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남승택/ 천주교 중앙성당 주임신부

요즘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내로남불’이라는 용어를 많이 듣게 됩니다. 내가 하면 로맨스이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적대적인 사고를 풍자한 말입니다. 어쩌면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보다는 상대방의 인격을 가능하면 내리고 비하하여, 자신을 힘껏 높여서 인정받고 대접을 받으려는 생각에 지나치게 빠져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상대를 무시하여 나의 존재만을 드려내려는 세상에서 우리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마치 함께 살아가는 이웃의 처지는 아랑곳 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잘난 맛에 사는 이상한 세상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노자는 물을 최고의 선으로 보았습니다. 물은 서로 다투는 법이 없습니다. 물은 스스로 올라가려고도 하지 않으며, 물은 기회만 닿으면 스스로 내려갑니다. 그리고 물은 자기 고집을 부리지 않습니다. 둥근 그릇에 들어가면 둥근 모양이 되고, 네모난 그릇에 들어가면 또 네모꼴 모양이 됩니다. 그러면서 물은 만물을 키우며 토지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줍니다. 이처럼 자신을 낮추고 물처럼 내려가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저마다 남들보다 경쟁에서 이겨내어 높이 올라가려고 발버둥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높이 올라가면 갈수록 언젠가 바닥으로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농부들은 볍씨를 파종하기 전에 먼저 소금물에 담급니다. 싹을 틔울 수 있는 좋은 볍씨는 아래로 가라앉지만, 쓸모도 없는 쭉정이 볍씨는 위로 뜨게 됩니다. 그러면 농부는 아래로 가라앉은 좋은 볍씨를 고른 다음에 모판에 뿌립니다. 사람도 시험해 보면 가벼운 사람은 위로 뜨게 마련이며, 무거운 사람은 아래로 내려앉습니다. 겸손이야말로 모든 덕의 어머니입니다. 특히 지도자들이 갖추어야 하는 덕목이지만, 그런 지도자는 보이지 않고 말만 앞세우고, 행동은 실천하지 않는 지도자들만 세상의 판을 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스라엘에 가보면 Art And Science라는 영재학교가 있습니다. 전국에서 두뇌가 가장 뛰어난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입니다. 그 학교는 시설이나 설비는 최첨단으로 건축되었지만, 기숙사는 대단히 허름하고 볼품이 없고, 생활에 불편하도록 건축되어 있습니다. 기숙사를 허름하게 건축한 이유는 하늘로부터 남들보다 뛰어난 능력을 부여 받았기 때문에, 먹고 사는 것에는 덜 누려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주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능력 있는 자들이 모든 것을 충분히 누리고 살면, 교만해질 수 있다는 것을 미리 경계하도록 가르치고 있는 것입니다. 불행히도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우리는 작아지면 작아질수록 커지고. 낮아지면 낮아질수록 높아지며, 남을 섬기면 섬길수록 더 고귀해 진다는 신비를 깨우쳤으면 합니다. 어느 작가의 “세탁소의 옷걸이”란 책이 있습니다. 그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헌 옷걸이가 새로 들어온 새 옷걸이에게 “너는 단지 옷걸이에 불과한 것을 잊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잠깐씩 입혀지는 화려한 옷을 자신의 신분인 것처럼 착각해서 우쭐대거나 교만하지 말라는 권고입니다. 그러기에 세상에서 주어지는 어떠한 직책들도 잠시 입혀지는 옷에 불과하다는 교훈을 마음 깊이 새겨들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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