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오늘 13일 갑자기 제주도를 찾았다. 탈당과 잔류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만나기 위해서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사진출처 바른정당 홈페이지

이번 유 대표의 방문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오늘 15일 오후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자유한국당 복당을 발표한 것. 따라서 남경필 지사와 더불어 바른정당 탈당이 언급되는 원 지사를 붙잡기 위해 공조를 요청하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유승민 대표는 15일 오후 4시경 정병국 의원과 함께 제주도청을 찾고 원 지사와 면담을 가졌다. 1시간 넘게 비공개로 이어진 후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면담 내용 일부를 알렸다.

원 지사는 "4당 체제나 3당 체제를 논하기 이전에 2등 전략보다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해서 야권이 공통으로 견제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중심을 잡는 것이 먼저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실질적으로 국민의 견제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야 한다"며 "총선이나 지선에서 이기기 위해 3,4당 연대 이전에 치열한 고민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한 "야당의 2등 빼앗기 전투에 매몰돼서는 여당에게 이익만 가져다 줄 것이며 이는 동의할 수 없다는 점을 유념해달라는 점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15일 오후 도청 기자실에서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와 면담 내용을 전하고 있다.@제주투데이

이는 원 지사가 현재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간에 이뤄지고 있는 야당통합 논의에 부정적이라는 점을 다시금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유 대표는 3당체제로 가더라도 원 지사와 1대1로 만나 야당 공조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 소장파로 불리며 바른정당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남원정(남경필, 원희룡, 정병국) 라인'은 사실상 힘을 잃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탈당하고 자유한국당으로 15일 오후 복당계를 올렸다. 정병국 의원은 사실상 국민의당과의 통합을 찬성하고 잔류를 택했다. 원희룡 지사는 통합론과 복당론 모두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면서 탈당 후 무소속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이번 대화를 통해 입장차가 좁혀졌는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를 묻는 질문에 원 지사는 "오늘 진전된 결론이 나기는 어려웠다"며 "유 대표와 이야기를 하다보니 통합 일정이 임박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제가 생각하고 고민하는 틀의 문제를 공감하면서도 진행되는 상황에 대한 설명을 더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유 대표는 거시적 통합론에, 원 지사는 통합 비판과 대안 제시에 방점을 찍은 듯했다. 따라서 이미 통합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추진하는 유 대표와 원 지사 간의 간극을 메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희망이 있다면 통합 이후 통합신당의 지지율이 큰 폭으로 오를 경우다. 당장 통합을 둘러싸고 지지보다 반대 여론이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원 지사도 쉽게 움직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서로를 이해하고 노력할 점이 무엇인지를 찾아가자는 데 합의를 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유 대표의 원 지사 추스리기는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 중앙당은 제주도를 방문해 본격적인 세 불리기에 들어선다. 이 과정에서 원 지사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제주정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관련태그

#N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