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2일부터 15일까지 제주에서 제주시 주최로 ‘전국문학인대회 제주포럼’이 열렸다. 필자는 재일 제주인 문인으로서 과제로 주어진 ‘재일제주인 문학과 한국문학’이라는 주제를 발표했었다.

이 포럼에는 한국 문단 단체의 중앙 임원들도 참석했었다. 그 분들과 재일 제주인 문학만이 아니고 재일동포 문학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눴다.

그 대화 속에서 필자가 절실히 느낀 것은 일본어로 쓴 동포 문인들에 대한 인지도는 물론 관심도가 아주 낮다는 점이었다. 물론 외국어(일본어)로 쓴 작품에 대한 언어 장벽의 결과이지만 씁쓸했다.

글을 쓰는 문인들에게도 제주 지역을 벗어나면 재일동포 문인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엄청나게 다른데 일반인들에게는 더욱 그럴 것이다.

그래서 재일동포 문인에 대해서 좀 더 알리기 위해 그때 발표한 원고를 제주투데이에 게재한다.

재일제주인(在日濟州人) 문학의 외연과 경계

저에게 주어진 발표 주제는 '한국문학의 외연과 경계를 말한다'로서 재일제주인 문학과 한국문학이다. 여기서 우선 재일제주인이라는 언어의 개념을 정립해야 하겠다. 재일제주인이라는 관용어가 있다면 재일동포 사회에는 재일경상인(慶尙人 )이나 재일전라인(全羅人)이라는 언어들도 존재해야 하지만 이제까지 들어본 적이 없다.

최근 재일동포의 인구현황을 보면 2016년 12월 말 현재 약 48만5천명 중 조선적이 약 3만2천명이고, 해방 후 일본귀화자가 약 36만5천명으로서 지금도 매년 약 5천명이 귀화하고 있다.

한국의 본적지별로 본 재일동포 구성은 (2012년 현재 일본총무성 통계국이 2012년 11월 5일 공표 후 본적지별 구성통계는 폐지되었음) 경상남도 약 14만8천명, 경상북도가 약1 0만9천명, 제주도가 약 8만6천명, 서울특별시가 약 6만명으로서 4개 지역이 전체의 약74%를 차지하고 있는데 제주도가 세 번째로 약 15%다.

현재 한국 인구는 약 5천백만명 중 제주도 인구는 약 66만명으로서 비율은 전체의 약 1.2%이다.

재일동포 인구에서는 제주 본적지가 약 15%이고 제주도 인구와 비교할 때의 비율은 약 13.6%이다.

이 통계속에서 제주에 본적지를 둔 재일동포의 비율이 높음을 알 수 있으며 이것은 동포 사회만이 아니고 제주도와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가를 입증해 주고 있다.

이러한 연관성으로 재일제주인라는 관용어가 나왔으며 이 말이 시민권을 얻고 있다고 저는 생각한다.

어느 국가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한국은 세 개의 인연이 뿌리깊게 한국사회를 형성하고 있다고 한다. 지연, 혈연, 학연이다. 그러나 외국에서 생활할 때 또 하나의 인연이 있다. 바로 국연(國緣)이다. 외국에서의 국연은 지연, 혈연, 학연을 초월한 동일국적의 사람으로 구성되어 새로운 조직을 형성한다.

이 국연이라는 단어는 제가 오늘 이 자리에서 처음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혹시 그 전에도 사용했었던 분이 계셨다면 죄송하다.

재일동포는 구식민지 종주국에서 살면서 72년을 맞이했다. 지금은 3. 4세까지 이어지고 있다. 해방 후 한국에서 교육을 받은 한글세대의 일본거주자도 늘어나고 있지만 거의가 식민지 당시부터 살았던 후손들이다. 구 식민지 종주국에서 많은 차별을 받으면서도 그 나라의 국적을 취득하지 않고 계속 고국의 국적을 고수하는 재일동포와 같은 예는 인류사에 거의 없다고 저는 생각하는데 사회학자들도 사실이 그렇다고 한다.

이러한 생활 환경속에서 나온 것이 바로 재일동포 문학이다. 일본에서는 재일문학이라고 하는데 다른 외국인 거주자에게도 쓰지만 일반적으로 재일동포들의 문학을 말할 때 사용한다. 물론 그 중에는 국연을 떠나 귀화한 동포문인들도 포함되어 있다.

토쿄에 있는 일본 벤세이(免誠)출판사가 2006년에 재일동포 문학전집 '재일 문학전집’ 18권을 발간했다. 이제까지 단편적인 문학전집이나 어느 개인전집은 종종 있었지만 이렇게 동포문인들을 총망라한 전집은 처음이었다.

모두 54명이 일본어로 쓴 6백편 이상의 작품이 수록되었다.

현재 재일제주인 문인은 고인 3명까지 포함해서 모두 17명인데 재일동포 문인들속에 제주인이 약 31%로서 재일동포 인구비율로 볼 때 아주 높은 숫자이다.

장르별로 구분하면 소설이 김석범, 양석일, 원수일, 김길호, 김유정, 김창생, 김중명, 김마스미, 현월, 카네시로카즈키, 故 김태생, 이양지 12명이며 시에는 김시종, 정인, 故 종추월이며 논픽션 고찬유, 아동문학은 고정자로서 남성이 11명이고 여성이 6명이다. 한글세대로 소설을 쓰는 사람은 저 혼자뿐이다.

여기에서 재일제주인 문인들의 장르별 소개만으로는 아주 미약하고 그렇다고 자세히 소개하기엔 지면과 발표시간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간단히 각자의 작품집 한권과 수상경력 하나만을 열거하겠다.

소설에서는 김석범(92) <화산도, 마이니치예술상수상> 김태생(작고) <나의일본지도> 양석일(81) <피와 뼈, 야마모토슈고로오상수상> 김길호(67) <이쿠노아리랑 한국어, 해외한국문학상수상 한국문협> 원수일(66) <이카이노타령> 김창생(65) <이카이노발코리안카루타> 김유정(65) <단편 포도, 라이락문학상수상> 이양지(작고) <유희, 아쿠다가와상 수상> 김중명(61) <산학무예장, 아사히신인문학상수상> 김마스미(56) <매솟도,문예신인상수상> 현월(52) <그늘의집.아쿠다가와상수상> 카네시로카즈키 <GO, 나오키상수상>이 있다.

시에서는 김시종(88) <조선과일본에 살다, 오사라기지로오상 수상> 정인(86) <감상주파> 종추월(작고) <종추월시집> 아동문학에서는 고정자(70) <할아버지 담배통, APPA상 수상> 논픽션은 고찬유(70) <타향살이, 부락해방문학상 수상>이 있다.

이 자료는 제주문협이 발간하는 <제주문학 제2집> 2005년에 필자가 쓴 <제주출신 재일동포들의 문학활동>과 그 후의 작품을 참고로 발표하고 있다.

제주출신이라면 제주에서 태어난 사람을 말합니다만 한국매스컴에서는 본적지나 원적지를 중심으로 다른 지역 일본등에서 태어난 사람들에게도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저는 이 점을 구분해서 썼지만 김시종 시인이 부산출신이고 고 김태생 소설가와 제가 제주출신이며 다른 분들은 거의가 오사카 출신이다. 이렇게 한국 매스컴에서도 본적지와 출생지를 분명히 구분해서 사용하는 것이 혼란이 없어서 좋다고 저는 생각한다.

오늘은 재일제주인 문학이라는 주제이기 때문에 국연을 떠나 지연으로서 어느 특정인만이 아니라 제일제주인 문인들을 간단하지만 모두 소개했다.

개인적인 작품으로서는 김석범 선생님의 <화산도>가 2015년에 한국어 완역판이 발간되어 문학평론가 고명철, 김동윤, 김동현씨 공저 <제주 화산도를 말하다> 연구서가 금년에 나와서 앞으로 이 작품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전개되리라고 믿는다.

완역을 기념하는 심포지움에 당시 정부의 입국거부로 김석범 선생님께서 한국에 오시지 못하셨지만 현재 새정부가 들어서고 내년이 4.3 칠십주년이라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필자주 이 원고는 8월20일에 제출했기 때문에 그 후 9월6일 김석범 선생님이 서울은평구가 제정한 "이호철 통일로문학상을 수상해서 수상식과 심포지움 참석차 한국에 왔다갔다)

화산도에 대해서는 여러분들께서 너무 잘 아시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는 2015년 오사라기지로오상의 수상작이고 2016년 4월에 한국어로 번역된 김시종 선생님의 <조선과 일본에 살다>에 대해서 말씀 드리겠다.

4.3으로 인해 본의 아닌 재일의 삶을 살아야 했던 김시종 시인의 <조선과 일본에 살다>는 창작작품의 시집이 아니고 진솔한 자서전이다.

작가나 시인이 창작작품이 아닌 자서전을 써서 문학상을 받는다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다. 김시종 시인은 2011년에는 시집<잃어버린 계절>로 다카미쥰상을 수상했다.

이러한 작품이 쓰여진 배경을 자서전 형식으로 썼는데 이 내용이 높게 평가를 받고 오사라기지로오상을 수상했다. 이것은 지금까지 이방인, 이단자라고 불리우면서도 그 반골정신을 꺾지않고 관철시켜온 김시종 선생님의 작품과 삶들의 신념에 일본문단이 공명하고 감동하여 준 상이라고 저는 생각한다.

특히 <조선과일본에 살다>는 김시종 선생의 스스로의 자서전이기 때문에 그 의미는 더욱 깊다.

다음은 2016년 4월 발간된 원수일 소설의 <이카이노 타령>에 대해서 약간 짚고 넘어가겠다.

이카이노는 동포 최대 밀집지인 이쿠노쿠(生野區) 속의 옛 지명인데 이곳에 살고 있는 제주인들의 풍자적인 내용들의 작품이다.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제주방언들을 작품에 사용하는 것은 좋은 현상이지만 너무 과용했기 때문에 저도 일본어로 표기된 사투리를 제대로 이해못해서 다시 문장의 앞뒤를 읽어야 이해할 수 있을 정도였다.

방언의 외국어 표기의 어려움을 절실히 느끼는 작품이다.

재일제주인 문학으로서 조총련의 문학에 대해서도 말씀드리겠다. 오사카에서 그들은 한 달에 한 두차례 불씨나 종소리에 게재한다.

제주인으로서 오사카에서는 허옥녀, 채덕호, 진승원씨 토쿄에서는 오홍심씨등이 있다.

경상북도 본적지인 이방세씨를 중심으로 전라남도 본적지인 김애미 씨 등이 모이는데 저도 시간있을 때는 가끔 참가한다.

작품 내용은 일상적인 이야기로 경조사, 운동회 등 특히 조총련학교 등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참 많아서 어른이 읽는 동시와 같은 인상을 준다. 그래서 저는 좀 더 시야를 넓혀 다른 사물과 추상적인 이미지의 작품도 쓸 것을 권하지만 그게 잘 안된다.

일본인들과 단절된 그들의 생활속에서 그들 자신은 느끼지 못하지만 저는 그들의 생활환경이 낳은 작품의 한계를 느끼곤한다.

지금 재일동포의 대명사처럼 불리우는 경계인, 월경인의 디아스포라가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언어들은 지연, 혈연, 학연 위에 국연이 있고 그 국연위에 존재하고 있는 외연의 세계들이다.

재일동포의 경우 식민지 종주국이었던 일본과 차별의 동포사회 그리고 고국이라는 세갈래의 애매모호함 속에 자신의 정체성을 조감도처럼 직시하면서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그 창작의 원점속에는 식민지 종주국에 대한 주박들이 옹이처럼 박혀있다. 제가 쓸 때도 마찬가지다.

이 점이 한글세대들이 고국을 떠나 미국, 카나다, 남미 등에서 개척한 이민문학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문학이라고 생각한다.

저의 주관적인 인식이 틀렸다고 말할지 몰라도 저는 이러한 재일동포문학을 식민지문학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식민지문학의 잔상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재일동포의 숙명적인 이 명제를 앞으로 재일동포 문인들이 어떻게 풀어나갈 지 주목의 대상이 되리라고 저는 믿는다.

끝으로 광의적이든 협의적이든 한국문학이라는 의미를 떠나 작년 9월에 돌아가신 소설가 이호철 선생작품에 대해서 잠깐 말씀드리겠다.

1999년 서울에서 열린 한민족 문학인대회의 인연으로 이호철 선생을 알게 되었는데 여동생이 북한 원산에 살 고 계셔서 선생님 부탁으로 제가 15차례 이상 그 분에게 송금을 했다. 작년 6월에도 서울에서 선생님부부와 함께 식사를 나누면서 부탁을 받고 마지막 송금을 했다.

한일 양국에서 선생님과 종종 만나면서 가족이야기 , 북한방문이야기 등을 들었고 오사카에서는 조총련계 문인들과의 만남도 주선해서 그들은 선생님의 구수한 정담을 듣고 감격했니다.

선생님은 만날 때마다 선생님 자신의 확고한 신념속의 남북통일에 관한 말씀을 하셨는데 그러면서 주신 책이 선생님이 쓰신<남녘사람북녘사람>과<남과북진짜진짜역사읽기> 등이었다.

이산가족으로서 체험과 행동 속에서의 깊은 통찰력으로 쓰신 남북이야기들인데 선생님의 혼이 들어있는 삼위일체의 작품이어서 감명깊게 읽었다. 선생님의 명복을 비는 바이다.

이상으로 저의 발표를 마치겠다. 끝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하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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