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당시 참혹한 현장과 폐허가 되었던 가시마을이 4.3길로 그 역사를 기리게 됐다.

4.3유가족을 비롯해 제주특별자치도 주요 인사, 사회단체 등 5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가시마을 4.3길 개통식이 14일 오전 가시리사무소에서 열렸다.

▲가시마을 4.3길 개통식이 14일 오전 가시리사무소에서 열렸다.@김관모 기자

가시리는 1948년 당시 360여 가호가 있던 큰 마을이었다. 하지만 4.3이 일어나면서 무장대의 근거지라는 이유로 진압군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400여명을 죽이고, 마을을 불태워 버렸다.

이후 1949년 5월 마을 재건이 시작됐지만 일부 마을은 끝내 돌아오지 못한채 사라졌다.

지금도 가시리는 서귀포에서는 4.3 당시 희생자가 가장 많았던 곳으로 손꼽히는 아픔을 지녔다.

▲14일 열린 가시마을 4.3길 개통식에 500여명의 도민들이 참석했다.@사진제공 제주특별자치도

이날 개통식에서 원희룡 도지사는 "70여 년 전 아름다운 마을 전체가 사라지는 큰 아픔과 피해를 겪었었다는 사실을  쉽게 상상하기 힘들 것"이라며 "세월에 묻힌 아픔의 기억들을 다시 끄집어내어 역사적 사실을 알리는 것은 우리들의 사명이자 책무"라고 밝혔다.

양윤경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도 이날 참석해 "70년간의 한과 말 못할 사연을 안고 살아온 유족분들에게 이제는 국가가 못한 일을 해야 한다"며 "4.3특별법 개정을 통해 배보상을 포함해 해결하지 못한 많은 과제들을 이제는 해결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동백꽃 모형이 피어오르면서 참가한 도민들은 자신이 가진 4.3길 손수건을 흔드는 퍼포먼스에 참여했다. 이후 오상식 가시리 노인회장이 가시마을 4.3길 개통을 공식 선포했다.

▲이날 가시마을 4.3개통식에서 참가자들이 4.3길 손수건을 흔드는 퍼포먼스에 참여하고 있다.@김관모 기자
▲가시리 난타동아리가 길트기공연을 하며 4.3길 걷기 행사가 시작됐다.@김관모 기자

이와 함께 가시리 난타동아리 회원들이 사물놀이를 하면서 길트기공연을 시작했고, 그 뒤를 따라 참가객들이 4.3길을 걷기 시작했다.

간간이 비가 내리는 흐린 날씨였지만, 사람들은 누구하나 거리낌없이 길을 걸으면서 옛 기억을 더듬어갔다.

▲이날 개통식에 참석객들이 4.3길을 걷고 있다.@김관모 기자
▲이날 개통식에 참석객들이 4.3길을 걷고 있다.@김관모 기자
▲이날 개통식에 참석객들이 4.3길을 걷고 있다.@김관모 기자

가시마을 4.3길은 총 7km로, 4.3길 센터를 중심으로 가시리본동4.3성토-고야동산-한씨방묘-구석물당-면암 최익현 선생 유적비-마두릿동산-종서물-새가름-가시천-갑선이오름-달랭이모루 등으로 이어지는 코스로 구성됐다.

사람들은 좁은 길을 따라 걸으며, 갓 열리기 시작한 감귤의 향긋한 내음을 만끽하기도 했다.

이 중에 가시리에 산다는 할망은 지팡이를 짚고 걷느라 몇번을 쉬어가면서도, "지금 걷지 않으면 언제 걷겠느냐"며 나서기도 했다.

▲도민들이 가시마을 4.3길을 걷고 있다.@김관모 기자

일부 유적지에서는 안내원이 배치돼 사람들에게 유적지의 의미와 역사를 설명해주기도 했다.

특히 신을 모시는 구석물당을 설명하던 안내원은 "4.3 당시 쫓기는 와중에도 주민들은 하루에 한번씩 반드시 제를 올렸었다"며 "다시 마을을 재건할 때 가지고 있던 신돌들로 다시 재건해 지금의 제당을 모신 것"이라고 말했다.

▲안내원 오태경씨(87세)가 4.3길을 안내하면서 4.3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김관모 기자
▲4.3당시 전소가 되어 잃어버린 마을이 된 새가름에 놓여진 비석.@김관모 기자
▲도민들이 가시마을 4.3길을 걷고 있다.@김관모 기자

고야동산에서는 또 다른 안내원이 1948년 11월 토벌대의 초토화작전으로 마을이 불타던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안내원의 설명을 들으면서 당시 가시리에서 일어난 참상을 되새기고 얼마 남아있지 않은 역사의 흔적을 눈으로 돌아보았다. 

한편, 한 참가객은 "일부 유적지는 4.3과 관련이 없어서 왜 넣었는지 모르겠다"며 "4.3과 관련된 설명이나 유적지가 적어 아쉽다"고 소감을 말하기도 했다.

4.3길은 앞으로 가시마을 복지회관에서 관련된 정보를 구할 수 있으며, 제주특별자치도 4.3지원과에서도 문의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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