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루 고인돌 형상의 들렁모루 바위

서귀포시 서홍동에 위치한 들렁모루 바위를 찾아간다.

자료를 보니 들렁모루는 서홍동 2450번지라고 나와 있다. 이 주소로 네비게이션을 쳐 들렁모루를 찾아간다.

제주시에서 5.16 도로를 따라 들렁모루를 가는 길은 늦가을의 운치를 더해주고 있다.

서귀포시 선덕사를 조금 지나 오른쪽으로 길게 뻗은 길 양쪽으로는 억새가 줄지어 서 있어 저 멀리 햇빛에 반사되는 바다는 그야말로 포근하고 소박함 그 자체이다.

이어 곧게 뻗은 길을 한참가다 왼쪽으로 꼬불꼬불한 시멘트 길을 조금 가니 여기가 들렁모루 입구이다.

들렁모루 산책로는 별다른 주차장이 없고 감귤과수원 돌담을 따라 걷기만 하면 되는 곳이다.

들렁모루 입구에는 은행나무가 낯선 이를 반기고 있고 돌담너머 아직 수확을 하지 않는 감귤들이 탐스럽게 달러 있다.

여기서 5분 정도 걸어가면 고개를 내민 큰 바위 덩어리가 보인다.

바로 들렁모루 이름의 비밀을 간직한 바위다. 언뜻 고인돌 같아 보이지만 자연적으로 생성된 바위이다.

가운데 받침돌이나 지지대가 없어서 금방 중심을 잃어 밑으로 굴러 떨어질 것 같지만 오랜 세월 언제나 같은 자리를 지켜왔던 바위다.

가로 길이는 눈짐작으로 5m는 넘는 것 같다. 길게 뻗은 것이 꼭 양팔저울로 물건의 무게를 재는 형국을 하고 있다. 옆에서 봤을 때는 너구리 한 마리가 고개를 든 모습이기도 하다.

들렁모루 바위 위에는 작은 소나무 서너 그루가 자라고 있어 운치를 더한다.

들렁모루는 꼭대기에 '들음돌' 같은 큰 돌이 얹어져 있어서 붙은 이름이다. 들렁모루는 속이 비어 있는 바위가 있는 동산이라는 뜻이다.

비어있는 바위를 의미하는 제주어 '들렁'과 동산을 의미하는 '모루'의 합성어로 이 큰 바위가 이곳 이름을 짓는 핵심단어가 됐다.

필자가 보기엔 살짝 들려있는 머리처럼 보였다. 이곳의 볼거리는 비단 이 바위만이 아니다.

들렁모루 바위가 있는 곳은 그다지 높지 않은 동네 언덕 같은 곳이다. 그러나 올라 갈 때는 보이지 않던 것이 바위 정상에 올라가면 그 비경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바위 위로 조성된 전망대에서는 동쪽 지귀도에서 서쪽 송악산까지 아름다운 서귀포 해안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들렁모루 바위 아래로는 사람 얼굴 형태를 한 바위가 눈에 띈다. 눈을 지긋하게 감은 것이 무언가 생각하고 있는 듯한 바위이다.

아니면 홀로 남겨진 누군가를 생각하며 감상에 젖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바위도 들렁모루 바위와 같이 이곳을 산책하는 이를 반기며 오랜 시간 함께 했으리라.

여기서 소나무 숲으로 이루어진 산책길을 따라 내려간다. 솔잎 향기가 코를 찌른다.

들렁모루 산책길은 둥근 원을 따라 걷듯 조성되어 있다. 키 작은 소나무와 다양한 나무들을 볼 수 있어 청소년들에게 자연학습장이 되기에도 충분한 요건을 갖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들렁모루라는 이름이 생소하다. 그렇다고 사람들의 발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알 만한 사람들은 자주 다녀가는 듯 산책로 곳곳에는 돌을 쌓아 소원을 빌었던 흔적도 남아있다.

특히 이곳에는 고사리가 많이 자라고 있어서 봄에는 고사리체험도 할 수 있다.

산책로 중간쯤에는 돌무더기 사이로 자라난 특이한 나무가 있어 운치를 더한다. 돌과 어우러진 이 나무를 보노라니 어떤 역경 속에서도 이를 헤쳐 나가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솜반천과 만나 천지연으로 흘러갈 서홍천도 볼 수 있다.

조금 더 내려가면 들렁모루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대나무 숲을 만날 수 있다. 산책로 끝에서 만나는 대나무 숲의 운치는 나무랄 데가 없다.

대나무 숲이라기 보단 대나무 길이란 표현이 어울릴 것 같다. 그러나 제주에서 이런 대나무를 볼 수 있다는 것은 큰 즐거움이자 행운이다.

대나무 숲에서는 그야말로 움직이는 벌레까지 들리는 고요하고 아늑한 곳이다 .

누군가 써 논 글귀가 마음을 당긴다. 잠시 명상에 잠긴다. 때마침 불어오는 바람이 대나무를 흔든다.

들렁모루는 원시림의 매력을 물씬 느낄 수는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 대나무 숲에서 그냥 숲을 빠져나가면 처음 들렁모루에 들어왔던 입구로 나올 수 없기 때문에 다시 정상으로 가서 들어갔던 길로 나온다.

다시 한 번 들렁모루 바위를 보고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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