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선/ 작가( '꿈꾸는 독종' 작가)

변시지(1926~2013)는 ‘폭풍의 화가’로 잘 알려졌습니다. 제주도 주요 청사에 그의 그림이 많이 걸려 있고 한국 최초 시립미술관인 기당미술관에는 상설 전시돼있어 그가 제주도를 대표하는 화가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세계성을 갖춘 드문 화가입니다. 그는 조선인이란 핸디캡임에도 불구하고 23세 약관의 나이에 일본 최고화단에서 최고상인 광풍상을 수상합니다. 미국 스미소니언박물관에 동양인으로는 생존 현대화가 중 최초로 작품을 상설전시하는 등 대단한 이력을 가졌습니다.

그는 1926년 일제 강점기 서귀포에서 태어나 6세때 부모를 따라 오사카에 건너갑니다. 초등학교 시절 일본인과 씨름하다가 다리를 다쳐 그림을 그리기 시작, 장애와 조선인이라는 약점을 극복하고 화단에 우뚝서게 됩니다. 이후 1957년 서울대 미대의 초청을 받아 한국에 귀국하고 마침내 52세때 고향 제주도로 가기까지 평생 자기 그림과 존재의 색깔을 찾아 치열하게 살아온 고독인입니다.

그의 그림의 강렬한 터치는 고갱과 고흐 같은 후기인상파 화가를, 흑·황·백색으로 변주되는 색감은 마티스를 떠올리게 합니다. 초가집, 말 등 그림에는 추사 김정희 터치가 녹아있습니다.

제주도로 간 변시지. 모든 것을 버리고 간 그는 제주도의 풍토에 자신의 외로움을 담아 세계의 것으로, 그리고 현대의 것으로 승화시켰습니다. 사람들은 자기보다 외로운 사람을 보면 위로를 받고, 자기보다 치열하게 산 사람을 보면 자극을 받습니다. 화가의 그림을 보면 그 위로의 자극이 동시에 느껴집니다.

스스로를 폭풍 속으로 던진 화가, 자기 존재의 색을 찾아 치열하게 싸운 사람, 외로움의 끝까지 갔던 그의 그림은 고독한 혼족 현대인에게 존재에 대한 치열한 투혼, 그리고 그를 통한 깊은 위로의 의미로 다가옵니다. 그의 그림을 다시 불러올리는 것은 우리 몫입니다. 그의 그림은 희한하게도 ‘들어가 보기(Into-Sight)’가 가능합니다. 연재 2화에서는 먼저 그림으로 들어가 오브제들과 함께 대화해볼까요!

변시지 작 ;거친 바다, 젖은 하늘'

*이 글은 논객닷컴(www.nongaek.com)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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