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허영준(許榮俊)/ 제주 대정출신, 서울시 초대공보관, 이사관, 수필가, 시인 풍시조문학상(2012) (현)제주국제협의회 부회장, 가락회보 편집장

필자는 60년대 공직에 입문(1965)하여 90년대에 퇴임(1999)했다. ​34년 대과없이 마쳤다. 봉직 기간인 70년-80년대 공무원의 급여 수준은 낮았다. ​중앙부처에서 근무한 그 시절 나의 서울 생활은 그럭 저럭 지냈을 정도다. ​그래서 당시 중,고교에 다니는 집안 아이들에게 "장래 공무원이 되라"고 권유하기엔 ​설득할 명분이 부족했다. 본인의 적성대로 공학계열을 택했다.

70년대 정부의 경제개발정책은 '가속도'가 붙었다. 대기업은 인재 확보에 나섰다. ​당시 공직의 사무관, 중앙부처 과장급인 서기관은(경제부처) 일부이긴하나 대기업으로 ​떠났다. 왜 그러한 선택을 했을까? 생활수준 때문이다. 사무관은 대기업 부장급으로, ​서기관은 임원 대우를 받았다. 정부주도의 정책을 펴는 관료들이 긍지와 자부심만으로는 가정경제에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년 세월이 흘렀다. 이제는 주변에 '공무원'얘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필자는 연고가 있는 서울 동작구 노량진에 갈 기회가 많은 편이다. 노량진은 입시학원의 대명사로 불린다. 대입학원, 공무원시험학원... 길가의 즐비한 포장마차, 골목마다 실비식당, 원룸 간판들, 24시 상점, 너도 나도 공무원의 길을 택해 이곳에 몰렸다. 공채에 합격하려면 1년-2년을 노량진동 동민(洞民)으로 살아가야한다. 이들은 숙박비, 학원비,용돈 등 기약없는 생활을 반복한다.

​지난해 중소기업학회에서 조사한 대학생이 취업하고 싶어하는 직장을 보자. 금융.대기업 34.8%, ​공무원. 공공기관(공기업)이 34.5%, 창업은 겨우 5.4%로 나타났다.

​올해(2018)에 <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외치며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새 직업이 생기거나 유망​직업도 달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미래 자녀들은 과연 어떤 직업관을 가지고 있을까? 어느 조사기관('사람인')에서 직장인 853명을 대상으로 '희망하는 자녀 직업'을 살펴봤다. 그 결과 응답자의 38.8%가 공무원이라고 답했다. 이어 교사, 교수 등의 교육자 22.6%, IT분야 20.9%, 법조인 18.3%, 의료인 16.5% 등의 순이었다. 현재 직장을 가진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공무원'이 되길 바라는 소원은 무엇일까? 제1순위는 ' 정년(공무원 60세 기준)까지 일할 수 있어서'가 33.9%로 응답했다. 이어서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서(33.2%)다. 직장인들은 현재 겪고 있는 '구조조정'으로 50세가 되기전에 직장을 떠나야하는 절박감을 겪고 있다.

자녀에게는 정년과 학비 보조,연금이 보장(20년 근무)되는 공무원을 선호하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재경동문 모임에 참석했다. 중소기업체를 운영하는 후배에게 " 요새 어떤가"? "아이구 근로자 근무시간을 줄였다. 요일 근무제로 전환했다. 특근제를 없앴다." 최저임금제의 후유증이라 했다. 신명나는 답변을 누구에게도 들을 수가 없었다.

중소기업에 활력이 넘쳐야 고용창출을 가져올 수 있음에도 현 급여총액을 가지고 고용을 유지하자니 어쩔 수 없다고 실토한다.

공직사회에 우수인력을 충원해야한다. 공무원은 공복(公僕)이기 때문이다. 신의 직장이라는 공기업에도 우수 인재들이 들어와야 한다. 정부의 공공사업을 대행하기에 그렇다. 청소년들이 공직에의 꿈만을 지니며 노량진에 모여들고 공무원 시험준비에 몰두하는 현실을 지켜보면서 우수 인재가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창업이나 4차 산업혁명에 나서야한다. 공무원으로 쏠리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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