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사랑에 빠졌다.

나뭇가지 사이로 먹구름을 밀어내는 햇살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던 그늘나무도 단풍이 들고

가을이 깊어지면서 갈색 낙엽 위로 용의 구슬을 물고  

땅을 기어 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덩굴용담'이 마음을 빼앗아간다.

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초가을

숲 속 그늘진 곳에는 우아하지만 도도한 숲 속 미녀

순백의 고운 덩굴용담이 가는 줄기로

나무 타고 거침없이 올라가는 모습이 나무타기 선수다.

덩굴용담은

용담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덩굴식물로

제주도와 울릉도에 분포하는 비교적 귀한 식물이다.

산림청이 지정한 희귀 및 멸종위기식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뿌리의 쓴맛이 웅담보다 더 강해 붙여진 '용담'

용담은 한약명으로 '용의 쓸개'라는 뜻으로

덩굴용담은 용담과 닮았지만 덩굴지는 모습에서 '덩굴용담'이라 부르는 듯 하다.

햇살이 들어오는 산 기슭 그늘진 곳이 자람터로

숲 바닥을 기어가다가 줄기에 닿는 물체를 만나면 가는 줄기를 감고 올라간다.

마주나는 잎은 긴 난형으로 끝은 뾰족하고 아래쪽은 심장모양으로 가장자리는 밋밋한데

잎 앞면은 녹색, 뒷면은 자주색을 띠고 있다.

흰색 또는 연보라색 꽃이

줄기 윗부분의 잎겨드랑이에 한 송이씩 달리는데 8월~10월까지 볼 수 있고

아침 늦은 시간에 피어 오후가 되면 일찍 문을 닫아버린다.

애기나팔꽃을 닮은 꽃은

윗부분이 다섯 갈래로 갈라진 통꽃으로

밑으로 내려가면서 좁아지는 모양이 나팔모양을 하고 있다.

꽃잎 밖으로 돌출된 빨간 열매

긴 공모양의 붉은 열매는 꽃잎 밖으로 나와 있고

씨방에 대가 있어서 꽃이 진 후에 열매가 길게 자란다.

암술대가 남아있는 모습이 보인다.

여름의 끝자락을 붙잡고

나무를 휘감아 오르다가 피어난 어여쁜 꽃

영글어가는 가을 숲 속 그늘진 곳엔

긴 공모양의 붉은색 열매가 꽃부리 밖으로 고개를 내밀면

꽃 만큼이나 더 어여쁜 용의 구슬

원하는 바를 모두 이룰 수 있는 구슬 '여의주'

너를 품으면 소원이 이루어질까?

덩굴용담의 꽃말은

추억, 당신의 슬픈 모습이 더 아름답다.

#관련태그

#N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