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제주 양돈농가 ‘환골탈태 심정으로 자구책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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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제주 양돈농가 ‘환골탈태 심정으로 자구책 마련해야’
  • 안인선 기자
  • 승인 2017.10.07 2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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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제주시 한림읍 주민 300여명이 모여 양돈장 가축분뇨 무단배출에 대한 대책과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시위 모습

제주의 양돈농가는 대부분 제주시 서부지역인 애월읍과 한림읍 중산간 쪽에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이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악취 민원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라 오래 전 부터 이어져 온 제주의 고질적인 병폐였다.

하지만 여태껏 ‘양돈농가의 생업을 위해서’라는 생각으로 행정과 도민들은 관대했다. 그래서 가끔씩 접하는 양돈농가의 악취는 고향의 향수처럼 여겨왔다.

그러나 지금은 180도 달라졌다. 관광객이 연간 1500만 명 이상 찾아오고 제주에 상주인구가 급속도로 늘면서 양돈농가에서 발생하는 악취는 지역 주민들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에게 공해로 바뀐 것이다.

제주에 교통량이 많은 평화로 일대, 그리고 서부지역의 몇몇 골프장, 각종 테마 관광시설, 최근 개발붐으로 불어난 중산간의 타운하우스 부근은 수시로 발생하는 악취 때문에 민원이 점점 커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일부 양돈농가의 축산분뇨 불법투기가 적발되면서 도민사회는 공분과 함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팽배하다.

문제의 중심엔 행정의 과오가 있다.

제주의 양돈 산업은 연간 조수익이 4000억 원 정도로 괄목만한 성장을 가져왔다.

이 과정에서 행정은 그동안 외형적인 성장에만 치중해왔다. 제주산 청정 돼지고기 생산과 소비에 절대적인 관심을 뒀고 악취와 분뇨처리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한 셈이다.

또한 축산 분야 공무원과 양돈농가 사이에 보이지 않는 유착관계가 문제를 키웠다. 제주는 특히 지역이 좁아서 처음엔 공적관계로 출발하지만 나중엔 형님, 동생 사이로 변질돼 농가에 대한 엄격한 관리, 감독이 쉽지 않았다. 양돈농가의 악취는 이미 오래 전부터 관광 제주의 이미지를 훼손시키는 심각한 문제로 이어졌지만 아직까지 개선되지 않은 채 오늘에 이른 것이다.

또 하나는 정책의 문제다. 제주는 관광개발, 농수축산, 건설교통 등 모든 분야가 중요하다. 이는 서로 다른 분야지만 정책적 연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특히 한림읍인 경우는 도내 양돈농가 대부분이 몰려있는 곳이다. 영어교육도시, 신화역사공원, 각종 박물관, 골프장, 팬션, 타운하우스 등 수없이 많은 시설이 한림읍을 중심으로 그 주변에 들어서 있다.

이처럼 각종 개발에 앞서 각 실무파트에서는 사전에 세심한 검토를 통해 주변 1차 산업과의 경제적 연계라든가, 양돈농가의 악취처럼 관광객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없도록 하는 유기적인 정책 협의가 반드시 필요한데 행정은 이런 부분을 간과해왔다.

양돈농가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최근 몇 년 동안 지가상승과 돼지고기 값이 오르면서 제주지역 양돈농가는 막대한 자산적 가치상승과 더불어 연간 10억원 이상의 조수입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처럼 도내 양돈농가가 고소득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도민과 관광객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축산분뇨 처리 및 악취 저감시설 등에 대한 투자는 외면하면서 도민들로부터 비난을 사고 있다.

실제 개별 악취 저감시설을 갖춘 양돈장은 100여 곳으로 전체 양돈장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축산분뇨 역시 하루 평균 2824t 가량이 배출되고 있으나 도내 공공처리시설 2곳과 공동자원화시설 7곳의 처리능력이 1400t에 불과, 절반 정도를 자체 처리해야 하나 개별 시설 미비로 처리난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축산분뇨 처리난은 2011년 가축분뇨 해양투기 금지와 함께 10년 새 사육 규모가 10만마리 이상 늘어난 56만5000마리 안팎으로 불어나면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에 양돈농가에서는 마을공동목장 등의 초지를 임대한 후 축산분뇨를 액비로 만들어 뿌리고 있는데, 이로 인한 악취 민원이 급증하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중산간 목장 위치를 감안할 때 지하수 오염 우려까지 제기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가축분뇨를 숨골에 무단 투기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발생하면서 한림읍 주민들은 제주지하수인 생명수를 오염시키는 작태에 대해 양돈농가들 퇴출을 강력히 요구하는 집회까지 열었다.

그렇다면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우선적으로 농가 스스로 자구책을 강구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다.

양돈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농가 차원의 자구책이 없을 경우 행정 지원 배제는 물론 면허까지 제재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제주도는 한국냄새환경학회와 함께 오는 12월 31일까지 도내 50농가를 대상으로 악취 배출원인과 민원현황조사를 실시한다.

이밖에도 여러 가지 규제와 제도를 마련해 엄격하게 적용한다고 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제주도는 각 지역주민들로 구성된 축산악취 민간감시단도 운영키로 했다. 상시근무체계를 위해 일자리창출사업과 연계, 94명이 배치될 감시단에게는 월 160만~200만원의 급여를 지급하되, 위법사례 보고 시 현장 확인과정을 거쳐 행정처분을 내릴 계획이다.

양돈농가들 사이에서는 제주도의 방침에 대해 “개선이 아닌 퇴출이 목적임을 누구도 알 수 있다. 제주도가 작정을 한 것 같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제주양돈산업발전협의회(공동위원장 김성진 제주양돈조합장·김영선 대한한돈협회 제주도협의회장)를 중심으로 실현 가능성이 높은 대응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그러나 지금 당장 농가별로 악취를 최소화하는 것 외에 어떠한 대책도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들의 고민도 깊어만 가고 있다.

한림읍 금악리 입구에는 ‘양돈농가는 돈냄새 맡고, 마을 주민들은 똥냄새 맡고’란 글귀의 현수막이 아직도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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