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이유근/ 한국병원과 한마음병원 원장을 역임하시고 지역사회 각종 봉사단체에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는 아라요양병원 원장으로 도내 노인들의 의료복지를 위해 애쓰고 있다.

동아일보 10월 13일자 보도를 보면, 한글날인 지난 10월 9일에 파리 외곽에서 ‘파리 한글의 집’ 개원식이 있었다고 한다. 파리 한글학교 교사 매입 추진위원회 이철종 명예회장이 1999년에 위원회를 만들고 모금에 착수한 지 꼬박 18년 만에, 교민 1400여 명의 정성으로 38만 유로(약 5억 원)를 모아 4개의 교실을 갖춘 학교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1974년 파리 한글학교가 문을 연 지 43년 만에 처음으로 남의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쓸 수 있는 4개의 교실을 갖춘 학교가 생겼다는 것이다. 그동안에는 수요일엔 오전 수업만 하는 프랑스 학교를 설득해 오후에 교실을 빌려 운영하느라, 이사만 열 번도 넘게 했다고 한다.

이 한글학교 학생의 60%는 프랑스인과 한국인 부모가 낳은 다문화 아이들이라고 한다. 이들은 한글학교가 없으면 프랑스에서 한국어를 접할 기회가 없단다. 개교 이후 43년 동안 수많은 한글 영웅들이 교민 2세들에게 한국어를 전파하겠다는 일념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기부금을 모으느라 허드렛일도 마다하지 않았단다.

그런데 국가 대신 한국어 전파에 앞장서는 이들의 개원식에 초대장을 보냈지만, 정작 대사관 직원들은 한글날이 공휴일이기 때문에 못 간다고 하였다는 것이다. 더구나 18년 동안 모금에 참여한 1,400여 명 중 정치인이나 공무원은 장관 딱 한 명이었다고 한다.

필자가 관여하고 있는 청소년 단체인 스카우트는 일본 스카우트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어서 가끔 우리 고장에서 한일 합동 야영 활동을 펼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럴 경우에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총영사가 개회식에 참석하여 축사를 하곤 한다. 이런 정도의 행사에도 자기 나라에서 온 국민이 함께하는 행사라고 축하를 오는데, 40년이 넘게 추진하여 결실을 맺은 한글학교 개원식에 공무원들이 공휴일이라고 한 명도 참석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기막힐 일이다.

다행히도 우리 제주도 공무원들은 휴일임에도 격려차 행사장을 방문한다. 필자가 제주특별자치도자원봉사단체협의회장을 맡고 있기 때문에 주말에 이런저런 행사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 때마다 담당 공무원들이 참석하여 기쁨을 함께 하며 봉사자들을 격려하여 주신다.

자원봉사 활동이란 국가가 하여야 할 일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아무 대가없이 대신 하는 것이다. 당연히 공무원들이 관심을 가지고 감사해야 할 일이다. 주프랑스대사관 직원들의 행태를 들으면서, 주말에도 수고하여 주시는 우리 고장의 담당 공무원들에게 새삼 고맙다는 인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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