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영상위원회의 해산이라는 이슈를 두고 전국 영상‧영화인들이 제주에 모였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제주영상위의 해산과 제주문화콘텐츠진흥원으로의 흡수‧통합이 절대 영상‧영화산업의 발전으로 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11일 오후 3시 하워드존슨 제주호텔 연동 세미나실에서 ‘제주영상위원회 진흥 전략 방안 설명회’가 열렸다.@제주투데이

사단법인 제주영상위원회 해산 반대 범영화인 대책위원회(이하 반대위)는 11일 오후 3시 하워드존슨 제주호텔 연동 세미나실에서 ‘제주영상위원회 진흥 전략 방안 설명회’와 자유토의를 가졌다.

“부서 모은다고 협업되지 않아”

▲정병각 전주영상위원회 위원장

이날 설명회에는 먼저 정병각 전주영상위원회 위원장이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지위와 역할’을 주제로 발표했다. 정병각 위원장은 그간 영화발전기금이 서울과 경기 중심으로 이뤄졌으며 지역 대상 사업은 극장을 대상으로 할 뿐 활동 주체들과의 협업은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다양성영화(독립영화) 부문사업도 축소되거나 변형됐었고, 올해에서야 정부의 영상산업 기반에 지역영상 분야가 들어가게 됐다고 정 위원장은 말했다. 따라서 영상산업의 기초분야인 영화창작의 핵심가치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석필 한국영상위원회 사무총장

이어서 강석필 한국영상위원회 사무총장은 ‘한국영상위원회의 지위와 역할’ 발표에서 영상위원회의 모델을 소개했다. 강 사무총장은 영상위의 모델은 공공기관과 연계한 로케이션 지원이나, 지역홍보와 관광 활성화를 위한 모델도 있지만, 제주에서 활용해야 할 모델은 지역내 인재육성과 산업규모를 키우기 위한 투자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호주나 뉴질랜드, 부산영상위원회 등에서 사용하는 방식으로, 지역영화와 창작자를 지원하는 역할도 맡고 있는 일이다.

이와 함께 강 사무총장은 현재 도가 추진하는 제주문화콘텐츠진흥원 설립을 두고 예전 ‘문화클러스터 사업’의 실패사례를 예로 들었다. 강 사무총장은 “당시 상이한 장르와 회사들이 모였지만 성공한 사례는 제로였다”며 “콘텐츠진흥원도 현재 영화산업이나 음반, 영상, 출판 등이 모두 들어와 있지만 부서가 협업을 통한 성공사례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현장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기동성과 탄력성이 중요한데 규모가 커지면 관료화되고 현장과 멀어진다는 것.

“현재 문화계는 콘텐츠진흥원 해체를 원한다”

한편 ‘제작자의 입장에서 본 제주영상위원회 존치 이유’라는 주제로 발표에 나선 안영진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대표는 더욱 구체적으로 현재 전국적으로 중앙정부와 논의되고 있는 콘텐츠진흥원 해체 논의를 설명했다.

▲안영진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대표가 현재 중앙정부 차원에서 논의되는 콘텐츠진흥원의 현황을 설명했다.@제주투데이

안 대표는 먼저 콘텐츠라는 산업이 ICT 기반에 미디어를 부속산업으로 보는 정책적 오류였다는 점을 들었다. 영화나 방송, 음악, 문학이 모두 독자적인 문화장르인데 무리하게 통합하려다보니 대기업과 성장 위주의 유통 중심으로만 흘러왔다는 지적이다.

둘째로 융복합의 함정을 설명했다. 이미 영화와 방송, 만화, 게임 등의 융복합 시도가 있었지만 웹툰과 영화의 합작만이 일부 성공했다는 것. 그것도 그나마 ‘신과함께’나 ‘은밀하게 위대하게’처럼 이미 성공한 웹툰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실질적인 융복합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

셋째로 양 대표는 직원 전문성의 약화를 꼽았다. 문화의 장르가 각자 다르다보니 이를 통합하려는 시행자들의 능력이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규모만 커지고 관료화되다보니 감시와 감사조차 쉽지 않게 됐다고 양 대표는 말했다.

따라서 양 대표는 "이같이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계간에 콘텐츠진흥원을 해체하거나 분리, 축소하는 논의가 거론되고 있는데 제주는 그와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어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11일 오후 3시 하워드존슨 제주호텔 연동 세미나실에서 참석자들이 자유토의를 하고 있다.@제주투데이

반복되는 논란, 소통의 아쉬움

이같은 영상‧영화인들의 우려와 행정에 대한 불만은 자유토의시간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김홍두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체육대외협력국장은 “제주영상위가 15년간 진행됐지만 그간 사업비는 20억조차 되지 못했다”며 “도가 추진하는 진흥원은 수익이나 효율성을 따지는 게 아니라 판을 키워서 그 안에서 지역 인재들이 맘껏 재량을 펼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김 국장의 말에 많은 참석자들이 반발했다. 한 도내 영화인은 “지난 3년간 제주영상위는 부위원장도 없이 운영됐고, 사무처장은 지금 휴가중이며 퇴임을 앞두고 있다”며 “그 누구도 영상위를 책임지지 않고 진흥원에 흡수된다는 명목으로 방치돼왔다”고 지적했다. 도가 진흥원 설립에만 신경썼을 뿐 영상위 역할을 고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고혁진 반대위 위원장은 “2년 전 용역 설명회 이후 한번도 언급이 없다가 정부에게 진흥원 설립을 받기 위해서 갑자기 영상위 해산을 들고 나왔다”며 “체계적인 사업강화와 전문교육과정 확대를 위해 제주영상위는 반드시 존치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이날 설명회의 참석자들이 김홍두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체육대외협력국장의 말을 듣고 있다.@제주투데이

그간 소통 부재의 지적도 나왔다. 중간적인 입장을 보인 참가자들은 “이번 설명회에서 제주 영상‧영화인들이 무엇을 얻고자하는지 무엇이 대안인지 잘 드러나지 않아 아쉬웠다”고 평하면서도 “이는 절차상의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며 도에서 민주적 절차에 따라 진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이에 김홍두 국장은 “오늘 설명회에서 이야기된 것은 앞으로 진흥원을 설립하면서 나아가려는 방향”이라며 “다소 설립 시기가 늦어지더라도 영화산업발전의 발전을 위한 방향이라는 것을 공유하면서 가겠다”고 답했다.

이날 설명회에는 전국 영화인들을 비롯해 30여명의 관계자들이 모여 열띤 토론을 벌이며 큰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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