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안철진/ 현) UNITAR 제주국제연수센터 기획예산담당관, 제주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 조직위원회 기획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 자문위원, 제주대학교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박사과정 수료

'세계평화의 섬 제주’는 우리 정부의 2005년 1월 대통령 지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제주도민은 세계평화의 섬 지정 13년 동안 어떤 의식의 변화가 있었을까? 제주가 왜 ‘세계평화의 섬’을 지향해야 하는지에 대한 도민사회의 공감대 형성의 기반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2015년 UN은 채택한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채택했다. 2030년까지 이를 달성하기 위해 UN 회원국 각 국가와 시민사회는 스스로의 역할을 정의하고 이행에 동참하기 위한 전략과 목표를 수립하고 이행에 동참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속가능발전목표는 사람(People), 지구(Planet), 평화(Peace), 번영(Prosperity), 파트너쉽(Partnership)이라는 5P의 영역에서 영역 간 상호보완 관계로 설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공통 과제로 17개의 목표를 수립하고, 169개의 세부과제를 설정해 놓은 목표체계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많이 회자되는 방법이 협력적 거버넌스의 필요성이다.

제주는 지속가능발전목표 이행과 관련하여 국제사회로부터 주목받을 수 있는 도시이자 지방정부로 부상하고 있다. 제주는 UNESCO 삼관왕(Triple Crown)을 통해 천혜의 자연조건의 우수성을 대내외에 과시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해녀 공동체 문화, 녹색 기술 중심의 경제산업 정책, 제주 올레와 생태관광을 통한 경제·사회·문화 공동체 발전, 제주 고유의 문화예술 가치 재발견과 현대적 재창조와 같은 사례들은 타 국가와 지방정부 및 외국인들의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제주는 미래 비전 브랜드로서 ‘국제자유도시’와 ‘세계환경수도’를 내세우고 있다. 다만 이 두 개의 미래비전은 경제개발(개발)과 환경보전(보전)의 양립가능성에 대한 상호배타적인 긴장감을 내포하고 있다. 여기서 ‘세계평화의 섬’은 이러한 상호배타성을 포용하면서 지속가능발전목표 이행에 동참하는 거버넌스의 과정을 내포해야 한다. 이 점에서 세계평화의 섬은 미완의 비전을 융합하는 이행 중심의 전략으로 미래가치가 높다할 것이다.

제주는 전 세계 냉전체제 마지막 유산인 한반도 분단국에서 ‘비타민 C’ 민간 외교로서 남북협력제주도민운동본부의 감귤 북한보내기 운동을 자발적으로 실천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 정상외교의 무대로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점에서 세계평화의 섬은 평화에 대한 시민사회의 열망과 평화 담론의 장으로서의 가능성을 충분히 증명해 온 실현가능한 비전이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기획하고 있는 ‘동북아 환경수도’ 제주 비전 역시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구상한 것이라 생각된다.

지속가능발전목표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세계평화의 섬이 정부 지정이라는 태생적 조건을 넘어서 세계평화를 선도하는 도시 또는 지역으로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기를 희망한다면 지속가능발전목표 이행에 동참하는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국가 지정 ‘세계평화의 섬’은 지역 정체성을 국가주의의 관점에서 정의하게 된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3가지 차원에서 정체성에 대한 개념 재정의를 수반하게 된다.

즉, ‘세계 평화’를 위한 인류라는 보편적 정체성, 상징적 공간으로서 제주라는 고유 지역의 정체성, 이를 수용하고 계승하려는 의식 주체로서의 개인의 정체성 3가지가 그것이다. 글로벌 정체성을 지향하면서 로컬의 고유성을 보전·계승하는 관념으로 확장하는 과정에 ‘국가 중심성’이 ‘탈중심화’하여 국가 지정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는 가능성이 나타난다. 여기에서 중앙-지방정부 간, 그리고 (중앙/지방) 정부-시민사회 간 협력적 거버넌스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국가 지정의 ‘세계평화의 섬’ 정체성을 지방정부와 시민사회가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이를 경제·사회·문화적 공동체 정신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이 요청된다. 이는 국제사회의 세계시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민주적 절차를 통한 성숙한 시민의 적극적 합의와 실천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외적 평화 이미지 구현과 실천 외에도 대내적 사회 갈등의 평화적 해소라는 공동체적 합의과정을 요한다. 과정상의 정부-시민사회 간 협력적 거버넌스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둘째, 전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수 있는 로컬의 고유성을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유산으로 발전시키려는 정부-시민사회 간 협력거버넌스의 지속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 특히, 제주도와 시민사회가 인류 보편적 기준에 부합되는 노력을 하려면 지속가능발전목표 이행과 맥을 같이 하면서 진행되어야 한다. 지속가능발전목표 이행은 국가적 차원에서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서 국제사회와 공유해야 한다는 점에서 중앙-지방 간 협력적 거버넌스를 촉진시킬 수 있다.

셋째, 협력적 거버넌스 동력으로 ‘세계평화의 섬’ 실천사업이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즉, 거버넌스의 주체인 세계시민의 정체성이 중심에 위치하는 동시에 시민참여와 개방적 거버넌스의 의의를 지역발전에 국한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인류 보편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는 경제·사회·문화적 발전의 의미를 스스로가 정의하고 창출하는 열린 시민 의식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지역 공동체 안에서 합의할 수 있는 거버넌스 환경과 문화를 만들어 가는 고유의 사례들과 유의미한 성과를 국제사회와 공유할 수 있을 때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세계시민은 인류 보편적 기본권(평화, 인권)을 근거로 인류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공정한 경쟁과 포용적 성장이 가능한 사회로 만들려고 노력할 뿐만 아니라 후대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도록 각종 사회현안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주체이다. 폐기물 관리, 대중교통 체계, 매스 투어리즘 등 제주가 당면하고 있는 현안은 제주만의 것이 아니다. 이런 문제들은 전 세계 곳곳에 유사한 문제들이 진행되고 있으며, 따라서 제주사회만 유일하게 당면하고 있다는 접근방법으로는 효과적인 해결방안을 찾기가 요원할 것이다.

세계시민은 연대를 통한 성찰과 협력으로 사회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찾는 거버넌스를 지향한다. 그처럼 ‘세계평화의 섬’ 제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의 지원과 더불어 제주특별자치도라는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전 세계 지방정부들과 연대하여 협력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제주 시민사회는 전 세계 시민사회와 연대하여 협력을 모색하면서 혜안을 찾으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제주도와 제주 시민사회가 세계 곳곳의 유사한 사회현안에 대한 갈등을 이해함으로써 협력적 거버넌스의 기반인 민주적 생태계 내에서 세계시민의 참여역량이 상호 보완되어 지혜롭게 풀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올해 개헌논의에 ‘세계평화의 섬’ 제주가 국가지정을 넘어 민주적 합의에 기초한 도민들의 염원을 반영한 미래비전으로 인정되어 헌법에 명문화가 이루어지길 기원한다. 그래야 세계평화의 섬 제주가 ‘국가 중심성’의 ‘탈중심화’가 아닌 협력적 거버넌스를 통한 지역차원의 지속가능발전을 도모하는 데서 미래전략 차원의 국가적 지원체계를 구체화해 낸 적극적 실천 사례로서 역사에 남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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