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정/ 제주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팀장, 제주대학교 일반대학원 교육학과(상담심리) 박사과정

‘4차 산업혁명’이란 말이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되었다. 작년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격돌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에 큰 반향과 파장을 일으켰고, 인공지능이 일상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는 경험이었다. ‘4차 산업혁명’이란 말은 2016년 초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WEF)에서 현재 이후를 4차 산업혁명으로 명명하면서 시작되었고, 알파고의 등장으로 일반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4차 산업혁명은 ‘지능정보사회’라는 용어와 거의 같은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인공지능의 발전에 따라 사회가 풍요로워 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는 것에 비례하여 기계에게 인간의 영역을 빼앗길 것이라는 불안감도 함께 커지고 있다. 인간대표와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결에서 연이은 패배는 그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향후 15년 이내에 기존 직업의 60%가 사라지고 10년 후의 직업은 아직 생기지도 않았다든지 그동안 인간의 영역이라 생각했던 예측과 추론의 사고 영역까지 로봇과 인공지능 기술이 대체할 수 있다는 것 등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아직 그 위세와 특징, 내용도 막연한 상태이지만 지금과는 상이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해야 함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정부, 언론, 경제계뿐만 아니라 학계에서도 4차 산업혁명사회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절박감이 높다.

지식정보사회가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정보기술이 발달되어 ‘물질’보다 ‘지식’의 부가가치가 증대되는 사회 변화를 의미한다면, 다가오는 지능정보사회는 무형의 디지털 정보기술에 물리학과 생물학이 결합되면서 인공지능, 유전자편집 등 실체화된 물질적 변화를 동인하고 있다는 데 특징이 있다. 지식정보사회가 물질에서 정보와 지식으로 사회 패러다임을 전환시켰다면, 지능정보사회는 그러한 정보와 지식중심의 디지털 기술이 실제 세상으로까지 회귀하여 우리 삶에 급격한 변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사회는 어느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고 전 세계적인 흐름으로 귀결되고 각 국에서는 경쟁에 앞서 나가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회 변화를 예측하고 세계적인 교육 혁신 트렌드에서 우리 교육의 역할과 변화 방향에 대한 답을 찾아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4차 산업혁명사회로 사회 패러다임이 바뀌면 교육 패러다임 역시 바뀌어야 하고 이는 단순히 교육 내용이나 방법이 바뀌는 차원을 넘어 교육계의 근본적 변화는 당면 과제가 되었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오는 변화로 WEF(세계경제포럼)는 네 가지 지능을 강조하였다. 먼저 정신은 맥락적 지능으로, 지식을 이해하고 적용하는 능력이다. 두 번째 마음은 정서적 지능으로, 생각과 감정을 처리하고 결합하여 자신과 타인과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하는 능력이다. 세 번째 영혼은 영감적 지능으로, 변화와 공동의 이익 실현을 위하여 개인과 집단의 목적의식, 신뢰, 덕목을 활용하는 능력이다. 네 번째 몸은 신체적 지능으로, 개인적 변화와 구조적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에너지를 얻기 위하여 본인과 주변의 건강 및 행복을 촉진시키고 유지하는 능력이다.

우리나라의 교육 현장에서도 WEF(세계경제포럼)가 강조한 네 가지의 능력을 개발하고 갖추도록 하는 시스템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4차 산업혁명사회를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우리는 4차 산업혁명사회에 맞는 어떤 교육을 실시해야 하는가? 그에 따라 아직은 인공지능보다 인간이 필요한 영역으로 분류되는 상담,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상담은 기존과 구별되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며 어떤 역량을 함양해야 하는가?

4차 산업혁명사회의 도래로 인간의 삶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변화가 예상된다. 그러나 불확실한 미래에서도 공동으로 추구할 목표는 인류의 번영과 발전이고 모든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은 확실하다.

첫째, 과학기술의 혁명적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화, 디지털과 물리세계와의 결합, 바이오 분야의 혁신 등이 주요 특징이다. 인공지능, 로봇공학,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자동차, 3D 프린팅, 나노기술, 생명공학, 재료공학, 에너지 저장기술의 발달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진보가 이루어지는 시대다.

둘째, 사회 체제의 혁명적 변화가 예상된다. 미래사회는 ICT 기술의 발달로 언제 어디에서나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초연결사회가 될 것이며, 개인화와 지능화를 특징으로 하고 종국에는 사람, 사물, 공간의 연결을 넘어서서 가상세계와 융합되고 지능화된 인터넷 세상으로 진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셋째, 직업 구조의 급격한 변화가 있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지능정보기술로 인해 새로운 직업이 탄생할 것으로 예상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상당수의 직업이 소멸하면서 실업이 늘어나고 소득불평등이 증가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존재한다. 과학기술과 사회 체제, 경제 및 직업 구조 등 모든 분야에서 변화가 올 것이다. 4차 산업혁명사회에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교육 변화와 이에 맞는 학교 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사회에서 교육의 변화는 교육 철학 및 목표 영역에서는 평생교육, 개성교육, 협력, 인간존중 등을 지향하며, 교육과정 영역에서는 교육과정의 다양화, 삶 중심의 교육과정을 추구하고, 교육내용 영역에서는 역량 및 시민성 중심의 교육을, 교육방법 영역에서는 다양한 테크놀로지 및 네트워크 기반의 교육을, 교육복지 영역에서는 교육 소외자 및 소수자를 위한 교육복지의 강화를 추구해야 한다.

Schwab(2016)은 4차 산업혁명사회가 인간에게 재앙이 아닌 축복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 인간이 그에 맞는 능력과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고 하였다. 특히 상황맥락적 지능, 정서지능, 영감 지능, 신체 지능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사회에서의 교육의 변화는 학교의 변화로 이어질 것이다. 미래사회에서 학교의 소멸을 예측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오히려 미래사회를 대비하고 미래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준비하는 측면에서 보면 학교는 더욱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학교 이외의 곳에서 미래사회에 대한 체계적인 대비와 준비는 어려울 것이 예상되기 때문 학교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학교의 역할과 기능은 4차 산업혁명사회에 맞게 새롭게 정립이 필요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사회에 맞게 변화해야 할 학교의 모습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지능정보 역량을 길러주는 학교가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지능정보 역량을 길러주는 것은 학교의 책임이며, 학교는 지능정보 역량을 함양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 학교는 학습자의 다양성과 발달단계를 고려하여 모든 학습자가 스스로 자신의 지능정보 역량에 적합한 교육활동을 자기 주도적이고 주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통합수업 및 융합수업이 일상화 될 것이다. 학생들이 살아갈 세계 자체가 이론과 실제, 인간과 비인간, 실제 현실과 가상현실 등이 다양하게 통합, 융합되는 세상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사회의 초입이라고 할 수 있는 현재에도 자유학기제와 같은 미래지향적 교육정책에서 통합 및 융합수업을 강조하고 있으며, 교사들의 팀티칭도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셋째, 학년이나 학급의 구분은 큰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될 것이다. 온라인 및 가상세계, 글로벌 네트워크 속에서 학생들의 학습 및 적응 양태, 학습 격차도 더 크고 다양하게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사회의 학교에서는 무학년제, 무학급제가 일반화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사회에서 학습의 기반은 학교, 학급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네트워크와 온라인 체제 속에서 전 지구적으로 확대될 것이기 때문에 학습의 단위로서 학급은 존재 의의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학년과 학급으로 묶이는 폐쇄 체제에서 국내외를 망라한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개방 체제로 전환되어야 하는 것이다.

넷째, 학교는 공동체로서의 학교가 될 것이다. 교사와 학생들의 학습 맥락과 토대가 바뀜으로 인해 학교 체제 역시 변화하는 것이다. 교장-교감-교사-학생으로 이어지는 수직 체제가 아니라 구성원 모두 다양한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공동체로서의 학교 체제가 구축될 것이다. 이런 체제는 단위학교를 기반으로 하되 거기에만 머무는 것이 아닌 사회, 국가 차원, 나아가 지구촌 공동체로 이어질 것이다. 지식이나 환경 변화에 교사나 학생 개인이 대응하기에는 어렵기 때문에 학교구성원 뿐만 아니라 외부 관계자들이 함께 학교의 진화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위계적 체제를 탈피하여 공동체로서의 학교체제 구축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다섯째, 인공지능, 로봇 등으로 대변되는 과학기술의 급격한 발달로 인해 비인간화 및 인간 소외 문제가 커질 것이다. 4차 산업혁명사회에서는 기존의 빈부격차에 더하여 지능정보 역량의 격차까지 심화되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인간들 사이에 격차와 갈등은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면, 더욱 황망하고 비인간적인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사회가 가속화 될수록 이러한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서 안간 자체가 소중하고 귀하다는 것을 깊이 있게 가르치고, 더 나아가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에 대해서도 엄격하게 가르쳐야 할 것이다.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4차 산업혁명은 사회와 학교에 적잖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학교는 학년이나 학급의 구분이 무의미하고 온라인과 네트워크로 지식을 축적하는 학교이면서 공동체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과학기술의 급격한 발달은 비인간화 및 인간 소외 문제가 발생하기 쉽고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에 대해 교육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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