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으로부터 ‘카톡’을 받았다. ‘행운의 편지’ 형식의 돈과 관련 된 내용의 메시지였다.

‘돈으로 집은 살 수 있어도 따뜻한 가정은 살 수는 없다.

돈으로 시계는 살 수 있어도 시간은 살 수 없다.

돈으로 침대는 살 수 있어도 잠은 살 수 없다.

돈으로 책은 살 수 있어도 지혜는 살 수 없다.

돈으로 지위는 살 수 있어도 존경은 살 수 없다.

돈으로 의사는 살 수 있어도 건강은 살 수 없다.

돈으로 피는 살 수 있어도 생명은 살 수 없다.

돈으로 쾌락은 살 수 있어도 사랑은 살 수 없다.‘

네덜란드 속담에서 유래된 말이라 했다.

이를 복사해 20명에게 보내면 4일안에 행운이 찾아 올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물론 황당 이야기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어디 이 뿐 이겠는가.

신앙도 살 수 없다. 행운이나 행복도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름답게 솟구치는 감흥이나 가슴 떨리는 감동도 돈으로 요리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돈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필요하고 없어서는 아니 될 수단이기는 하다. 현실은 돈이 사실상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돈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돈의 위력이 날로 거칠어지고 ‘돈이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황금만능의 배금사회(拜金社會)에서 ’돈의 이면(裏面)을 들여다보는 까닭은 다른데 있지 않다.

한 번 쯤 돈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보자는 뜻이다.

돈은 분명 물질적 삶의 풍요와 육체의 편리와 안락을 제공할 수 있는 재화다.

그렇지만 그것이 아름다운 영혼과 마음의 행복까지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행복은 돈의 많고 적음에 있지 않다. 그것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행복의 깊이와 향기와 색깔이 달라진다.

‘돈은 똥이다. 쌓아두면 악취를 풍기고 뿌리면 거름이 된다’고 했다.

톨스토이의 말이라고 전해진다.

프로이트의 ‘꿈의 분석’에서도 똥이 돈으로 상징되고 있다.

발음도 비슷하다. 한국말의 ‘똥’은 영어의 ‘덩(Dung)'과 소리가 흡사하다.

약간의 억지를 동원하자면 음운론 적으로 혹은 의미론 적 상징으로서 ‘돈과 똥’은 한 통속이다.

그렇다면 왜 ‘돈’이라고 하나. ‘돌고 돈다’는 기능에서 비롯되었다는 말이 있다.

유통되어야 돈으로서의 역할을 기대 할 수 있는 것이다.

‘쌓아두면 악취를 풍기지만 뿌리면 거름이 된다’는 ‘돈과 똥 유통의 효용성’에 대한 잠언(箴言)도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

베이컨도 그랬다. ‘돈은 비료와 같아서 뿌리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고 했다.

가진 자와 부자들을 향해 ‘가진 것을 뿌림으로서 건강한 사회의 자양분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문인 셈이다.

“왜 피땀 흘리며 악착같이 일군 재산을 사회에 뿌려야 하느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내가 가진 것을 거리낌 없이 내놓는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가지면 더 많이 가지고 싶은 것이 인간의 욕심이기 때문이다.

성서의 가르침에서 예수는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일이 낙타가 바늘귀를 빠져나가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했다.

남을 향한 부자의 자선행위가 그만큼 어렵다는 상징적 비유다.

그러나 혼자서만 재력이 일구어지는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그러하다.

재력 형성의 8~9할은 다른 사람의 도움에서 이뤄진다. 그들이 소비해주고 이용해 줌으로써 가능할 일이다.

그렇다면 도움을 줬던 8~9할의 사회를 위해 이윤의 일부를 돌려 줄 수도 있는 것이다. 그것이 '주고받는 사회'의 최소한 도리이며 덕목이다.

그래야 사회공동체가 건강 해 질 수 있다.

미국의 워런 버핏이나 빌 게이츠의 재산 기부행위도 가진 것을 나눔으로서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 공동체를 겨냥한 것으로 이해 할 수 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말이 있듯이 ‘돈이 행복은 아니’라는 말도 가능해 진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례가 있다. 어느 소방수의 방송프로그램에서 했던 말로 기억 된다.

사람들이 불타고 있는 집안의 화염 속으로 들어가서 건져 나오는 것들은 (일반인 들이 보기에) 불길에 목숨을 걸만큼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가족사진 엘범, 30년 전 할머니가 준 곰 인형, 간직했던 연애편지 등속이었다고 했다.

설령 재산은 타 들어 가지만 이처럼 소소한 물건들을 건져 가슴에 안고 행복한 표정을 짓더라고 했다.  그들에게는 행복했던 추억이 더 소중했던 것이다.

불에 타 잿더미가 된 집터에서 알이 빠진 결혼반지, 아기 발 도장, 남편에게서 받았던 타고 남은 작은 조각상을 찾아 들고 행복한 웃음을 짓는 여인의 모습을 방영했던 TV 프로그램도 있었다.

이들 사례역시 돈으로는 살수 없는 소중했던 행복의 추억과 감정들이었다.

이야기가 빗나갔지만 오늘은 ‘돈’이야기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도 많지만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도 많다.

어렵고 가난한 이웃들에게 보내는 자선행위는 삭막하고 추운 세상을 보다 따뜻하게 녹일 수 있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다.

깊어가는 가을밤이다. 얼마 없으면 한해를 접는 마지막 달력을 걷어 올려야 하는 연말이다.

이웃을 향해 따뜻하고 정겨운 마음을 엮어 나누는 시기다.

돈 이야기를 꺼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눔으로서 더 따뜻하고 더 넉넉한 공동체의 행복을 보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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