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설 탐라공인노무사 대표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법’이라 한다) 제37조 제1항 제1호 다목(이하 ‘현행규정’이라 한다)은 사업주 지배관리하의 출퇴근재해만 업무상재해로 인정하고 있다. 현행규정과 관련해 출퇴근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공무상재해를 폭넓게 인정하는 공무원에 비해 일반근로자를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점, 사업주로부터 차량 지원 등을 받지 못하는 영세 사업장 근로자를 보호범위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는 점이 꾸준히 지적되어왔다.

헌법재판소는 2016년 9월 해당규정이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취지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면서, 해당규정을 2017년까지만 적용하도록 했다. 국회는 사업주 지배관리하의 출퇴근사고 이외에 통상의 출퇴근사고도 업무상재해로 인정하는 내용의 산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된 산재법은 2018년 1월 1일부터 시행되기 때문에, 시행 이전에 발생한 출퇴근 사고는 현행규정이 적용된다. 다만 헌재결정 및 산재법 개정 취지를 고려할 때, 시행 이전이라도 출퇴근사고의 인정범위를 기존보다 폭넓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하에서는 출퇴근재해에 대한 산재법 개정법률의 주요내용을 검토하고자 한다.

Q. 갑은 대중교통이 불편한 지역의 호텔에 근무하며, 교대제 근무를 하는 등의 이유로 자기소유 차량을 이용해 출퇴근한다. 갑은 2017년 8월 6일 21시 30분경 나이트근무(22시∼07시)가 있어 출근하던 중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사고 발생 당시 갑은 집에서 출발해 정상적인 경로로 사업장을 향해 운전 중이었다. 사망 당시 갑은 37세로 처와 두 자녀(2세, 4세)를 부양하고 있었으며, 월급여는 300만원(1일 평균임금 10만원)이었다. 사고조사 결과 갑의 과실률은 60%로 판정되었다. 갑의 처는 갑의 사고에 대해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 문의했다.

A. 출퇴근사고는 ‘사업주 지배관리하의 출퇴근재해’와 ‘통상의 출퇴근재해’로 구분할 수 있다. 사업주 지배관리하의 출퇴근재해는 현행규정에 의하여도 업무상재해로 인정받는다. 반면, 통상의 출퇴근재해는 현행규정에 의하면 업무외재해가 된다.

2018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개정규정은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하여도 업무상재해로 규정하고 있다. 추상적 개념인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에 대하여는 법 적용상 많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판례는 통상적인 경로에 관해 유일한 것이 아닌 복수의 합리적인 경로도 포함하고 반드시 최단코스만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봐, 합리적 이유가 있는 우회도 통상적인 경로에 포함하고 있다. 개정규정도 통상적인 경로를 일탈한 출퇴근재해에 대하여는 업무외재해로 규정하면서도, 예외적으로 경로일탈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이유로 발생한 경우 출퇴근재해를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례의 경우, 갑은 집에서 사업장으로 정상적인 경로로 출근하던 중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에 통상의 출퇴근재해에 해당해 개정규정에 의하면 업무상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다. 만약 갑이 일상용품 구입이나 병원진료 등을 위해 정상적인 경로를 우회했더라도, 경로일탈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이유로 발생한 것으로 판단되면 업무상재해로 인정받게 된다.

반면, 현행규정은 ‘사업주 지배관리하의 출퇴근재해’만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며, ‘통상의 출퇴근재해’는 업무외재해로 간주하고 있다. 사업주 지배관리하의 출퇴근재해란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를 말한다.

사례의 경우 갑은 자기소유의 차량을 이용해 출근 중이었으므로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판례에 의하면 사업주가 제공한 것에 준하는 교통수단이란 ‘사업주의 지시에 의해 유류비 등 금전적 지원을 받으면서 교통수단에 대한 관리이용권이 사업주에게 속한다고 볼 정도의 사정’이 있어야 하는 바, 사례의 경우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에 준한다고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다.

다만, 판례는 외형상으로는 출퇴근의 방법과 그 경로의 선택이 근로자에게 맡겨진 것으로 보이지만, 업무의 특성이나 근무지의 특수성 등으로 출퇴근의 방법 등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출퇴근 중에 발생한 재해는 사업주 지배관리 아래 업무상의 사유로 발생한 것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따라서 사례의 경우 근무지가 대중교통이용이 불편한 지역이고, 사고발생일 당시 나이트근무로 대중교통 이용이 현저하게 곤란한 점 등 출퇴근의 경로와 방법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음을 충분하게 입증하다면, 업무상재해로 인정받을 수도 있다. 또한 헌재결정 및 산재법 개정의 취지를 고려하면 갑의 사고를 업무상재해로 인정할 개연성이 한층 더 크다. 다만, 현행규정에서 자기소유의 교통수단을 이용하다가 발생한 출퇴근사고에 대한 업무상재해 인정은 예외적인 경우임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상기 사례의 사고발생 시점이 2018년 1월 1일 이후라면 통상의 출퇴근재해에 해당해 업무상재해로 인정받는 데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해당 사고는 개정규정의 시행인 2018년 1월 1일 이전에 발생했기 때문에 사업주 지배관리하의 출퇴근재해로 인정받는 경우에만 업무상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다.

현행 규정은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만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있다. 갑은 자기소유의 차량을 운전해 출근하던 중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에, 현행 규정을 문구대로 해석할 때 사업주 지배관리 아래 있었다고 인정받긴 쉽지 않다. 다만, 외형과는 달리 실제로는 출퇴근의 방법 등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출퇴근 중에 발생한 재해는 업무상의 사유로 발생한 것이라고 인정한 판례 및 헌재결정, 산재법 개정의 취지를 고려할 때 해당 사례가 업무상재해로 인정받을 개연성도 충분하다고 사료된다.

* 이 글은 제주대안연구공동체 홈페이지(http://jejuin.org/)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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