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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치 살게마씀-1] 존중해주세요, 살고 싶습니다
제주투데이 | 승인 2017.12.25 15:45

성소수자를 일컫는 '퀴어(Queer)'는 본래 ‘괴상하다’는 의미로 쓰이던 말이다. 현재 퀴어는 성소수자를 포괄하여 지칭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지난 10월 28일 제1회 제주퀴어문화축제가 신상공원에서 개최됐다. 행사를 개회하는 과정에서 행정 당국의 인권의식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제주의 인권의식 수준이 또 한 번 고스란히 노출되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제주의 성소수자들이 처한 환경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제주투데이>는 성소수자인 김기홍씨의 연재 칼럼 [고치 살게마씀] 코너를 통해 지역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성소수자들이 처한 현실을 전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인간이라는 종은 단어 그대로 혼자 살 수 없는 존재입니다. 사람은 언제나 사람과 함께 있어야만 오롯이 인간으로서 정체화할 수 있습니다. 사람에게 사회란 안전과 생존을 위한 집단이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연대의 울타리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따돌림 같은 행위를 폭력으로 인식하고, 집단에 의한 고립이 심해질 때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소수자가 있습니다. 소수자는 수가 적기 때문에 소수자가 아닙니다. 소수자는 다양한 기준으로 주류인 집단 구성원들로부터 차별받는 비주류 집단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비주류이기 때문에 그 차별은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행동규범으로 굳어져 차별하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차별받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소수자는 스스로를 소수자라고 인식하든 인식하지 못하든 고립됩니다. 분명히 사회의 주류와 다르다는 것은 인식하지만, 주류에 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경제학에서 유리 천장이라 부르는 현상은 이를 인식한 단어입니다. 보통은 여성의 유리 천장이 많이 언급되지만, 인종과 종교뿐 아니라, 성적 소수자까지 포함합니다.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지만, 이면에 존재하는 고립과 차별이 바로 유리 천장입니다.

성적 소수자는 유리 천장과 관계 없는 경우도 있고, 유리 천장을 만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유리 천장을 만나기 전에 벽장 속에 스스로를 가두기 때문입니다. 보이지 않는 차별이 아니라, 편견으로 생긴 눈에 띄는 차별이 스스로를 가둘 것을 강요합니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고립되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진짜 자신의 자아는 벽장 속에 고립되어 있습니다.

성적 소수자는 생존을 위해 스스로를 숨깁니다. 하지만, 고립된 생존은 인간으로서 생존이 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비슷한 사람을 만나 공동체를 구성하려 합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벽장 뒤에 숨어 있습니다.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서는 한 눈에 알아보거나 비공개 커뮤니티를 찾아갑니다. 아니면, 자긍심을 갖기 위해 생존의 위험을 무릅쓰고 벽장 밖으로 나옵니다(coming out to the closet).

벽장 밖으로 나온 성적 소수자는 스스로 만든 감옥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사회적 감옥에 갇힌 상태입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거나, 보기 싫다며 강요하는 이들 때문입니다. 안타깝게도 성적 소수자를 가두는 사람 중 다수는 가족이나 친척, 학교, 종교 집단 등 법적으로나 정서적, 물리적으로 가깝다고 인식되는 사람입니다.

덕분에 많은 성적 소수자가 탈가정, 탈학교, 탈종교의 위기에 있습니다. 물론 어떤 이는 이를 선택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집단에서 나가는 것을 위기라고 하는 것은 이 행동이 커밍아웃에 따른 정서적, 물리적 폭력이거나, 아웃팅에 따른 집단 따돌림에 따른 결과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런 집단에서 나간 이후에는 경제적, 정서적 불안정이 따라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10대의 경우야 말할 것도 없지만, 20대나 30대라고 해도 사회에서 반강제적으로 쫓겨나는 상황은 감당하기 쉬운 것이 아닙니다.

성소수자 김기홍씨

그래서인지 얼마 없는 연구지만, 성소수자 건강 연구 관련 논문이나 실태를 살펴보면, 우울증에 시달리거나 자살 기도 같은 선택을 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014년 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살 시도 경험은 전체 응답자의 28.4%이며, 특히나 트랜스젠더의 경우 48% 이상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최근 김승섭 교수의 연구에서도 40% 이상이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나와 있습니다. 2014년 청소년 트랜스젠더/젠더퀴어 설문조사에서는 자살은 나와 있지 않지만, 20%에 달하는 청소년이 탈학교를 선택할 정도입니다.

가끔 트랜스젠더끼리 농담삼아 하는 말이 있습니다.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에 추모의 대상이 되지 말자.",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까지는 살아 있기." 이렇게 성소수자는 내일이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살고 싶습니다. 살고 싶어서 트랜지션을 하고, 살고 싶어서 자신의 성적 지향대로 살려고 합니다. 우리 그냥 존중해주세요. 우리도 고치 살게 마씀.(김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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