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영태씨가 7일 제주도청 앞에서 열린 양용찬 26주기 추모문화제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고 있다.

7일 저녁 7시 제주도청 앞에서 양용찬 열사 26주기 추모 문화제가 열렸다. 난개발에 신음하는 제주에 대한 반성의 의미가 담긴 뜻 깊은 자리였다.

양용찬 열사를 기리는 추도사 낭독으로 추모문화제가 시작됐다. 배기철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이사는 추도사에서 “우리는 제주를 제2의 하와이를 마주하겠다는 악몽을 마주하고 있다.”면서 “위정자들은 특별법 저지를 위한 당신의 몸부림을 잊은 것 같다. 우리 삶의 터전을 위협하는 제2공항을 강행하려 한다.”고 개탄했다. 배기철 이사는 “당신이 남긴 꿈 그대로 여기 우리가 함께 이어가겠다. 서귀포에서, 성산포에서, 제주에서.”라고 말하면서 양용찬 열사의 영면을 바랐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양용찬 열사의 큰 형 양용호씨는 “그동안 많은 분들이 가족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보내주신 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양용호씨는 “올해도 어김없이 26년 전 그날이 찾아왔다. 오늘이 음력 생일이기도 하다. 오늘은 삶과 죽음이 동시에 있는 날이기도 하다. 특별법이 통과된 지도 26년이 된 해.”라고 26주기 추모 문화제의 의미를 밝혔다.

양영호씨는 “우리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서 안 될 것은 여기가 삶의 터전이며 보금자리가 되어야 한다.”면서 제주 지역 곳곳이 개발로 인한 갈등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양용호씨는 “강정마을, 예래동, 제2공항 성산 지역, 오라관광단지 개발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7일 오후 7시 제주도청 앞에서 양용찬 26주기 추모문화제가 열렸다.

김경훈 시인은 추모시 ‘그대는 분노로 오시라’를 낭독했다. “불로 가신 그대여/다시 오실 때는 물로 오시라/절망으로 가신 이여/빛나는 의로움으로 오시라/행여 기념하러 오지 마시라/이 기만적인 화해와 상생의 시대애 그대는 불화와 상극의 진정으로 오시라/신열로 들끓는 억센 돌개바람으로 오시라/저당 잡힌 산과 바다, 오름과 들녘 다시 지킬 거대한 희망의 해일로 오시라...”

이어진 발언 시간에는 제주의 뜨거운 현안인 제2공항, 강정 해군기지 문제를 지적하는 발언들로 채워졌다.

고권일 강정해군기지반대위 위원장은 도지사에게 너무 많은 권한이 집중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고 위원장은 “공식적인 반대 의견을 낼 수 있는 기초자치단체를 완전히 없애버렸다”면서 “어떤 개발이든 속수무책으로 흘러갈 수 없다”면서 제주특별법의 문제를 지적했다. 고 위원장은 “강정마을에 해군기지에 외국 군함이 8차례 들어왔다.”면서 사실상 미군항으로 이용되고 있는 현실을 알리며 2공항이 들어서면 결국 공군기지로 활용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주도청 앞에서 7일 오후 7시부터 치러진 양용찬 26주기 추모문화제 무대에 제주의 개발 실태를 고발하는 공연이 올려졌다.

김경배 제2공항성산읍반대위 위원장은 “눈물도 나기 위원장은 제2공항이 들어선다면 제주도는 난개발을 넘어서 대 재앙의 길로 인도하게 될 것”이라며 “고향은 삶의 터전이자 생명이다. 우리는 생명줄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 마음을 모아주신다면 끝까지 포기 않고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김경배 부위원장은 ”1991년 제주도특별법저지를 외치며 산화해가신 양용찬 열사의 외침이 두렵지 않느냐. 원희룡 지사는 제주를 떠나가라“고 외치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강원보 성산읍반대위 위원장은 “입지 선정이 철회될 때까지 목숨 걸고 투쟁할 것을 천명한다”고 강조했다.

문상빈 제주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오라관광단지는 총사업비 약 6조원, 유동인구 6만 명 규모다. 노형동보다 더 많은 유동인구가 발생한다.”면서 “대규모개발사업이 개발되려면 제2공항이 건설된다는 가정 하에 진행된다. 제2공항이 들어서면 제2, 제3의 오라관광단지 개발이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상빈 대표는 구좌나 표선 역시 소음피해를 입게 될 지역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제주국제공항의 경우 외도동, 하귀동을 넘어 애월 중산간 지역의 주민들이 항공기 소음 피해를 호소하고 있지만 피해 보상 규정과 달라 받지 못하고 있다. 문상빈 대표는 “두 지역 역시 3~4분 이내로 뜨고 내리는 비행기 소음에 시달릴 것“이라면서 ”제2공항 건설 절대 반대한다“고 밝혔다.

7일 오전 10시 서귀포 신례리에 위치한 양용찬 열사 묘역에서 양용찬 묘제가 엄수됐다. 신례초등학교 교장과 학생들이 분향하며 양용찬 열사의 뜻을 기렸다.

한편 추모문화제에 앞선 7일 오전 10시 서귀포 신례리의 양용찬 열사 묘역에서는 양용찬 열사 묘제가 엄수됐다. 송문석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이사가 추모사를 맡았다. 송문석 이사가 낭독한 추모사는 다음과 같다.

“다시 열사의 묘역 앞에 섰습니다. 당신을 기억하는 선배, 동료, 후배들이 묘역 앞에 섰습니다. 열사여! 당신이 원하고 바라던 세상이 아직 오지 않았지만 아직 포기할 때는 아닌 것 같습니다. 여기 당신을 기억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제2의 관광지 하와이보다 삶의 터전으로써 제주도를 바라는 당신의 외침을 기억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26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당신의 뜻은 우리 가슴 속에 남아 있습니다. 양용찬 열사여! 이 땅 제주에서 당신이 외친 제주사랑, 민중사랑의 꿈을 이 자리에 모인 우리가 만들어 갈 것입니다. 당신이 꿈꾸던 제주, 우리 모두가 바라는 제주를 이룰 수 있도록 함께해 주소서. 여기 모인 우리가 어깨에 걸고 가자던 당신의 뜻을, 희망의 손을 맞잡겠습니다. 양용찬 열사여! 부디 영면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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