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방법원(이하 제주지법)이 제주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이하 축제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제주시가 보인 애매모호한 입장은 비판의 소지를 남겼다.

제주지법은 27일 축제측이 신청한 ‘제주시의 신산공원사용허가거부처분 효력 정지’에 대한 건을 일부인용했다.

◇부스사용승낙 철회의 건 집행정지 판결…사용승낙 철회는 “법률규정 없다”

제주지법은 축제측에서 신청한 중 ‘행사용 부스설치의 협조에 대한 철회 부분의 효력’을 판결선고시까지 정지한다고 판결했다.

제주지법은 제주시가 신산공원 내에 행사용 부스를 설치할 수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아 기존 승낙의사를 철회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제주지법은 사실상 제주시가 퀴어축제의 부스사용을 금지하는 처분을 했다고 해석하고, 해당 사항에 대해 집행정지신청을 인용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축제측은 신산공원에서 행사부스를 설치할 수 있게 됐다.

반면, 제주지법은 제주시가 민원조정위원회를 거쳐 장소사용 승낙을 철회했었던 건에 대해서는 축제측의 신청을 기각했다.

제주시측이 “퀴어축제 개최를 위해 축제측이 신산공원를 사용하는 것 자체는 문제삼지 않겠다”고 진술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다툴 이익이 없다고 본 것이다.

공원사용 철회는 법률에도 없어...민원조정위 결정 사실상 무의미

이같이 판결은 언뜻 보면 이해하기 어렵고 복잡해 보인다. 내용은 이렇다.

축제측이 신산공원 퀴어축제를 열고 부스를 설치하기 위해 제주시에게 공원 사용 허가를 신청했다.

이에 제주시는 처음에는 승낙을 했지만, 종교단체가 거세게 반발하자 민원조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승낙한 건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행정기관이 주민의 공원사용을 막을 수 있다는 규정은 전무하다. 다만 공원관리를 위해 점용허가만을 내줄 수 있을 따름이다.

따라서 민원조정위가 심의한 사용 승낙 철회는 사실상 무의미하고 규정에도 없는 결정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제주시는 이를 받아들여 종교계의 비난을 피하려 했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

재판 심의과정에서 제주시가 별다른 입장표명도 하지 않았던 점도 이같은 의심을 뒷받침한다.

권한없이 허가취소하고, 재판서 말바꾼 제주시

이번 재판은 행정재판이기 때문에 행정청의 처분만 논의가 가능하다. 따라서 재판부는 이번 사안이 도시공원법과 관련있을 것이라 보고, 법률 규정에 있는 점용허가와 관련된 부스사용 철회건만 다루기로 했다.

이같은 제주시의 태도에 축제측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김기홍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은 “보도자료에는 사용승낙 철회라고 적어서 우리 위원회가 공원을 사용할 수 없는 것처럼 말해놓고 재판에서 말을 바꿨다”며 “‘유체이탈화법’도 아니고 상황을 왜 이해하기 어렵게 만든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제주시 공원관리담당의 한 관계자는 “도시공원법에는 공원사용허가라고 말은 했지만 공원은 누구나 이용하는 곳이기 때문에 시가 막을 수 있는 권한은 아니며, 공원 사용승낙 철회는 안내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지 처분으로 한 일은 아닌 것으로 안다”라는 모호한 답변만 내놓았다.

결국 종교계측 주민들의 강한 반발에 떠밀려, 공원사용을 막을 권한도 없는 제주시가 축제를 막는 시늉만 했었던 걸 드러낸 셈이다.

제주지법은 이번 집행정지 소송이 마무리 되는대로 취소소송을 열고, 부스사용승낙 철회 부분의 위법을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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