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세상

 

김병연/ 수필가, 시인

여덟 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집에서 3km 거리에 중학교가 있었지만

집에서 중학교를 다닐 수 없어

빈집에서 자취를 했는데

동네 아주머니들이

국이 식지 말라고

국그릇을 치마폭에 싸서 갔다 주셨습니다.

그래서 그때는 아름다운 세상이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경찰서 앞에서

구두닦이를 한 달 정도 했는데

경찰서장님이 보호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그때는 아름다운 세상이었습니다.

 

학창시절 가정교사를 했는데

주인집 아주머니 아저씨가 너무 따뜻했습니다.

그래서 그때는 아름다운 세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이혼을 밥 먹듯 하다 보니

불쌍한 아이가 너무 많고

세상인심이 각박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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