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경기에 ‘남북 단일팀’이 출전하게 됐다.

20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렸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회의에서 확정했다.

남북 선수단은 ‘코리아(COR)’명칭으로 개회식에 공동입장하고 단일팀 국기는 ‘한반도 기’, 단일팀 단가는 ‘아리랑’으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올림픽에서 남북단일 팀이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두고 ‘평화와 화합’을 상징하는 올림픽의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는 평가도 없지 않다.

이를 계기로 남북간이 대화를 통해 화해의 물꼬가 트이고 북핵 문제 해결 등 한반도에 장구한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다면 그야말로 ‘세기적 대 사건’으로 기록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는 만만치가 않았다.

국민적 자존심에 상처를 줬고 “이러려고 올림픽을 유치했나?”는 자조(自嘲)적 한숨을 나오게 했다.

북의 일방적 주도권 행사에 속수무책으로 끌려 다녔던 정부의 절망적 대응태도가 그랬다.

대화나 관계 설정에서 북은 ‘갑’이었고 정부는 ‘을’의 신세나 다름없었다.

“평창 겨울 올림픽참가 용의”를 표명한 북의 김정은 신년사가 나오자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대화구걸에 나섰다.

대화는 일사천리였고 주도권의 일방은 북측이었다.

결과를 보면 그렇다.

600명 규모의 예술단 응원단 참관단 제안도 북의 제안이었다.

대화의 의제는 당연히 올림픽이 먼저여야 했다.

그런데도 선수단 관련 회담이 열리기전에 희한하게 ‘예술단 회담’이 먼져였다.

올림픽은 ‘객(客)’이고 예술단이 ‘주(主)’가 되어 '주객이 전도' 되어버렸던  것이다.

예술단 파견 사전 점검단의 방남(訪南) 일정 통보와 파견 중지 통보, 하루만의 입장 번복 통보 등 북은 일방적이었고 제멋대로 남쪽을 가지고 놀았다.

불확실성을 통해 예측 가능성을 무력화함으로써 상대방을 요리하고 길들이겠다는 계략이 아닌가.

그런데도 ‘촛불 정부’는 아무소리 못하고 북의 의도에 질질 끌려 다니는 형국을 보였다,

이에 더해 "비굴하게 북의 비위를 맞추려는 듯한 행보가 아니냐"고 많은 이들이 절망했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한반도기와 아리랑을 앞세운 개회식 공동입장, 금강산에서의 남북합동 문화 행사 진행, 원산마식령 스키장에서의 남북 스키선수 공동 훈련장 합의 등은 ‘평창 올림픽’을 ‘평양체제 선전 무대’로 판을 깔아 준 것이나 다름없다.

주권국인 올림픽 주최 나라가 자국의 국기를 들지도 못하고 국가 연주도 없이 입장해야 하는 참담한 현실이다.

국가의 상징이나 존엄성을 짓밟아 국가의 정체성을 내다버린 꼴이다.

최근(9~10일) 한 언론사의 ‘평창 올림픽 및 남북관계 관련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2.2%가 단일팀 구성을 반대 했다.

19~29세 응답자 중 82.2%, 30~39세 응답자 중 82.6%는 단일팀을 반대 했다.

이번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은 4년간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피땀 흘렸던 선수들에게  상처를 주고 심한 말로사약을 내린 것이나 다름없다.

국가 대사를 명분으로 애끛은 선수들을 권력운용의 희생양으로 만든 셈이다.

아이스하키는 팀워크가 생명이다. 워낙 스피디한 운동으로 일사불란한 호흡이 팀의 승패를 좌우한다.

여자 아이스하키 팀의 세러머니 감독도 “평창 올림픽을 위해 4년 동안 준해했는데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단일팀이 구성된다면 조직력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었다.

그런데도 정부가 북과의 대화에 목매달고 그 분위기에 취해 선수들과 사전 논의도 없이 단일팀 구성을 먼저 제안한 것은 피땀 흘려 노력한 선수들을 희생시키는 전체주의적 발상이다.

여자 하키선수들만이 아니다.

금강산 올림픽 전야제 등 합의 소식에 강원도 평창주민들은 ‘20년 동안 준비하고 피땀 흘려 올림픽을 유치했는데 금강산 행사가 웬 말이냐“고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는 소리도 들렸다.

80%를 넘는 20~30대의 단일팀 반대 여론조사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평창올림픽을 통해 남북 관계가 개선되고 북핵의 비핵화, 미사일 문제를 풀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고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북의 김정은은 핵이나 미사일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공언해 왔고 공언하고 있다.

북은 단지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장 평화 공세의 장’으로 활용할 뿐이다.

평창올림픽을 매개로한 남북화해와 비핵화 관련 북미 대화의 선순환 기대가 부질없고 희망이 없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마침 오늘(22일)은 1968년 북한 특수부대원 31명이 박정희 당시 대통령을 살해 할 목적으로 청와대 근처까지 침투했던 김신조씨(76 목사 당시 북한 124군 부대 조장)가 투항한지 50주년 되는 날이다.

김씨는 이번 북의 평창올림픽 참가는 “위장 평화 공세며 북한은 변하지 않았다”고 했다.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다.

그는 또 “한국이 북한을 잘못생각하고 있다. 분별 있게 처신해야 한다”는 경고도 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북한 매체가 20일 “남조선 당국의 경망스런 언행들이 모처럼 살린 북남관계 개선의 불씨를 꺼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협박했다.

북이 평창 올림픽 참가를 무기로 남쪽을 길들이고 갖고 놀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내비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벌써부터 ‘평창 올림픽’ 단어는 시들해지고 ‘남북 단일팀’ 소리만 요란하다.

현송월 북 예술단 사전 점검단장의 일거수일투족에 언론은 호들갑을 떨고 있다.

그녀의 미소와 표정  목도리와 외투, 걸음걸이까지 상세하게 중계되고 있다.

소위 '미녀 응원단'으로 불리는 북의 응원단이 올림픽 경기장을 누비고 예술공연단, 태권도 시범단활동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이다.

평창올림픽에서 '평창'은 없고 '평양'만 떠들썩하게 선전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북이 노렸던 바일 터이다.

북의 평창 올림픽 위장 평화 공세와 북한 체제 선전선동이 먹혀들고 있음이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 내 대표적 리버럴 매체에서까지 최근 평창 올림픽과 관련한  남북한 접근 상황에 우려를 보내기도 했다.

‘북이 다시 한국을 갖고 놀고 있다(North korea plays the south again)’는 제목의 칼럼이다.

미국 기업연구소(AEI)의 북한 전문가 니콜라스 에버스타트가 8일자 뉴욕타임스(NYT) 인터넷 판에 게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집필자는 이 칼럼에서 “북한이 평창 올림픽 개최를 한 달 앞두고 한국에 대화를 제안한 이유는 한국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서 가장 약한 고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한국의 관용을 약점 삼아 자신들의 입지만 공고히 하고 더 큰 대가를 기대할 수 있다고 여긴것”이라는 진단이었다.

한국정부의 미국과의 연합 군사훈련 연기 제안이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었다는 지적도 했다.

최근 남북대화 상황의 의미와 위험성을 되새기게 하는 우려의 표명이 아닐 수 없다.

대화를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대화를 해도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정당하고 당당한 주체의식을 버리지 말자는 것에 다름아니다.

대화를 구걸하며 북의 의도대로 끌려다니지 말라는 것이다.

“이러려고 올림픽을 유치했나?”라는 일각의 자조적 울분은 정부를 향한 걱정에서 비롯됐지만 잘못 진행되는 정부의 얄궂은 대화 사타일에 대한 경고도 포함 된 것이다.

#관련태그

#N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