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승아 제주도청 존셈봉사회

저는 아직 제주 사투리가 어려운 제주살이 1년 차, 서울여자입니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이 있는 서울을 떠나 홀로 제주로 삶의 터전을 옮겨 왔기에 외롭고 힘들게 제주살이를 시작하였습니다. 제주는 제주만의 괸당 문화라는 고유문화와 정서를 가진 곳으로 저는 홀로 제주살이를 한다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았기에 인터넷 동호회도 가입해보고 제주사람들과 함께할 기회를 만들어 보았으나 그 또한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내가 근무하는 제주도청의 공직자들로 구성된 동호회 존셈봉사회를 만나고 저의 제주살이는 살만해졌습니다. 따뜻해졌습니다.

‘존셈’은 세심하고 따뜻한 인정(人情)을 뜻하는 제주어라고 합니다. 존셈봉사회의 이름처럼 세심하고 따뜻한 마음 씀씀이 덕에 저는 많은 것을 배우고 함께 경험하며, 강은숙 회장님을 비롯한 봉사회 회원분들과 같이 따뜻한 제주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저에게도 제주에서 마음을 나누며 함께할 수 있는 울타리가 생겼습니다.

매월 첫째 주 토요일에는 존셈봉사회 회원들과 제주양로원과 제주요양원을 방문하여 노력봉사를 같이 하고 있습니다. 저는 고작 몇 개월 함께 했지만, 다른 회원들은 10년간 꾸준히 시설을 방문했던 터라 시설 관계자분들이 존셈봉사회를 여간 든든해 하시는 게 아닙니다. 처음 방문한 날은 시설 관계자분들이 겨우 몇 마디 말씀 주셨을 뿐인데 우리 회원님들이 척척 알아서 일을 하셔서 놀라웠습니다.

지난 8월에는 고추장을 직접 담가 지역사회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하는 일을 함께 하였습니다. 그 날은 어렵기만 하던 직장 상사와도 함께 주걱을 맞잡고, 찹쌀 반죽을 하며, 고추장을 소분하는 등 같이 땀 흘리는 동지였습니다.

제주에 아는 사람은 직장내 부서 동료가 전부였는데, 존셈봉사회 회원들은 저에게 일만 같이 하는 동료가 아닌, 함께 봉사활동을 하며 마음을 나누는 동지입니다.

다음 주에는 김장 김치를 직접 만들어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라 이 또한 매우 기대가 됩니다.

특히, 지난 10월 제주에서 개최한 국제스포츠대회(2017 Trans Jeju 울트라 트레일러닝 대회)의 안내 및 음료, 간식 전달 도우미 역할 등을 했던 것도 매우 의미 있게 기억됩니다.

한라산에서 50km, 100km를 뛰기 위하여 30여 개 나라에서 온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 이들과 짧은 영어로 이야기하고 또 응원도 하며 즐겁게 보낸 주말은 춥고 비 오는 날이었어도 그저 따뜻하게만 기억됩니다. 이는 제주에 살고 있지 않았다면 경험 못할 좋은 기회였습니다. 저도 체력을 길러 한 번쯤은 행사 참가자로 도전해 보겠다고 마음먹을 정도였습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존셈봉사회와 함께 활동하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음은 저에게 매우 감사한 일입니다.

봉사(奉仕)란 ‘국가나 사회 또는 남을 위하여 자신을 돌보지 아니하고 힘을 바쳐 애씀’을 일컫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흔히 봉사를 남을 위한 일로만 알고, 남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남다르거나 시간과 금전 등이 여유 있는 사람들이 하는 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여러 봉사활동에 참여해보면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며, 오히려 봉사자가 받고 느끼는 것이 더 많은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저는 대학시절 단순히 아이들이 좋아 5년간 보육원에서 학습봉사, 시설 봉사 등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사회생활을 시작하고서는 주말 시간을 나를 위해 쓰느라 한참을 쉬었습니다. 몇 년을 쉬었던 덕에 봉사를 통해 내가 배우고 받는 것이 더 많다는 사실을 잊고, 마음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을 ‘시간이 없어서, 남을 도울 만큼 여유가 없어서’ 등 핑계만 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존셈봉사회를 통해 다시 많은 것을 배우고 함께 마음을 나눌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함께 마음과 노력을 나누어 느끼는 보람,

‘같이’의 가치를 알 수 있게 해 준 제주도청 존셈봉사회!

저에게는 이런 존셈봉사회가 있기에 제주도에서의 생활이 더 따뜻해 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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