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 원전(原電) 문제'는 지난 6월 이후 첨예한 찬-반 논란을 일으켰던 국내 최대 이슈였다.

원인 제공은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탈(脫)원전’을 간판 공약으로 내세웠었다.

대통령 당선 후에는 이를 군사작전 식으로 밀어붙였다.

지난 6월27일 국무회의에서 ‘공론화 과정’을 이유로  공사 일시중단을 결정했던 것이다.

해당 원전은 이미 공정률이 28%를 넘었다. 들어간 돈만 1조6000억 원이나 됐다.

이런 상태의 에너지 안보 관련 최대 국책사업이 ‘대통령 공약 정책 추진’이라는 이름으로 손발을 묶어 버린 것이다.

이때부터 대표성도 없고 법적 지위도 아리송한 공론화위원회가 구성됐다. 구성원 471명, 이름 하여 ‘시민참여단’이라 했다.

대통령은 이들이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공사 중단’이나 ‘공사 재개’를 건의하면 존중 하겠다”고 했다.

공론화 위원회는 2박3일간의 합숙토론을 포함하여 33일간의 치열한 숙의(熟議)과정과 수차례의 설문조사 등을 통해 20일, 입장을 정리하고 빌표했다.

시민참여단 설문결과 ‘건설 재개 의견’이 59.5%였다. ‘건설 중단 의견(40.5%)보다 19% 높았다.

공론화 위원회는 이를 토대로 정부 측에 ‘공사재개’를 권고 한 것이다.

대통령은 22일 이 같은 공론화위원회의 ‘공사 재개 공론화 결과 건의를 수용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로써 ‘신고리 5·6호기’의 ‘공사 중단’과 ‘공사 재개’를 놓고 벌어졌던 찬-반 양측의 논쟁과 논란은 알단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원전 논란’이 말끔하게 정리된 것은 아니다. 수면아래에 숨어 있을 뿐이다. 언제 수면위로 부상할지 모른다.

대통령이 “다음정부가 탈 원전의 기조를 계속 유지 할 수 있도록 천연 가스와 신재생 에너지 확대에 박차를 가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탈 원전 정책의 포기가 아니라 계속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탈 원전 정책’과 관련한 논쟁의 불씨가 되살아 날 여지가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러한 개연성(蓋然性)에 관계없이 이번 ‘대통령 대선 공약’ 추진과 관련한 ‘신고리 5·6 호기 공사 중단과 공사 재개 공론화 과정’에서 ‘잃은 것’과 ‘얻은 것‘에 대한 논란도 많다.

우선 ‘설익은 대선 공약’에 대한 속전속결 식 추진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다.

엄청난 찬-반 논란과 국론 분열이 우려되는 최대 국책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신중성을 잃어버리고 정부 출범 한 달여 만에 ‘일시 중단’을 강행해 버렸기 때문이다.

국가 백년대개의 에너지 정책을 졸속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온당하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추진 강행의 결과는 참담했다, 그동안 1천억 원 이상을 날려버렸다.

한국수력원자력이 공식적으로 밝힌 금액만 그렇다.

여기서 찬-반 갈등과 분열 등으로 지불한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시공업체의 주가 하락이나 대외사업 수주 타격은 가외로 지불할 수밖에 없었던 사회적 비용이자 경제적 피해다.

‘탈 원전 드라이브’가 명분을 잃어버렸다는 평가도 있다.

대통령 공약 정책이 공론화 위원회에 의해 제동이 걸린 것은 정부 여당으로서는 유쾌한 일은 아니다.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을 터이다.

‘일관성을 잃어버렸다’는 공약정책의 신뢰성 하락 문제도 마이너스 요인이다.

이번 공론화 과정을 부정적으로 접근하려는 쪽의 평가가 그렇다. 

중요하고 거대한 국가 에너지 관련 국책사업을 전문성이나 대표성은 물론 법적 지위도 모호한 시민참여단을 통해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가 껄끄럽고 골치 아픈 문제를 공론화 뒤에 숨어 국면을 호도 하려는 것은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일이라는 비판이다.

대의민주주의를 거스르는 반 법치 행태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앞으로도 ‘손 안 대고 코푸는 식’의 이러한 '국면 호도용 꼼수'를 부릴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신고리 5·6호기 사태’는 역설적이게도 “대통령이나 정부 여당이 손해 본 장사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잃은 것’도 있었지만 ‘얻은 것’도 있었다는 것이다.

공론화위원회를 교묘하게 이용해서 얻은 '출구 전략'은 정책적 성과라는 이야기다.

‘신고리 5·6호기 중단’으로 감당하기 힘들었을 토네이도 급 후폭풍을 ‘공론화’의 힘으로 열대성 저기압으로 소멸 시키는 절묘한 ‘신의 한수’를 두었다는 것이다.

‘공사 중단’으로 결정 됐을 경우 이미 투입되었다가 날린 자금 1조6000억 원의 책임공방으로 인한 정치사회적 혼란과 시회적 갈등, 그리고 공사 재개를 원했던 '업체·근로자·지역주민들과 ‘공사 중단 주도 세력’간의 싸움은 사회안전망을 무너뜨릴 수 도 있었다.

그런데도 ‘공사 재개 요구’쪽과 ‘탈 원전 정책 추진 정부’와 ‘공사 중단’쪽을 다독거릴 수 있는 묘수를 공론화위원회가 찾아 줬다는 것이다.

공론화 위원회가 문재인 정부에게 ;꽃놀이 패‘를 쥐어준 것이라는 시각이다.

그래서 정부여당은 앞으로 ‘공론화위원회’식 ‘숙의 민주주의’를 곤혹스런 정책 추진 또는 책임회피 수단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정체불명의 기구를 만들어 무책임한 ‘여론놀이’를 한다면 위험하다.

그것에 맛 들여 대의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거나 밀어내 버리면 곤란하다.

아무튼 ‘신고리 5·6호 기’ 사태는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여당은 물론 사회일반에게도 유의미한 메시지를 던져 준 것만은 분명하다.

이번 공론화위원회의 끈질긴 토론과 숙의가 사회적 갈등과 분열구조를 완화시키고 결과에 승복하는 ‘숙의 문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면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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