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탐방로였던 마흐니오름을 잇는 '마흐니숲길'이

지난 11월 18일에 개장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설레임과 궁금함으로 마음만은 벌써 수망리로 달음박질한다.

 

한라산에 내린 눈은 상고대를 볼 수 있다는

기대 반 설레임 반으로 번영로 대신 1100도로를 달리는 동안

기대했던 상고대 모습은 아니였지만

가을과 겨울이 공존하는 고지대의 이색적인 풍광은

여운을 남기며 수망리로 향한다.

마흐니오름은 남원읍 수망리에 위치한

표고 552m, 비고 47m인 말굽형 분화구이다.

마안이오름, 마하니오름 등으로 불리워지고 마흐니오름 근처는

일제강점기 및 4.3사건 이전까지 수망리 주민들이 생활공간으로 사용했던 곳으로

오래 전 주민들이 거주했던 흔적 등을 만날 수 있다.

1948년 제주 4.3사건 이전에는 오름의 굼부리에서 밭농사를 지었고

1960년대 후반까지도 노루사냥을 했던 곳이라 한다.

물영아리오름 맞은편 탐방로를 시작으로

조금끈경계~장구못~삼나무숲길~쇠물통~용암대지~수직동굴~

정부인묘~마흐니궤~오름 정상으로 이어진 탐방로는  

5.3km로 왕복 3~4시간 정도 소요된다.

 

탐방로 주차장에는 울긋불긋 옷단풍으로 물들이고

표지판의 숨어 있는 곳을 찾는 술래가 되어 가보지 못했던 미지의 마흐니숲길은

새롭게 단장한 모습으로 가을길로 안내한다.

가던길도 되돌아오게 하는 눈에 들어오는 하얀꽃

계곡 주변으로 색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가을꽃 한라꽃향유가 초입부터

눈 맞춰달라고 발목을 붙잡는다.

곡선으로 포장된 임도로 시작되는 마흐니숲길

시멘트길의 끝은 어디인지 마음은 조급해지고 물영아리오름은 그림자가 되어

내 뒤를 졸졸 따라온다.

안내글처럼 이 곳이 조금끈경계인가?

정낭인 듯 삼나무와 돌담은 미지의 숲 '마흐니숲길'로 안내하고

안내표지판이 없어 이름찾기 숨바꼭질은 계속된다.

 

숲을 들어서자 수북이 쌓여있는 갈색의 나뭇잎

흑과 백의 조화,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는 연리지를 만들어가는 모습

제주의 허파로 불리는 초록의 숲 신비로운 곶자왈로 들어선 듯

하늘을 가린 나무와 덩굴식물들이 뒤섞여 숲을 이루고 돌 위를 덮어버린 고사리류는

밀림 속으로 빨려들어가 듯 꼭꼭 숨겨두었던 비밀의 문이 서서히 열린다.

하늘을 가렸던 숲길은

백발이 된 하얀머리를 풀어헤치고 찬바람에 몸을 맡긴 억새길을 만들며

또 다른 가을 풍광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소나무에 뿌리를 내린 송악은 햇빛을 향해 거침없이 덩굴을 벋어나간다.

소나무에게 송악은 참으로 귀찮은 존재겠지만 송악에게 소나무는 정말 귀한 존재다.

송악 줄기를 자른 흔적은 소나무가 살아남기를 원했었나보다.

 

사각사각 낙엽밟는 가을소리

숲길에는 봄과 여름을 아릅답게 수놓았던 화려한 꽃들은

아름다운 보석들을 숨겨 놓고 숨바꼭질하자고 한다.

이쯤에서 보여야 할 장구못

아무리 찾아도 찾지 못해 술래잡기는 잠시 접어두고....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던 그늘나무는 힘을 다해 붉은색을 토해내고

별이 계곡으로 쏟아진 듯 계곡을 빨갛게 물들이는 단풍잎

먹구름을 밀어내고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이 만들어낸 막바지

늦가을 추억을 담으며 단풍놀이에 빠져보고...

지루할 틈도 없이 단풍의 끝은

다시 수직의 정원 삼나무숲 환상의 길로 안내한다.

삼나무 숲길의 푹신한 흙은 맨발로 걸어도 좋을만큼 부드럽고

숲에서 뿜어나오는 신선한 공기와 편안함에

가만히 서서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커다란 삼나무 품에 안겨보고...

마흐니 용암대지는

물장올에서 유출된 물장올조면현무암이 수십회에 걸쳐

흐르는 과정에서 용암유로를 따라 흘러나온 용암이 편평하게 굳어져 만들어진 것이다.

용암대지의 규모는 약 15m×10m로

0.9m~1.5m 두께의 물장올조면현무암 5~6매가 시루떡처럼 굳어진

용암류의 상부를 흐르는 물에 의한 풍화, 침식작용으로 만들어진 용암단애를 관찰할 수 있다.

비가 내리면 용암단애에서는 폭포수를 이루고 하부에서는 소(沼)를 형성한다.

마흐니오름 하부 의귀천의 짧은 구간에서 용암단애들로 이루어진 5단계의 폭포가 있으며

수십 차례의 용암 유출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는 안내글 설명이다.

낙엽이 수북이 쌓인 예쁜 자리엔

쉬어가는 빈의자가 무척이나 반갑다.

달달한 커피와 간식을 먹으며 길동무와 수다도 떨고... 

수직동굴 주변으로 따뜻한 기운이 느껴진다.

마흐니 수직굴은 일반적인 용암동굴이 수평으로 발달하는 것과 달리 수직으로 발달하여

수직굴 직하부에서 남쪽(수망리 민오름)으로 수평굴이 형성되어 있어

'ㄴ' 자 모양을 하고 있는 독특한 동굴이다.

동굴의 깊이는 약 20m이며, 아래로 내려갈수록 직경이 커진다.

마흐니 수직굴을 이루고 있는 암석은

휘석과 사장석 반정을 함유하고 있는 물장올조면현무암이다.

조선시대 후기에

제주 명월진 만호(萬戶)를 지낸 황한규의 정부인 이씨의 무덤

이 무덤은 20세기 초반 제주 사회의 전통적인 무덤 양식을 이어받은 것으로

봉분 앞 양 옆에는 4단에 8각으로 만든 멍군석(망주석)이 세워져 있다.

산담은 앞이 짧고 뒤가 길게 된 역사다리꼴로 두르고

접담(겹담)으로 되어 있다.

숲에 가려 찾지 못했던 묘는 정비를 하면서 찾을 수 있었다고 하는데

묘 가장자리는 뿌리를 내린 나무들이 엉켜 있고  

밑둥을 자른 흔적이 보인다.

마흐니 궤는 반원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폭이 약 10m, 높이가 약 7~8m에 이르고 깊이는 4m정도 되는 바위굴로

마흐니 오름 남남서쪽 의귀천 상류 계곡에 있다.

궤를 이루고 있는 암석은 물장올조면현무암으로

지표면을 따라 흐르던 물이 궤의 상부로 모여 낙수를 만든다.

마실 물이 있음으로 인하여 마을 사람들이 겨울철에 노루 사냥이나 나무를 벌채하기 위하여

마흐니 궤 내부에서 며칠 동안 숙식을 하며 지냈다고 한다.

마흐니 숲길에는 제주의 허파 곶자왈

화전민들의 생활 터전이었던 집터와 잣성

제주 장례문화를 엿볼 수 있는 정부인 이씨 묘

숲에서 뿜어내는 방향성 물질 피톤치드로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삼나무숲길

화산폭발로 생긴 용암이 흘렀던 자국(용암대지)과 마흐니 숨골(수직동굴)

그리고 그 끝에는 마흔이오름과 찬공기가 만들어낸 늦가을 정취까지

오색을 품은 보물을 숨겨두었던 숲길은 감동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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