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취재] 지울 수 없는 4·3의 아픈 역사의 현장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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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취재] 지울 수 없는 4·3의 아픈 역사의 현장을 찾아
  • 김태윤 기자
  • 승인 2017.11.28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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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3일 일정의 제주4·3유족부녀회 도외 역사유적지 순례현장

24일 오전 7시30분 제주국제공항

제주4·3은 70년이란 긴 세월의 터널을 지나왔건만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 아픈 기억으로 제주사람들 가슴속에 남아있다.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2박3일 일정으로 제주4·3유족부녀회(회장 오정희) 회원 60여명이 아픈 기억의 현장인 옛날 진주형무소와 마산형무소 자리를 찾아 떠났다.

24일, 아침 일찍 제주공항에 회원들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다.

오정희 제주4·3유족부녀회장을 비롯한 회원 모두는 지난 70년 세월 동안 저마다의 사연으로 아픈 상처를 가슴에 깊이 담고 살아왔다. 모든 회원들 얼굴엔 출발 전부터 깊은 감회가 밀려왔다. 평생 동안의 아픈 기억의 실타래를 하나씩 꺼내야하는 3일간의 여정이었기 때문이다.

제주4·3유족부녀회는 4·3 당시 죄 없이 희생된 분들의 딸과 며느리가 모여 만든 단체다. 연령대로 보면 60대 초반에서 80대까지로 10살도 채 안된 어린 나이에 친정아버지를 잃거나 시댁의 어르신이 억울하게 희생된 가족들이다.

한림이 고향인 한 회원은 “어젯밤 한숨도 잠을 자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가슴 속에 묻어뒀던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의 영혼과 만날 수 있다는 묘한 설렘 때문입니다”라고 다소 상기된 모습으로 말했다.

2박3일 일정으로 유적지 역사순례 나서는 제주4·3유족부녀회(회장 오정희) 회원들

제주에서 비행기로 부산에 도착한 제주4·3유족부녀회 일행은 단숨에 진주로 달려갔다.

지금은 아파트 단지 어린이 놀이터로 변해버린 옛날 진주형무소, 이곳은 한국전쟁 당시 경남 진주시 상봉서동 1098번지의 터로 제주에서 죄 없이 끌려간 사람들을 포함해 경남일대 사람 1,200여명의 재소자가 수용됐다가 1950년 7월 중순에서 하순까지 진주가 인민군의 점령위기에 놓이자 CIC, 헌병대, 경찰들에게 집단으로 살해당한 아픈 기억의 장소다.

옛날 진주형무소 자리(진주시 진주대로 1208번길 16 상봉동 한주타운)

일행들은 아무 흔적도 찾아볼 수 없는 아픈 기억의 장소에서 장만한 제물을 차리며 또 다른 생각에 잠겼다. 놀이터 의자를 제상으로 삼아 술 한 잔 올리는 회원들의 표정엔 오늘 이 자리가 억울하게 돌아가신 분들의 영혼을 조금이라도 위로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까하는 마음이 가득했다. 또한 옛날 진주형무소 자리였고 여기서 많은 분들이 희생됐다고 설명해주는 표석 하나 없어서 회원들의 마음은 머무는 내내 무겁고 착잡했다.

오정희 제주4·3유족부녀회 회장

제주4·3유족부녀회 오정희 회장은 “이렇게 아픈 역사의 현장을 찾아와 보니 그 당시 억울하게 희생당한 부모님 생각에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그러나 이번 방문으로 제주4·3유족부녀회 회원들이 그동안 품고 살아왔던 아픈 상처를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라고 이번 순례의 의미를 강조했다.

25일 오후, 부녀회 일행은 좋은 날씨와 함께 마산에 있는 옛날 형무소 자리를 찾았다.

지금은 시내 도로변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다행히 이곳에는 과거 형무소 자리였음을 알리는 표석이 세워져 있었다. 그래서 표석을 바라보는 회원들의 표정엔 그동안 품었던 또 다른 감회로 상기됐다.

25일 오후, 옛 마산형무소 자리에서 간단한 제례행사

이곳에서 아버지를 잃었다는 김효자 회원(제주4·3유족부녀회 부회장)은 그 누구보다도 가슴이 아팠다. 얼굴도 잘 떠오르지 않는 아버지의 생각에 잠시 숨이 멈춰 버렸다고 한다.

마산형무소도 진주형무소와 마찬가지로 사료에 따르면 4·3 당시 불법 재판으로 15년형을 선고받은 제주출신을 포함한 1681명수감자들이 1950년 6월과 7월 사이 대부분 마산 앞바다 등에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천을 떠도는 제주4·3 영령들의 억울함을 누가 달래 줄 것인가?

이번 ‘제주4·3유족부녀회 도외 유적지순례’를 함께 하면서 참가했던 회원 모두가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다.

26일, 2박3일 일정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 회원들의 가슴속엔 역사의 흔적은 조금씩 지워져 버렸지만 그 아픔을 간직하려는 몸부림은 더 커져 버렸다. 그리고 순례를 마치고 난 후 회원들의 기억은 또 다른 모습으로 더 뚜렷하게 남게 될 지도 모른다.

내년이면 제주4·3이 일어난 지 70주년이 되는 해다.

문재인 정부는 제주4·3의 완전 해결을 위한 국정 100대 과제를 만들고 진상규명과 배·보상 및 명예회복으로 유족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화해와 상생으로 인권이 살아 숨 쉬는 복지국가로 만들겠다고 한다.

그리고 제주도에서도 내년 70주년을 맞아 4·3의 완전 해결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다하겠다고 한다.

이제 제주4·3의 아픔을 진정으로 치유할 수 있는 모두의 지혜와 실천이 더욱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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