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이종익/ 제주국제대, 제주관광대 강사, 제주시학교운영위원장협의회장(전), 제주교도소인성교육강사(전), 제주특별자치도입법평가위원

제주특별자치도 교육청은 지난 24일 제주교육박물관에서 인성교육진흥법(제6조 제6항·제9조)에 따라 "2018학년도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인성교육 시행계획(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었다.

도교육청은 우리 사회의 현실문제 해결 및 미래 사회 준비를 위한 인성교육, 바른 인성 및 민주 시민으로서 자질을 함양하는 데 중점을 두고 학교 교육 과정 기획 운영 지원 등을 추진 배경으로 설정하고 있다.

인성교육진흥법과 인성교육시행계획 공청회를 보면서, 인성(人性)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어떻게 형성되는 것일까? 미래사회를 준비하고 세계민주시민으로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성 덕목과 가치 그리고 인성역량 강화에, 제주의 정신을 어떻게 계승 발전시킬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공자의 중심사상은 인이다. 공자가 인을 논할 때 다양한 용어들을 사용한다. 그 중에서 주요한 것들을 예를 들어 보면, 효(孝)·제(悌)·예(禮)·충(忠)·서(恕)·경(敬)·공(恭)·관(寬)·신(信)·민(敏)·혜(惠)·온량(溫良)·애인(愛人) 등이 있다.

논어에서 언급된 공자의 인은 지금의 인성교육진흥법 제 2조의 예, 정직, 책임, 존중과 배려, 소통과 협동, 정의와 참여, 생명 존중과 평화 등 사람됨과 시민됨의 가치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인을 구성하는 핵심덕목은 결국 사랑이다. 사랑이 부모에게 미치면 효가 되고, 형제에게 미치면 우가 되며, 남의 부모에게 미치면 제가 되고, 나라에 미치면 충이 된다. 사랑이 자녀에게 이르면 자가 되고, 남의 자녀에 이르면 관이 되고, 백성에 이르면 혜가 된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 그리고 사랑이 제주에 이르면 제주향토애가 되는 것이다.

인성은 교육으로 가능한 것인가? 우생학의 창시자 프랜시스 골턴(Francis Galton)은 교양 있는 남성과 부유한 여성의 결혼을 장려함으로써 천부적으로 우수한 종족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보았다. 반면에 행동주의 심리학의 대표자인 부르스 프레드릭 스키너(Burrhus Frederic Skinner)는 인간은 어떤 일이 있어도 환경과의 관계를 지속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며, 환경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오늘날에는 이들의 상호작용에 중점을 두어 이해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인성을 착한 심성의 도덕 교과 수준의 개념적 인식을 뛰어 넘어 보다 넓게 이해하기로 하자.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신하는 미래 시대에는 인간으로서 자존감을 갖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성 교육이 강조되어야 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 제주에서 인성교육에 필요한 중점적인 인성 가치와 덕목은 무엇일까?

주변 환경에 공감하고 협력하며 서로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인성교육 목적의 중요한 하나라고 보고, 이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제주 인성교육 시행 계획에는, 제주도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연적, 인문적 환경 변화를 발견하고 이러한 환경 변화가 제주인들의 인성 변화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의 연구를 토대로 한 것들이 계획에 반영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교육학자 마이클 오크숏(Michael Oakeshott)가 지적한 바, 인성교육은 의도적 혹은 강제적으로 부과되어서는 안 되고 학습자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잠재적으로 수반되어지는 교육을 강조하는 것이라는 점에 공감한다. 제주특별자치도 교육청 독자적으로 학생들을 상대로 하는 학교에서의 인성교육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와 각 시민단체 등이 함께 연계하여 모두가 참여하여야 인성 교육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제사 떡(제주어로 시께떡)을 마을에 돌리던 제주의 풍습이 사라진 것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괸당문화가 사라져가고 있고 공동체 문화가 사라져 가고 있다. 필자는 제주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보면서 행복한 제주 만들기에 하나의 제안을 하고자 한다.

제주의 어제를 보자.

제주의 정신과 제주의 역사는 제주 삶의 터전인 제주 환경과 이 땅에서 살아온 제주인들이 함께 만들어 낸 것이다. 시련과 역경을 이겨내는 정도가 아니라, 시공을 초월하고 삶과 죽음을 뛰어 넘어 생을 이어오며 미래를 개척한 것이다.

제주의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만 했던 제주인들은 함께 하는 공동체 의 수눌음 협동 체계와 나눔과 배려의 소중함을 알았을 것이고, 바람 많고 돌이 많는 자연 여건을 극복하고 살아가는 지혜를 갖고 있었다.

여기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불굴의 의지와 큰 슬픔과 상처에서 일어서는 회복력으로 인해 다시 밭으로 바다로 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개척정신은 섬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진정한 제주인의 가치와 제주인의 역량 등을 세계에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게 해주었다.

지금의 제주를 보자.

연간 1만 명을 웃도는 제주 살이 열풍은 제주도 인구 지도와 제주도의 지형 지도를 바꿔 놓고 있다. 제주 인구의 폭발적 증가로 인해 작은 시골 마을에서는 문화 갈등이 일어나고 공동체 의식이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형제끼리의 화목이 깨어지고, 이웃 사람과는 분쟁으로 집이 반토막 나는 소송이 발생하고 있다.

양적 팽창과 성장으로 제주가 또 다른 위기를 맞으면서, 더 이상 제주의 인구 유입을 원하지 않는 일부 부정적인 정서가 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제주도 당국은 쓰레기, 교통, 상·하수도, 지하수, 전력 등 도민들의 모든 생활 기반시설까지 총체적으로 재검토하고 있고, 중장기적인 종합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제주의 미래를 대비하자.

조용하고 평화로운 제주가 휘몰아치는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 들어선다면, 그만큼 치유하기 힘든 생채기가 남게 될 것이다. 그동안 제주섬의 역사를 만들어온 제주인들의 뿌리이자 정신까지 시나브로 위협받고 있다는 점에서, 제주의 인지적, 정서적, 행동적 인성 발달을 위한 접근이 필요하다.

향후 제주인들의 정신과 인성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연구를 토대로 새로이 변하는 제주 환경에서 옛 제주 선인들이 환경과 더불어 사는 지혜와 정신을 현대 제주의 인성교육에 새로운 모습으로 담아 내야할 것이다.

이제 제주의 섬은 말을 낳으면 제주로 보내라 하듯이, 그저 말이나 키우는 변방의 하찮은 섬이 아니다. 오히려 세계의 주목을 받는 섬이 되면서 많은 고민거리를 양산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성장의 가속화, 급변하는 소용돌이 속에서 새로운 탈바꿈을 해야 하는 진통을 겪고 있다.

새로운 제주는 교통과 같은 기반시설 재검토와 확충은 물론이고, 앞으로 예상되는 마을 사람들끼리의 반목을 화목으로 전환하고, 향후 계획되는 정책을 놓고 벌이는 시민들의 갈등을 새로운 활력소로 전환해야 한다.

어떻게 슬기롭게 해결할 것인가? 제주인들이 함께 소통하고 화해하며 행복하고 살기 좋은 제주를 만들려면, 제주 인성교육에 크게 눈을 뜰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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