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영삼] 제4차 산업혁명과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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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영삼] 제4차 산업혁명과 제주도
  • 제주투데이
  • 승인 2018.01.29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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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영삼/ 제주국제연수센터 소장

[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마영삼/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미국 죠지타운대 외교학 석사, 전 청와대 외교비서실 행정관, 주 이스라엘대사, 주 덴마크왕국대사, 현 제주국제연수센터 소장, 현 국립외교원 명예교수

우리가 별생각 없이 받아들여 쓰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가 국제 학계에서는 여전히 논란거리이다. 현재의 산업단계가 1960년대에 시작된 컴퓨터 시대의 제3차 산업혁명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미국 학자들의 거센 비판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에겐 이러한 논쟁에 끼어들 여유가 별로 없다. 그것이 3차 혁명이든 4차 혁명이든 간에 이미 큰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필자가 이해하기로는, 소위 ‘제4차 산업혁명’이란 물리학과 생물학의 접목에 더하여 디지털화가 이루어짐으로써 사람과 사물, 그리고 사회 전체가 거대한 망으로 연결되는 것을 의미한다. 제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신기술은 인간이 과거에는 전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것으로, 이러한 기술이 상호 상승작용을 일으켜 파급 효과가 미치는 영역이 무한대로 늘어나고 있다. 그 특성을 몇 가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인공지능이나 로봇공학, 사물인터넷 등 첨단 기술이 서로 융합되어 일상생활의 편리함을 도모한다. 나아가 이제는 생활 기기가 점차 사람의 사고 및 지능 영역을 잠식해가고 있어 조만간 인간을 능가하는 수준으로 발전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둘째, 의학의 비약적 발전이다. 유전자 염기 서열 분석 기법이 날로 향상되고, 인공칩을 체내에 삽입하고, 4D 프린팅 기술로 인체장기를 만들고, 뇌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난치병이 극복되어 인간 수명이 120세를 내다보고, 급기야 인위적 게놈 조합을 통해 무결함 아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수준에 이르자 의학윤리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셋째, 거대한 데이터를 수집하여 분석함으로써 자료 처리의 신속성, 정확성, 유용성이 크게 제고되고, 나아가 새로운 산업 분야가 출현하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가상화폐’도 블록체인이라는 빅데이터 기술에 기반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거대한 플랫폼이 형성되어 과거에는 보이지 않았던 시장이 창출되고 있다. 택시 한 대도 소유하지 않은 세계 최대 택시회사 ‘우버’, 점포 하나 없는 세계 최대 소매회사 ‘알리바바’, 방 하나도 갖고 있지 않은 세계 최대 숙박업소 ‘에어비앤비’가 바로 일반 대중이 함께 참여하는 플랫폼에서 탄생한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는 제4차 산업혁명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는 걸까? 최근 텔레비전을 보다가 영국인 관광객이 서울 지하철을 타고서는 자신의 핸드폰에 16개의 와이파이가 잡히는 것을 보고 놀라워하는 장면을 보았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자타가 인정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국내총생산 대비 연구개발(R&D) 투자율도 OECD 국가 중에서 매우 높은 편이다. 그러니 제4차 산업혁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름진 토양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제주도의 상황은 어떨까? 현재 제주도의 경제는 관광업이 떠받치고 있다. 2014년 우리나라의 산업별 매출액을 살펴보면, 숙박 및 음식업의 매출이 17% 증가하여 다른 산업보다 월등히 높은데, 이러한 경향은 중산층이 두터워지는 미래에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이며, 제주도에서는 더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제주 경제의 균형적 성장을 위해서는 관광 산업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고 주력 산업을 다변화해야 한다. 제주도는 이미 천혜의 자연 풍광, 높은 수준의 인터넷 연결망, 어느 곳이든 한 시간 내에 도달할 수 있는 접근성 등 제4차 산업혁명을 가꿀 수 있는 여건이 양호한 편이다. 따라서 기존의 잠재력을 잘 개발하는 경우, 산업구조 재편은 충분히 가능하다. 특히, 제주 출신의 우수한 인재들이 일자리를 찾아 육지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으려면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력 산업을 제주도로 끌어들이는 일이 시급하다.

즉 전통적 주력 산업을 공해가 적고 부가가치가 높은 미래형 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다행히 제주도로서는 이를 추진하는 데에 장애가 될 요소들이 비교적 적다. 이런 상황하에서라면 어떤 대안들이 선택지가 될 수 있을까?

첫째, 원격 산업으로 눈을 돌려 보자. 덴마크의 조그만 시골 마을 ‘풀룸’에 애플사의 데이터 센터가 들어서고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사업을 창출하기 위해 아이폰 등 애플 기기가 수집한 자료를 모아 분석하는 곳이다. 이런 시설이 어떻게 유럽의 대도시가 아닌 시골에 자리를 잡았을까? 한편 제너럴 일렉트릭(GE)의 항공센터는 뉴욕이나 LA가 아닌 미국 오하이오 주에 자리 잡고 있다. 세계 민간항공기의 60%가 이 회사에서 생산한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 이 엔진에는 무수한 센서가 달려 있는데, 이 센서들이 수집한 데이터가 오하이오 항공센터로 전달되면, 항공기 정비 필요성을 사전에 진단하여 최적의 시기에 적합한 장소에서 부품을 교체하는 ‘비포서비스(Before-Service)’를 실시함으로써 항공기 정비에 따른 물리적 손실을 최소화하고 있다. 또한 연비 극대화의 데이터도 이 센터에서 찾아낼 수 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회사 매출액의 75%가 장비 판매가 아니라 데이터 분석과 관리를 통한 비포서비스에서 나온다는 사실이다.

이외에도 주요 항공사나 대형 기업의 콜센터도 대도시를 벗어나 환경이 쾌적하고 운영 비용이 적게 드는 곳에 자리 잡고 있음에 주목하자. 애플 데이터센터든 GE 항공센터든 대도시에서 떨어진 곳에 이런 시설들을 설치할 수 있는 것은 원격 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위의 사례들은 제주도에도 신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음을 시사한다. 고급 인력을 활용하는 무공해 산업인 원격 산업의 도내 유치를 도민들도 반길 것이며, 기업들로서도 입지조건이 좋으면서 설치 및 운영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제주도로 오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둘째, 실리콘밸리와 같은 첨단과학단지 조성이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력 규모 경쟁이 불과 십수 년 안에 중국 우세로 뒤집힐 것이라는 예상 속에서도 미국은 여유 있게 대처하고 있다.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2020년쯤에는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미래형 신기술 선도를 통해 제조업 경쟁력에서 중국을 다시 따돌릴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그런데 실리콘밸리와 같은 첨단산업단지가 반드시 대도시에 위치할 필요는 없다. 앞서 논했듯이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공간적 핸디캡이 더 이상 문제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치라면 한국의 실리콘밸리가 제주도에 조성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게임 제작사 넥슨과 포털 사이트 다음의 본사가 제주에 둥지를 틀었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첨단과학기술단지가 조성되어 있는 것을 봐도 제주도가 첨단산업의 메카가 될 기초는 이미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나라, 다른 지방과의 입지조건 경쟁에서 이겨야만 하기에 더욱 과감한 투자와 더 큰 인센티브가 제공되어야 한다. 이미 들어와 있는 기업에 그치지 않고 더 많은 기업을 불러들이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제주도만 갖고 있는 조건에 더하여 플러스알파(+α)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한편, 제주도 출신 젊은이들이 고향을 등지지 않고 또한 육지의 우수 인력이 제 발로 찾아 오게끔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에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할 때, 한국의 풍토와 한국인의 사고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수한 기업과 연구소를 유치하려면 그곳에 종사하게 될 전문 인력과 그 가족의 관심사를 세밀히 살펴야 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자녀들의 교육 문제 해결에 크게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다행히 근년에 들어 제주도 내 교육 여건에 괄목할 만한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이에 안주하지 말고 개선에 더더욱 노력해야 한다.

셋째, 실버타운 산업과 첨단 의료체제의 융합이다. 세계 인구는 현재 72억 명에 이르렀으며 2050년에는 90억 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국 신생아 중 25% 이상의 기대수명이 100세를 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많은 나라들이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정책 개발에 고민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4차 산업혁명이 돌파구가 되어주고 있다. 가정용 기기가 인터넷에 초고속으로 연결되고 있는데 그 접속율이 2025년에 이르면 5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며, 여기에 지능형 로봇의 활용도가 확장되는 경우 노인 및 장애인 생활의 독립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 즉, 노인과 장애인의 주거공간을 구태여 대도시 내에 둘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또한 인터넷 쇼핑, 드론 배달과 자율주행차 사용의 일상화, 각 가정 기기 내에 부착된 센서의 작동으로 사고 예방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되면서 지체가 불편한 사람들이 쇼핑과 교통의 부담을 덜 수 있게 되었다. 공간적 제약이 완화되면서 청정한 자연환경을 갖춘 제주도의 입지 조건이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각광받게 될 것이다.

한편 실버타운 사업의 사활은 고급 의료 인력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영리병원 설립에 관한 논쟁은 차치하고 공공의료를 강화하기 위해서도 제주 출신의 젊은 의사, 간호사가 일자리가 없어 육지로 유출되는 것을 막고 또 육지 출신의 전문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첨단 의료·요양 시설을 갖추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육지 병원에서 최고 명의로 손꼽히는 전문 인력이 은퇴할 시기가 되었을 때 그들 자신도 실버타운이 필요할 테니 이들을 여럿 초청하면 점차 나비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리라.

제주도의 미래는 결국 제4차 산업혁명의 물줄기를 재빨리 그리고 과감히 개방적으로 끌어들이는 지혜와 함께, 지속가능한 지역경제 발전과 제주 출신 전문 인력 활용의 극대화에 달려 있을 것이다. 제주도의 지도자들이 혜안을 갖고 미래를 내다보아 서둘러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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