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양길현 교수/제주대학교 윤리교육과에서 정치학을 가르치고 있고 제주담론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다.

I. 성산 제2공항 선정의 어제와 오늘

언제부터인가 제주 제2공항은 제주의 미래를 여는 마중물인 것으로 치부되곤 하였다. 아마도 처음에는 제주를 오가는 방문객이 하루 다르게 늘어남에 따라, 점증하는 항공수요를 맞추어야 한다는 관광경제의 즉자적 대응 취지에서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관광객 1,000만도 적지 않은 터인데, 1,500만이 되고, 항차 3,000만이 되는 제주발 신노마드 시대가 다가오는 것 같은 게, 2010년대 초-중반 제주도민의 미래에 대한 장미빛 기대였다.

요즘은 사드 배치 여파로 잠잠해 졌지만, 1~3년 전의 제주는 길거리에 넘쳐나는 중국 관광객들 때문에 몸살을 앓을 정도로 제주 항공편은 만석이었다, 이미 10년 전부터 현 제주시 공항이 과포화될 것이라고 진단하고 경고했지만, 노무현-이명박 정부에서는 차일피일 미루어 지다가, 결국 박근혜 정부에 이르러 2015년 11월 총 4조원이 넘는 예산 투여를 약속하면서, 성산읍 신산리-난산리-수산1리에 성산 제2공항 건설을 발표하였다.

주지하다시피 왜 성산 제2공항인가의 가장 큰 선정 요인은 ‘저비용’이었다. 기존 제주시 공항을 확장한다든가 대한항공의 정석 비행장을 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안과 비교 검토한 결과, 신공항 건설에 따른 비용이라는 측면에서 성산 지구가 가장 저렴하다는 게, 국토부의 선정 요지였다. 물론 그 외에도 성산 지구가 안개와 같은 날씨라든가 또 지형적-인구학적 요인 등에서도 타 대안에 비해 유리하다고 강변되었다.

중국인들로 인해 항공 티켓 구하기가 어려운 제주도민들은 물론이고 타 지역의 국민들 모두가 우선은 환영을 표했다. 더욱이 중국 경제가 계속 성장하리라 기대되는 한, 15억이나 되는 중국인 가운데 1%만 제주를 방문해도 1,500만이나 되는 중국인 관광객이 제주를 찾게 되는 것이기에, 이른바 중국 특수가 영원할 줄 알았기에 그랬다. 저가 항공과 저가의 토지 그리고 상대적으로 쾌적한 환경을 앞세워 제주가 ‘기회의 땅’이 되면서, 한국 국민들과 중국인들을 끌어 모으기 시작하고 있었기에, 제2공항은 제주의 미래를 담보하는 기제이자 인프라로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이런 분위기에서 제주를 오가는 접근성을 확대하는 일환으로 제주 제2공항을 건설하자는 데에 그 누구도 즉각 반대하기는 쉽지 않았다. 제주의 관광경제가 양이 아니라 질이 중요하다는 일각의 주장도, 시간이 지나면서 양이 일정한 수준 이상으로 많아지면 어느 순간에 ‘양이 질로 전환’(헤겔식 인식)하리라 기대하는 저간의 심사를 넘어서기는 매우 어려웠다.

그렇게 성산 제2공항은 정부의 인프라 예산 배정에서 부산 신공항과의 경합을 이겨내고 박근혜 정부가 제주도에 준 선물로 포장되었고, 이에 원희룡 도정과 제주도 관광업계는 쌍수를 들고 환영을 표했다. 성산 제2공한 선정 과정에서 도민들의 의견을 듣지도 않았고 이무런 발언권도 행사하지 못해도, 중앙정부가 ‘도민의 숙원’ 사업을 해결해 주었으니, 감사할 수밖에 없다는 듯이.

그런데 아무도 크게 예상하지 못한 가운데, 성산 제2공항 건설은 성산 지구 지역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섬에 따라, 향후 진로가 쉽지 않음을 예고했다. 성산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성산 제2공항 공청회 거부로 이어지면서 이에 제주도 시민사회단체의 동조와 문제제기가 뒤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는 며칠 전부터는 제주시청 앞에서 성산 제2공항 반대 단식 투쟁으로까지 이어지는 일촉즉발의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지난 2년간을 돌아보면, 성산 지구 지역민들이 신공항 건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그 이유가 일견 타당하고 합당해 보였다. 성산 제2공항 반대 지역민들은 제주도민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항간에는 성산 지역민들이 보상금을 더 많이 받으려고 반대한다는 비아냥이 없는 것은 아니며, 혹 그런 지역민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강원보님 등 몇 분 안 되지만, 필자가 만나본 바에 의하면, 성산 지구 지역민들의 제2공항 반대가 마을 공동체 지키기 차원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10년 전의 강정 마을 사람들을 연상시키는, 그런 합리성과 향토애 그리고 소박함과 예의를 갖춘 분들이었다.

성산 제2공항 지구 선정이 성산 지역 주민에게 한 마디 상의나 이해 구하는 절차가 없이 진행되었다는 게 가장 일차적인 불만이었다. ‘이게 나라냐’라는 이의 제기가 최순실의 국정농단에서만이 아니라 성산 제2공항 선정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더 확대하면, 비단 성산 지구 지역민들만이 아니라 제주도민의 의사나 정서 또는 제주 섬 특유의 향토성이라든가 환경적 측면을 전혀 고려함이 없이, 그저 비용 대비 최대의 효과라는 경제적 논리에 의거한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라 제주 제2공항 선정이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극히 원론적이고 기본적인 문제제기였다.

더욱이 성산 제2공항 발표 이후 지난 2년간 상황도 많이 변했다. 무엇보다도 사드 배치 여파로 중국 정부가 금한령을 내림에 따라, 제주만이 아니라 한국 여기저기에서 중국 특수는 사라져버렸다. 언제 금한령이 해제될 지 모르는 데, 무턱대고 성산 제2공항을 건설하는 게 과연 제주의 미래에 도움이 될지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는 도민(넓게는 국민)이 줄어들고 있다. 중국특수에 대한 기대가 줄어든 만큼이나, 단순히 관광수요에 부응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보다 냉정하게 제주의 미래를 염두에 두고 제주 제2공항 문제를 바라보는 도민들도 차츰 늘어가고 있다. 이제는 제2공항이라는 미래가 불확실해 보이는 하나의 인프라에 제주의 미래를 걸기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제주의 미래 가치를 키우고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인식과 깨달음이 조금씩 확대되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2016년 가을 이후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불리는 국정농단의 실상을 지켜보면서, 제주도민들은 기존의 신자유주의적 처방의 국책사업에 대해서도 다시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혹 성산 제2공항도 지난 30년간 우리들의 삶을 ‘저비용 고효율’의 경제적 논리에 의거하여 좌지우지하던, 이른바 신자유주의적 처방의 대표적 사례의 하나가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자연스런 것이다. 왜냐하면 여기에는 사람(성산 주민을 포함한 제주도민)이 빠진 채 기획부동산업자와 공항 공사를 맡게 되는 토건업체들 그리고 국토부의 관리들 작품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제주 특유의 제주다움, 예를 들면 환경적-토착문화적-마을공동체적 차원에서의 제주의 특성과 가치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어 보였다. 그저 관광경제적 측면에서 시장 수요가 있으면 그에 맞춰 가장 적은 비용을 들여 재화와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으면, 정부는 그 역할을 다 한 것으로 보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류의 어설픈 정책 입안과 밀어붙이기만 어른거릴 뿐이다.

II. 제주 제2공항 해법 찾기는 공론화로부터 시작해야

지난 9월 거의 비슷한 시기에 실시된 제주 제2공항 관련 도민 여론조사 2개가 발표되었다. 그 하나인 제주도의 조사에 따르면, 제주 제2공항 건설 찬성이 63.7%이고 반대는 24%이다. 그리고 성산 제2공항 추진은 50.5%이고, 타당성 조사 재실시는 41%이다. 반면 제주도내 16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제2공항 전면 재검토와 새로운 제주를 위한 도민행동’의 조사에 따르면, 제주시 공항 확장이 33.6%, 성산 제2공항은 22.4%, 그리고 정석비행장 활용도 20.8% 선호하는 걸로 나타났다.

이 두 개의 조사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실시되었다는 전제하에, 그러면서도 동시에 두 조사가 각기 성산 제2공항 건설을 찬성하고 반대하는 주관기관의 심려가 일부 반영된 조사일 가능성이 조금은 있는 걸로 인정하면서, 서로 달라 보이는 위의 두 조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해석해 보면 다음과 같다.

앞으로 우리는 제주 제2공항과 성산 제2공항은 구별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제주 제2공항이란 제주시 국제공항 외에 그 곳이 성산이든 모슬포이든 아니면 정석비행장 활용이든 또 하나의 공항을 만드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여기에는 기존 제주시 공항을 확장하거나 폐기하여 다른 더 큰 하나의 공항을 건설하는 것까지를 포함한, 이른바 다양한 방식으로 관광 수요를 충족시켜 나가는 제주도 공항의 재편 모두를 포괄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런데도 제주 제2공항과 성산 제2공항을 혼용해서 씀으로써 여론을 호도할 수가 있음을 지적해 두어야 하겠다.

이런 구분을 염두에 두면, 일단 2017년 10월 현재 제주 제2공항 건설을 찬성하는 도민이 더 많다는 건 인정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제주 제2공항이 성산 지구가 아니라 제주시 기존 공항의 확장에 대한 찬성이 더 많고, 또 정석 비행장을 활용하자는 선호도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문재인 정부와 원희룡 도정이 제주 제2공항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는 간명하다. 즉, 제주 제2공항 관련 공론화 과정을 제대로 거치자는 것이다.

마침 엊그제 원전(확대-유지-축소)이냐 탈원전이냐 문제를 갖고, 이른바 심의민주주의 차원에서 신고리 5·6기 공론화 결과가 발표되었다. 이 문제를 두고 필자의 고교 동창들끼리 서로 치열하게 논쟁을 벌인 바 있지만, 어떻든 신고리공론화위원회를 설치하여 신고리 5·6기를 포함 원전 공론화 과정을 거쳤기에 앞으로 정부의 원전-탈원전 정책 추진은 보다 국민 합의에 맞게 보다 합리적이고 민주적으로 추진해 나가리라 기대하는 건,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신고리 5·6기 공론화 과정과 결과에 대한 것은 인터넷에 소상히 잘 나와 있기에 여기서 재론할 필요는 없고, 또 공론화 결과에 대해 왈가불가 하는 것도 이 글의 주제가 아니기에 여기서는 더 논술할 생각이 없다. 요는 논란이 큰 원전 정책이 공론화를 거치면서 해법을 찾고 있다는, 그 과정에 주목하자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과정과 결과를 동시에 안고 가야하기에 그렇다.

제주 제2공항 공론화위원회가 만들어지면, 제주 제2공항 건설에 따른 철학과 비전까지도 점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지난날처럼 제주가 앞으로도 그저 관광수요만 있으면 무조건 그에 따라 가야 하느냐의 근본적 질문도 부수하여 점검해 보면 더욱 좋겠다는 바람이다. 제주를 오가겠다는 사람만 있으면, 그들을 위하여 공항 하나 더 짓고, 해저 터널 만들고, 크루즈 항만 공사하고, 또 그렇게 대거 입도한 관광객을 위해서 곳곳에 머무를 집 짓고, 제주를 사통팔달 다니기 쉽도록 계속 도로망을 확충하고 할 것인가. 그렇게 많은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서 제주도민들은 혹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데 대해 고마운 마음을 갖고 교통혼잡과 환경오염 그리고 물가상승 등등을 그저 참고 지내야 할 것인가.

과문한 탓인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정부든 도정 책임자가 도민들에게 제대로 설명하고 양해를 얻었다는 얘기를 들은 바가 없다. 그저 제주는 도민들로만 살아가기가 어려운 척박한 땅이기에, 정부가 국제자유도시로 선정하여 사람-자본-상품이 자유롭게 오가도록 함으로써, 그리하여 성산 제2공항을 건설하여 제주를 오가는 사람들에게 편의를 제공해 줌으로써, 그 떡고물로 제주경제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장미빛 전망만을 지난 30년간 읊어온 건 아닌지. 그렇게 하나같이 그리고 변함없이 30년을 닦달하기도 쉽지 않을 텐데, 참 대단한 정부 책임자들이다. 그러나 촛불 이후 이제는 달라야 하지 않겠는가.

‘늦었다 할 때가 빠른 때’라는 격언처럼, 이제라도 제주는 왜 제주국제자유도시인지 그리고 그 하위 국책사업으로서 왜 제주 제2공항이고 성산 제2공항인지에 대해 국민(도민) 합의를 구해야 한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와 제주도정에게 제언하고자 한 바는, 이미 제주녹색당과 고태민 도의원이 엊그제 촉구한 바와 같이, 성산 제2공항을 포함하여 제주 제2공항 문제에 대해 심의적 공론화위원회를 설치하여 해법 찾기에 나서 달라는 것이다. 공론화를 어떻게 할 것인지는 이미 신고리 5·6호 공론화 과정에서 잘 나타나 있다. 우리는 후발의 이점을 살려 더 멋진 공론화 과정과 결과를 보여주게 되리라 기대하면 안 될까.

* 성산 제2공항 다시보기는 한 번 더 후속 글을 올리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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