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안개일수는 공항 입지를 선정하는 조사에 있어 중요하게 다뤄지는 분석 항목이다.

그러나 제주 공항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 검토(이하 사전타당성 검토) 조사 용역진은 정석 비행장의 연간안개일수를 정석비행장 측의 비공식적인 데이터를 사용하며 비판을 자초했다.

사전타당성 검토 최종보고서의 정석비행장의 연간안개일수가 33일로 타 후보지들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많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사전타당성 검토’ 보고서는 단순한 연간안개일수 수치와 그에 따른 점수만 제시했을 뿐, 분석 과정과 배점 기준은 밝히지 않았다.

제주 공항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 검토 최종보고서 209p.

사전타당성 검토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정석비행장은 연간안개일수가 가장 많기 때문에 2단계 후보지를 대상으로 한 기상 분석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정석비행장이 3단계 후보지로 선정되지 않은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사전타당성 검토에 나타난 각 후보지별 연간안개일수와 점수를 살펴보면 대상후보지 기상 분석에서 성산은 12일로 10점, 정석은 33일로 1점을 받았다. windcoverage 항목에 대한 배점을 더해 평균을 낸 대상후보지 기상 분석 점수는 성산은 10점, 정석은 5.5점이다.

10점척도법에 의한 2단계 후보지 평과 결과를 보면 연간안개일수로 인한 성산과 정석의 기상 부문 점수 차이는 더욱 현격하게 벌어진다. 제주 공항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 검토 최종보고서 214p.

10점척도법에 의한 2단계 후보지 평과 결과를 보면 연간안개일수로 인한 성산과 정석의 기상 부문 점수 차이는 더욱 현격하게 벌어진다.(정석 2점, 성산 10점)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진은 연간안개일수를 어떻게 책정했을까. 사전타당성 검토의 총괄연구책임을 맡은 김병종 한국항공대학교 교수는 연간안개일수는 기상대의 자료를 활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제주투데이>는 제주기상청 관계자에게 연간안개일수 책정 방식을 물었다. 제주기상청 관계자는 기상대에서 안개로 인한 시정거리가 1km에 미치지 않는 날을 관측해 ‘연간안개일수’를 기록한다고 밝혔다. 사전타당성 검토 조사 시 정석비행장을 제외한 모든 후보지들의 연간안개일수는 이와 같은 자료를 반영했다.

정석비행장 위치도.

그러면 정석비행장의 안개일수는 어떻게 책정됐을까? <제주투데이>는 정석비행장의 연간안개일수가 유난히 많게 책정된 이유를 파악하고자 제주기상청과 정석비행훈련원 운영팀 관계자에게 관련 내용을 물었다. 그 과정에서 뜻밖의 대답을 들었다.

그 관계자는 <제주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가진 자료는 연간안개일수가 아니다. 항공기를 운항할 수 없는 기상 상태가 몇 퍼센트다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석비행장의 자료를 기상청 공식 연간안개일수 자료와 동등한 기준으로 작성된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정석비행장의 안개 관측 시정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묻자 정석비행장 관계자는 800m라고 답했다. 기상청의 데이터를 근거로 하는 다른 후보지들에 대한 연간안개일수 관측 시정거리보다 200m나 짧다. 타 후보지들에 대한 안개 관측 기준 자체가 다른 것. 관측 시정거리가 짧아질수록 안개일수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에 형평성 있는 자료를 만들고자 한다면 정석비행장의 안개일수 역시 타 후보지들의 연간안개일수 책정 방식과 동등한 기준으로 작성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기상 분석에 있어 후보지에 가장 가까운 기상대의 자료를 활용한다는 원칙을 지켰어야 한다는 얘기다. 정석에서 가장 가까운 기상대는 성산기상대다.

기상 분석 시 가장 가까운 기상대의 자료를 활용한다는 원칙에 따라 성산기상대의 자료를 활용하면 정석과 성산, 난산 등의 연간안개일수 및 기상 분석 평가 결과 점수는 모두 동일해진다. 

한편 ‘전문가’들이 실시한 사전타당성 검토 최종보고서의 다양한 오류들에 대한 지적이 있어 왔다. 그러나 최근 국토교통부가 사전타당성 검증 재조사 역시 '전문가들의 결정과 판단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제2공항성산읍반대위와 제2공항반대범도민행동 등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도민과 지역 주민들의 참여도를 높이지 않는다면 '전문가'에 대한 불신 해소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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