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형 개헌’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지방의회, 각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지방분권형 개헌’과 관련한 토론회·세미나 등으로 봇물을 이루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잇단 ‘개헌의지 표명’이 촉발했다.

대통령은 지난 26일 “명실상부한 지방분권을 위해 지방분권 개헌을 추진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전남 여수에서 열렸던 제5회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에 참석했던 대통령이 전국 시·도지사와의 간담회 자리에서였다.

여기서 “강력한 지방분권 공화국을 국정목표로 삼고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의지는 강고 했고 제시한 로드맵은 구체적이었다.

시·도 지사가 참여하는 제2국무회의를 제도화하고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개칭하는 내용을 헌법에 명문화 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자치입법권·자치행정권·자치재정권·자치복지권’ 등 ‘4대 지방자치권’을 헌법에 반영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 개헌’을 천명한 것이다.

‘지방분권형 개헌’은 문 대통령의 대선 후보시절 공약사항이기도 했다.

대선 과정에서 “수도권과 중앙정부로 초 집중된 권한을 지방정부로 대폭 이양하기 위한 개헌이 필요하다”며 지방분권을 약속했었다.

사실상 현행 중앙집권 체제에서는 수도권이 사람과 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이러한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 중앙정부에 기생하면서 눈치나 보는 변방의 설움에서 벗어 날 수가 없었다.

대통령이 약속했던 ‘지방분권형 개헌’ 논의에 각 지방자치단체 등이 활력을 갖고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뜩이나 현행 헌법은 30년 전에 개정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다양하고 급변하는 시대정신을 담아내기에는 역부족이다.

하루가 다르게 불어나는 몸피에도 맞지 않고 유행이 한참 지난 낡은 옷이나 다름없다.

17세기 영국의 정치 사상가였던 존 로크(1632~1704)는 ‘법은 의복과 같아야 한다’고 했었다.

‘법이 봉사해야 할 사람의 몸에 맞게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30년 전의 낡은 옷이나 다름없는 현행 헌법 개정의 필요성이나 개헌의 당위성을 말해주는 상징적 잠언(箴言)이나 다름없다.

개헌은 오늘날의 국민적 요구사항이기도 하다.

중앙일보가 한 달 여전(9월17~18일) 실시했던 개헌 관련 여론조사도 그렇다.

여론조사 설문 응답자의 68.6%가 헌법 개정에 찬성했다. 국회의원은 찬성이 94.2%였다.

여기서 국민 78.4%, 국회의원 88.8%는 내년 6월13일 지방선거 때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응답이었다.

이를 근거로 한다면 국민 다수는 “개헌안을 만들어 내년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로 결정하자“고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개헌안의 ‘내년지방선거 국민투표 회부(回附)는 대통령도 약속한 바 있다.

그렇다면 헌법 개정은 이미 국민적·시대적 요구사항이 되어버린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문제는 이러한 시대정신과 다양한 국민의 요구를 헌법 개정안에 어떻게 담아내느냐에 있다.

따라서 이번 개헌 작업은 권력구조 개편과 정계개편에 꼼수를 부리는 정치권이 정치 공학적으로 접근해서는 아니 된다.

국민의 기본권을 더욱 확대 신장시키고 선거제도·지방분권 등 시대정신과 국민행복 미래비전의 담론을 엮어내는 작업이어야 하는 것이다.

지방분권을 바탕으로 해서 과도한 권력 집중을 분산시키고 중앙권력과 지방권력의 균점화를 꾀하는 일이다.

여기서 중앙정치권, 특히 국회의 기능과 역할과 책임이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함을 깨달아야 한다.

개헌안을 마련하여 발의하고 국회 본회의 의결 등 헌법 개정작업에서 절대적 권한을 국회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벌써부터 이번 헌법 개정작업이 순탄치 않을 것 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 때의 ‘헌법 개정안 국민투표는 무망(無望)한 일이 될 것’이라는 비관적 시각도 없지 않다.

지금까지 보여줬던 여·야 정치권에 대한 극도의 국민적 불신과 정치 혐오가 만들어 준 정치권의 자업자득인 것이다.

정파 이해에 따른 당리당략적 정쟁과  국회가  2백 수 십 가지가 된다는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권력 탐욕때문에 여·야 간, 정파 간의 개헌안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견은 개헌논의에 대한 정치권의 행태를 꼬집는 것이다.

국회에 대한 국민적 경고인 것이다.

국회헌법개정 특별위원회(이하 특위)는 지난 1월 출범했다.

지난 11일 특위는 전체회의에서 ‘내년 2월까지 특위 차원 개헌안 마련’, ‘3월 중 개헌안 발의’, ‘5월24일까지 개헌안 국회 본회의 의결 절차 마무리’ 등 개헌 추진 일정을 내놓았다.

특위 출범 9개월 만의 일이다.

 1월에 출범하여 구체적 개헌일정을 제시하기까지 9개월이나 걸렸던 사실에 미뤄 본다면 특위가 4개월 만에 개헌안을 확정 할 수 있을까?.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전망은 부정적이다.

권력구조나 지방분권 등 주요 쟁점에 대한 여야 간 입장차가 첨예하고 간극이 워낙 넓고 크기 때문이다.

여·야 의원들은 권력구조에서 자신들의 권력 유지나 확대에 치열 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권력 놀음을 보면 그러하다.

지방분권으로 자신들의 권력이 약화 되거나 줄어들지 않을까, 눈에 불을 켜고 덤빌 것이다. 혈안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정치권력이 스스로 자신의 권력을 내려놓거나 나눠 가졌던 적이 언제 있었나?.

이러한 이유로  현재 정치권에서 추진하고 있는 개헌 작업은 지극히 정략적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일각의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개헌 특위의 로드맵대로 개헌 작업이 진행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민적 기대를 모우고 있는 ‘지방분권형 개헌 작업’에서 “최대의 걸림돌이자 훼방꾼은 국회가 될 것”이라는 지적은 그래서 여·야 정치권에 보내는 국민적 ‘경고 메시지’로 봐야 할 것이다.

이를 무시하거나 외면했을 때 국회를 향하는 ‘국민적 저항’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거칠고 무섭고 무거울 지도 모른다.

정신 차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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