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영상위원회(이하 영상위)의 해산을 앞두고 영화․영상인을 상대로 간담회가 열렸다. 하지만 자료나 해명이 미흡하고 관계자들이 대거 불참해 불만족스럽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제주영상위 해산과 관련된 제주문화콘텐츠진흥원 추진상황 간담회가 제주특별자치도의 주관으로 27일 제주영상위 회의실에서 열렸다.@제주투데이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정책과는 27일 오후 5시 영상위 회의실에서 ‘제주문화콘텐츠진흥원 설립 추진상황’을 주제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도 문화정책과와 영상위 관계자를 비롯해 제주지역 영화․영상인이 참여한 가운데 진흥원 설립 추진 현황과 영상위 문제를 논의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영화 전문가들이 간담회를 보이콧하면서 일부 관계자만 참석하는 간담회가 됐다.

제주도, 예술극장 리모델링과 100억원 규모 실내영상스튜디오 설립 계획

이날 도는 진흥원 설립으로 영상위와 제주테크노파크(이하 제주TP)의 문화콘텐츠분야, 아시아CGI센터가 통합될 것이며, 이를 위해 영상위의 해산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한 앞으로 영상위의 기능과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 영상전문인력 육성과 제주영상위원회 설치 근거를 마련하는 등 자구책을 내놓았다.

▲제주영상위원회 건물의 모습@제주투데이

특히 도는 진흥원 내에 수백억원 규모의 시설 설립을 약속했다. 먼저 86억원을 들여서 영상미디어센터 예술극장을 리모델링하고 지역거점형 특화콘텐츠기업의 육성센터로 활용할 방침이다.

또한, 총사업비 100억원을 들여서 2019년까지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예술인마을 인근 공유지에 3천㎡(약 907.5평) 크기의 실내영상스튜디오를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들고 나왔다. 도는 이 스튜디오를 통해 박람회나 콘서트를 개최하고 촬영장비를 임대하는 등 다목적 복합공간으로 활용한 계획이라고 전했다.

진흥원 설명 미흡에 불만…극장․스튜디오 조성 계획에 “의미없다”

하지만 이같은 도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만족스럽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먼저 임형묵 깅이와 바다 대표는 ““예전에 HD사업으로 도에서 수십억원의 돈을 들여서 장비를 구입했지만 1%도 활용되지 못한 채 대부분 제주TP 창고로 들어가있다”며 “중요한 것은 시설이 아니라 사람과 실질적인 계획인데 너무 안일해보인다”고 지적했다.

▲양정환 아이투아이 대표(맨 왼쪽)가 영상위 간담회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제주투데이

양정환 아이투아이 대표도 “보편적인 프로덕션 개념에서는 스튜지어 활용이 많지 않기 때문에 피부로 느낄 수 없다”며 “실제 프로덕션의 목소리를 들어야지 누가 저지리까지 가서 스튜디오 이용하겠나”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조은진 아쿠아픽쳐스 대표도 “며칠 전에 대전에서 797억원의 최대규모인 스튜디오 큐브가 준공됐다”며 “제주 스튜디오를 이용할바에는 대전이나 남양주를 가지 누가 제주까지 오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서 조 대표는 “제주에서 스튜디오를 하려면 국내업체가 아니라 중국 등 해외업체를 대상으로 해야 하는데 애초 타겟층을 잘못 잡았다”고 덧붙였다.

참석도 설명도 반쪽짜리 간담회…“영화인과의 문제 풀고 다시 해야”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는 도의 설명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독립영화인인 서태수 감독은 “영상위는 독립영화를 하는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였는데 사라진다고 하니 불안함이 앞선다”며 “콘트롤타워를 이유로 아무 논의도 없이 영상위를 없앤다고 하면 영화인으로서 화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형묵 대표도 “그동안 도정이 영화인과의 대화가 부족했기 때문에 불신이 쌓였고 이번 간담회에 불참하게 된 것”이라며 “예산 지원이라는 달콤함보다 순수성과 예술성을 지키려는 영화인의 목소리를 듣고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영상위 간담회에 참석한 제주도내 영상·영화 전문가들이 김홍두 제주도 문화체육대외협력국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제주투데이

영화제작자 현종은 씨는 “어느 도지사가 오든지 지속성과 방향성을 가지고 가야 하는데 지금 논리로는 굳이 영상위를 진흥원에 흡수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차라리 영상위를 발전시켜서 도내 영상․영화인들 활동을 지원해 인프라를 넓히게 하는게 낫다”고 말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김홍두 도 문화체육대외협력국장은 “영상위원회의 독립성을 저해하는 내용은 절대 있을 수 없다”며 “결국 진흥원 설립은 영상위를 확대하는 내용이며 영상위를 중심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 국장은 “14년 가까이 유지된 영상위가 20억원 정도의 예산으로 운영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200억원 이상 규모로 베이스를 키워서 영상․영화인을 지원하기 위해서라도 진흥원 설립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여전히 설명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양정환 대표는 "오늘 진흥원에 대한 설명을 기대하고 왔지만 영상·영화인들에게 해명하기 위한 자리인 것 같다"며 "도와 영화인들간의 문제를 정리하고 다시 간담회를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김홍두 제주도 문화체육대외협력국장이 전문가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제주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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