 여름엔 한 골프장에서 지하수가 취수 되지 않는 초유의 사태도 발생했다. 이 자원고갈․환경문제는 가파르게 가속화될 것이다.

# 제주제2공항은 육지와 제주 사이를 잇는 다리다

또한 미쳤다고 표현할 수 밖에 없는 부동산 가격 폭등, 교통 혼잡, 물가 상승, 관광업으로 과도하게 치우친 경제구조의 취약성과 고용․노동의 질적 저하문제 등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역효과뿐 아니라 관광객 증가로 인한 수익조차도 제주 경제 전반에 확산되는 구조가 아닌 면세점, 대형 호텔, 메이저 관광회사 등으로 소수에게만 편중되고 있다. 제주에서의 이러한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과잉관광)으로 인한 문제는 이제 서막에 불과하다. 이미 다른 유명 관광지들은 오버투어리즘때문에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베니스,바로셀로나,파리,암스테르담,코펜하겐 등 세계적인 관광도시들이 이미 오버투어리즘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고 이 때문에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이탈리아 피렌체에서는 주민들이 관광객 거부운동까지 벌일 정도이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서 국토부와 제주도는 2015년 말에 새로운 공항 건설을 통해 향후 최소 2,0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받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른바 ‘제주제2공항’이다.

제주제2공항은 설문대 할망이 설화 속에서 시도하려 했던, 제주와 육지 사이에 다리를 놓는 일과 다를 바 없다. 현재도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노선 중 하나인 김포-제주노선에다가 추가로 새로운 공항이 설립되면 제주는 그야말로 육지와 다리가 이어진 것처럼 북새통을 이룰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때의 제주 모습은 어떨까? 아직 파괴가 덜한,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중산간 지대 중 하나인 성산읍과 구좌읍의 광활한 초원과 오름 군락 지대에는 골프장, 리조트 등 대형 관광개발붐이 일어날 것이다. 이곳뿐만 아니라 제2공항 계획이 최종적으로 확정되면 향후 10년 이상, 제주도 전역은 지금보다 더 심한 부동산 광풍과 제2의 난개발 시대로 접어들 것이다.

더욱 가슴 아픈 사실은, 관광객을 더 받기 위해 이 땅의 주인인 온평리,난산리,신산리,수산리 주민들 수천 명이 대대손손 살던 집과 밭을 팔고 실향민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제주 역사상 최대의 실향민 사태이다. 이렇게까지 하면서 새 공항을 지어야 되는 것인가?

그렇다면 과연 지금 가는 이 길이 맞는 길인가? 단언컨대 지금 가는 길은 제주다움을 사라지게 만드는 길이다. 서양우화의 하루에 한 알씩 ‘황금알을 낳는 거위’ 이야기처럼 제2공항은 더 많은 알을 갖고 싶어 거위의 배를 가르는 어리석은 농민의 역할을 할 것이다. 이제 질주를 멈추고 가던 길 되돌아 볼 때가 됐다. 섬은 섬일 때 아름다운 것이다. 제주는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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