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제주교구(교구장 강우일)이 제주4·3 70주년을 맞아 신학적인 반성을 통해 지역 공동체의 상처와 갈등을 풀어내고자 특별위원회를 발족했다.

▲천주교 제주교구는 19일 오전 제주시 카톨릭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지고 있다.@제주투데이

제주교구는 19일 오전 11시 제주 카톨릭회관에서 '희생 속에 핀 4·3, 화해와 상생으로'라는 슬로건 아래 '제주4·3 70주년 특별위원회' 발족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제주교구는 "4·3이 제주라는 지역에 국한해 일어난 사건이지만 한반도 전체, 재일교민들까지도 직간접으로 연관되고 확대된 우리 현대사의 중요한 단편"이라며 "이런 엄청난 상처와 고통의 역사를 지켜보며 이 땅의 교회는 무엇을 보고 어떻게 처신했으며 치유와 화해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과 도전을 받아왔다"고 이번 발족의 계기를 설명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제주교구는 사제평의회와 사목평의회를 거쳐 올해 제주교구의 사목 주제를 선정하기 위해 의견을 수렴했다. 이에 따라 제주교구는 ▲교회 차원의 제주4·3에 대한 신학적 성찰, ▲지역사회와 아픔 나누기, ▲한국교회 차원의 4·3에 대한 관심 끌어내기, ▲인권·평화·화해·용서의 신앙 실천을 실현하는 것 등을 2018년 교구사목의 지표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날 문창우 부교구장은 "제주4·3 70주년에 맞아 4·3의 의미와 내용을 화해와 상생이란 여정으로 나아가기 위해 현대사의 상처와 질곡들을 어떻게 치유할 지 강우일 교구장께서 주교회의에 제안서를 정식 제의했었다"며 "민족화해위원회와 정의평화위원회와 함께 제주교구에서 작년 추계 주교회의를 통해 올해 사업이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문창우 천주교 제주교구 부교구장이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제주투데이

전국 천주교 단위의 4·3행사 마련된다

이를 위해 제주교구는 문창우 부교구장을 위원장으로 하여 사제와 4·3관련분야 전문가 등 13인을 위원으로 위촉한 '제주4·3 70주년 특별위원회'를 지난 1월 1일 발족했다.

이에 따라 특별위는 먼저 오는 2월 22일 서울 명동성당 파밀리아 채플에서 '제주4·3 70주년 기념 학술심포지엄'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강우일 교구장이 기조강연을 맡고, '4·3의 역사적 진실과 한국 현대사에서의 의미', '4·3의 철학적·역사적 의미' 등을 주제로 토론이 이어진다.

또한 오는 4월 1일 부활절에 맞춰 제주4·3 70주년 추념 부활 담화문(특별담화문)을 한국 천주교 차원에서 발표하기 위해 오는 3월 춘계 주교회의에 이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다.

4·3이 지닌 가치인 인권과 평화, 화해, 용서의 신앙실천 지표를 담은 기도문도 제작된다. 제주교구는 '희생 속에 핀 4·3, 화해와 상생으로-4·3 죽음에서 부활로'라는 슬로건을 제작하고 이에 대한 내용을 담은 지표와 기도문을 소책자로 제작해 배포하기로 했다. 아울러 평화방송을 통해 홍보동영상을 제작해 전국 교구에 배포한다.

4월 1일부터 7일까지는 4·3 70주년 기념 주간을 설정하고 ▲성찰의 날, ▲참회의 날, ▲고백의 날, ▲정의의 날, ▲용서의 날, ▲화해의 날, ▲평화의 날 등 무지개 혁신 7일 기도바치기를 실시한다. 기념주간의 마지막 날인 4월 7일에는 정의평화위원회 주관으로 명동성당 추념 미사가 열리며, 이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제주 4·3 70주년 범국민위원회 국민 문화제에 참석한다.

▲천주교 제주교구는 19일 오전 제주시 카톨릭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지고 있다.@제주투데이

제주4.3 학살터 중심의 순례 이뤄진다

한편 제주교구차원에서도 제주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활동이 예정돼있다.

먼저 제주교구는 매년 9~10월 중 실시하는 남부지구 신앙대회를 올해는 다크투어리즘 형식으로 변경해 마을 4·3유족회 협조하에, 중문지역 5개 학살터를 십자가 순례한다. 약 2천여명의 참석할 예정인 이번 신앙대회에는 마지막 순례지인 천제연 학살터에서 추념 미사가 이뤄지며, 순례에 사용한 십자가는 중문성당에 기증돼 설치된다.

서귀포에 있는 중문성당은 일제시대 때 신사터가 있던 곳으로 4·3 당시 71명이 학살됐던 곳으로 조사되고 있다고 제주교구는 설명했다. 이후 주민들로부터 '도깨비 동산'으로 여겨져 기피대상이 되던 곳을 한국전쟁 당시 선교사들이 피난민을 구휼하자 지역유지들이 선교사들과 회의를 열어 이 부지에 성당을 유치했다. 처음에는 공소(신부가 거주하지 않는 성당)로 마련됐지만 1988년 중문 본당으로 승격됐다.

▲제주교구 중문성당의 모습@사진출처 제주교구

또한 제주4·3평화공원에서도 천주교 행사가 집행된다. 먼저 오는 3월 30일에는 4·3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기도하는 '성금요일 십자가의 길'이, 5월 17일 오후 8시에는 '교구 성모의 밤'을 열고 제주 사회의 아픔을 함께 하고 희생자들을 위한 기도시간이 마련된다. 

문창우 부교구장은 "강우일 주교께서 주교회의 차원에서 제안을 심도있게 논의했다"며 "주교회의는 한국 천주교 전체를 대표하는 회의이니만큼 그 의미가 크다. 제주교구에서 4.3 특별위를 구성해 공동으로 발맞출뿐 아니라 제주4.3을 너리 알리는 계기로 교회가 함께 기쁘게 동참하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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