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KBS가 50일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두 공영방송의 파업이 장기화 되면서 도민들의 불편 또한 가중되는 상황이다. 지역 자체 프로그램들이 제작되지 못하고 있다. MBC·KBS의 구성원들은 갈등 현장을 취재하던 입장에서 투쟁하는 당사자로 직접 거리로 나와 도민들을 만나고 있다. 이에 제주투데이는 공영방송사인 MBC·KBS 노조의 파업 계기와 현재 상황, 제주 지역사 내부의 문제점 등을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전하고자 한다. 두 방송사 지역사 구성원들이 어떤 MBC와 어떤 KBS를 꿈꾸고 있는지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먼저 지건보 제주MBC노조 지부장을 만났다.

지건보 제주MBC노조 지부장

-파업이 장기화 되고 있다.

빨리 끝났으면 하는 마음이다. 선전전을 지속하고 있지만 파업 이후 어떤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인가, 어떻게 바뀐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기자, 아나운서, PD, 경영, 기술, 영상, 광고사업 각 분야에 대해서 서로가 어떻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지 고민하고 있다. 그에 대한 답을 갖고 있어야 파업을 마쳤을 때 국민들로부터 잘 돌아왔다는 환영을 받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파업에 대한 도민들 반응은?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다. 2012년 파업 때와는 다른 느낌이다. 도민들이 MBC, KBS가 공정방송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느낌이 든다. 거리로 선전전을 나가면 많이들 격려해주신다. 음료수도 주시고, 직접 현수막도 만들어서 주신 분들도 계시다. 녹색당에서 파업을 응원하는 현수막을 직접 공들여 제작해서 주셨다. 한약도 주시고, 매일 열리는 집회에 나와 연대발언과 지지발언을 해주시는 분들도 많다. 최근 제주 지역 대안학교인 보물섬학교 아이들이 와서 응원해주었을 때 많이 뭉클했다.

27일 금요일 제주시청 민원실 앞에서 민중총궐기제주위원회와 언론노조(KBS새노조제주지부, 제주MBC노조)가 촛불집회 1년 기념행사와 함께 파업 문화제를 진행한다.

-이번 파업에 도내 지역 언론의 적폐 문제도 반영되었을까.

이번 파업이 2012년 파업과 다른 부분은 지역 의제가 반영됐다는 점이다. 파업 시작쯤에 춘천 MBC 송재우 사장, 대전 MBC 이진숙 사장이 문제가 많았다. 여수, 목포, 원주의 낙하산 사장들 역시 언론노조에서 언론 부역자로 선정한 사장들이다. 그들에 대한 퇴진 운동을 벌이고 있다. 서울 아나운서 28명이 신동호 아나운서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신동호 국장이 있을 때 12명이 퇴사했고, 11명이 부당전보를 당했다. 신동호 아나운서에게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그런데 사실 당시 신동호 아나운서와 함께 쌍두마차로 MBC 노조 탄압을 이끈 사람이 최재혁 제주 MBC 사장이다. 최 사장은 안광한 전 MBC 사장 시절에 사장 특보를 하면서 특혜를 받아 내려온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제주 MBC에서 낙하산 인사 문제는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는지.

지역사 낙하산 사장 문제는 지역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지역 방송의 자율성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내려온 낙하산 사장들이 지역에 대한 이해가 사실상 전무하다. 낙하산 사장들은 지역에 내려와서 경영 성과를 부풀리거나 늘려서 자신의 임기를 연장하는 일에 집중해 왔다. 그렇다보니 지역 프로그램들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제작비를 줄이고, 지역 프로그램들을 폐지하고, 인력 채용도 이뤄지지 않으면서 다시 지역 프로그램의 질적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런 식으로 지역 자율성이 크게 위축됐다. 제주4·3에 대해 잘 모르는 지역사 사장이 내려와서 제주4·3 특집 프로그램에 쓸데없는 간섭을 하기도 검열을 하기도 하고, 사업이나 지자체 협찬을 늘리면서 방송의 공정성을 훼손하게 되는 일들이 많았다.

-현재 제주 MBC 방송 상태는 어떤가.

모든 조합원이 예외 인력 없는 파업을 하고 있다. 송출도 중단된 상태다. 2012년까지만 해도 단체협약이 있었다. 파업 시에는 송출은 제외한다는 문구를 협정문에 담고 있었는데 회사 측에서 일방적으로 단체협약을 해지했기 때문에 송출 관계자를 포함한 전 조합원이 파업을 하게 된 상황이다. 프린랜서가 진행하는 일부 프로그램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중단됐다. TV뉴스도 중지됐고, 지역 프로그램의 경우도 외부 촉탁직 사원이 제작하는 ‘공감’이라는 프로그램만 빼고 전부 중단됐다.

제주MBC 홈페이지의 시계는 9월 3일에 멈춰진 상태다.

-파업 장기화로 경제적 곤란에 처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들었다.

이번 추석 때 많이 힘들었다. 경제적 상황이 나빠지면서 조합원들이 자녀들의 학원을 중단하고, 학습지를 끊는 경우도 발생했다. 조합원들의 경제적 곤란을 고려하며 파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는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경제적 어려움이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방송을 위한 싸움을 멈추지 않고 버텨주는 조합원들에 대한 고마움 마음이 크다. 이 싸움을 빨리 끝내야겠다는 동기 부여가 된다.

-파업의 목표는 무엇인가.

이번 파업은 단지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과 김장겸 사장의 퇴진만을 위한 싸움은 아니다. 다시는 정권에 휘둘리지 않는 공영방송이 될 수 있도록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정치권과 해나가야 할 일들이 많다. 지배구조 문제는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지역사 낙하산 사장 선임 구조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지역에 맞는, 지역 방송의 자율성을 유지하려면 사장 추천 위원회를 만드는 등의 구조 개선이 필수적이다. 어떻게 보면 사장 선임 구조를 바꾸기 위한 싸움이 이번 파업의 근본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제2의 고영주, 제2의 김장겸은 언제든 다시 나올 수 있다. 그런 일을 막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MBC가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 많은 비판을 받았다.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 한창일 때 광화문광장에서는 MBC 취재진이 비난의 화살을 받기도 했다.

MBC의 많은 조합원들이 ‘잊혀진 10년’라 불리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동안 침묵하진 않았다. 이번 파업에 대해 서울 쪽 조합원들은 왜 그동안 정권에 부역하다가 이제야 파업을 한다고 하느냐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 분들께서 유튜브에 공개한 ‘공범자들(클릭하면 유튜브로 이동)’이라는 영화를 보시면 그러한 오해가 풀릴 거라 생각한다. MBC 내에서 10년 동안 사장 퇴진 운동을 하는 등 정말 치열하게 싸웠다.

사측은 부당해고와 부당전보 등을 도구로 탄압했다. 이번 국정원의 언론장악 시나리오에서도 밝혀졌듯 MBC를 깨기 위한 치밀한 작업들이 이뤄졌다. 조합원들은 그 안에서 처절하게 깨지면서 무기력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사측은 뉴스와 프로그램 제작을 비조합원들에게 거의 다 넘기고 조합원들은 한직으로 보냈다. 조합원들은 제대로 움직일 수조차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이어도 지역 조합원들은 버틸 수 있었다. 지역 MBC 구성원들은 거의 다 노조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지역 조합원들이 꾸준히 싸워왔기 때문에 서울보다 지역의 언론 적폐 문제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 상황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영화 '공범자들' 유튜브 영상 초기 화면. 11월 3일까지 무료로 유튜브에 공개된다.

-언론인으로서 현 상황에 대한 자괴감이 클 텐데.

MBC 구성원들은 MBC에 들어온다는 데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내 경험으로 보자면 다른 구성원들도 처음엔 ‘방송인’이라는 생각을 먼저지 ‘언론인’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을 것 같다. 방송을 하면서 점차 내가 갖고 있는 가치관과 세계관이 도민들에게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에 따른 내 역할을 고민하면서 언론인이라는 정체성을 갖게 됐다. 언론인이라는 생각 없이는 내가 TV와 라디오에서 하는 말들에 힘이 실릴 수가 없다.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 어떤 아이템을 선정하고,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말에 대한 책임을 가지기 어렵다. MBC가 언론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MBC 구성원들 모두가 언론인이라는 대한 마인드가 필요하다. 나뿐만 아니라 제주MBC 구성원들 모두가 노조 활동을 하면서, 그리고 파업을 겪으면서 언론인으로서의 책임감을 크게 느끼고 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 MBC는 사상 최고강도의 파업을 하고 있다. 이 파업은 공정방송을 지키고자 시작한 것이지 임금이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서가 아니다. MBC, KBS 구성원들만을 위한 파업이 아니라, 방송을 국민께 돌려드리기 위한 파업이다. 권력의 나팔수가 아닌 국민의 입으로 되돌아가고자 한다.

세월호 문제나 백남기 농민 문제 등 그간 우리가 침묵하고 제대로 질문하지 못했던, 사회의 흉기가 될 수밖에 없었던 모습들을 깨고 폐허 위에 다시 MBC를 재건하겠다는 마음으로 나왔다. 이 싸움을 이길 수 있도록 도민들이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우리가 제일 두려운 것은 국민들로부터 잊히는 것이다. MBC가 파업을 하든 말든 상관없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두렵다. 공영방송을 위한 정상화, 공정방송을 위한 싸움이라는 점을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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