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의 헌법적 지위 확보를 위해 도민을 대상으로 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지방분권을 담은 개헌이 불발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인식 속에서도 토론 참가자들은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위 확보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30일 오후 2시 제주근로자종합복지관에서 '제주특별자치도 헌법적 지위확보를 위한 도민 대토론회'가 열렸다.@제주투데이

“개헌 여부에 따른 투 트랙 전략 필요”

먼저 진행된 주제토론에서 최지민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제주특별자치도 헌법적 지위확보 전략과 핵심과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최지민 수석연구원은 한국 헌법에 지방자치를 명시돼있지만 지자체장과 지방의원 선거가 1990년대에서야 치러지는 등 20여년의 경험밖에 되지 않았던 점을 지적했다. 또한 한국의 지방분권 수준은 182개 국가 중 10위지만, 실질적 분권확보를 결정짓는 재정분권은 22위, 행정분권은 48위에 불과해 체감도가 낮다고 말했다.

▲최지민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수석연구원

특히 최 연구원은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했지만 사회복지와 안전 분야 영역의 성과가 전국평균보다 미흡하다는 점을 들며, 헌법적 제약으로 인해 특별자치도 추진이 한계에 봉착했다고 말했다.

또한 자치입법이 의회보다 집행부에 집중돼있으며, 자치입법권 수준이 타 시․도의 자치입법권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점도 한계점으로 짚었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을 알고 있었는지에 대한 인지조사도 부과 55.9%에 불과했으며, 출범을 인지하지 못했던 도민 44.1% 중 91.3%가 출범의미조차 모르고 있었다고 밝혔다.

따라서 최 연구원은 “지금 상태로는 해외 연방제 수준의 자치권 확대를 주장하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한 상태”라며 “제주도가 타 지방정부에 비해 더 특별해야 한다면 그 이유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개헌없이 도입할 수 있는 방안은 있는지의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하다”며 “후속 법제도 조치 사항에 대한 시행계획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최 연구원은 ▲제주도 주도의 문제해결과 ▲보충성 원칙의 자치입법, ▲직접적 주체로의 주민, ▲주민수요, 발전에 능동적 대응, ▲분권과 균형발전의 협업체계 구축 등을 담은 제주자치분권 모형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 연구원은 이날 입법분야를 중심으로 연구과정을 발표했다. 최 연구원은 제주특별법의 법적 지위를 영국이나 미국의 홈룰(Home Rule) 상의 City Charter(지자체 헌장), 다시말해 제주특별자치도 기본헌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연구원은 “현재 학회에서 연구하고 있는 제주특별자치도 기본헌법안은 특별법적 지위를 기반으로 자치법률을 어떻게 입법하는지에 대한 절차와 방법을 규정한 자치정부의 자치기본법으로 헌법과 국회 법률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추진중인 개헌안들의 비교@자료제공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선(先) 지방분권 후(後) 특별자치도로 가야” 

한편, 지방분권이라는 거대 담론을 먼저 해결하고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위확보를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창용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상임대표는 ‘지방분권 개헌과 제주’라는 주제로 발표한 자리에서 이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이창용 상임대표는 “지방분권은 촛불을 통한 국민의 요구이며 국민주권 실현을 위한 정치체제”라며 “권한집중체제에서 권한분산체제로 들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용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상임대표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사진제공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특히 이대로는 지방소멸의 위험성이 있다고 이 상임대표는 강조하면서 ▲헌법에 지방분권국가 명시, ▲기본권으로서의 주민자치권 도입, ▲국민발안제와 국민투표제 도입, ▲보충성의 원칙 도입 ▲지방정부에 법률제정권 부여 등을 개헌안의 주요방향으로 삼아야 한다 밝혔다.

전국단위에서 지방분권운동단체를 제안하면서 지방분권을 담은 개헌이 실현됐을 때 제주에도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 실현이 가능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따라서 지금은 제주도 전국적인 지방분권운동에 힘을 싣고 그 다음에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위를 확보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 고민 부족해"

이어서 열린 지정토론에서는 민기 제주대 사회과학대학장이 좌장을 맡은 가운데, 주제발표에 대한 반론부터 대안제시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먼저 강호진 제주도주민자치연대 대표는 “현재 제주도만의 지위 확보를 위한 개헌은 추진이 매우 어려운 상태로 알고 있다”며 “전국적인 지방분권으로 이뤄졌을 때 과연 제주가 가질 수 있는 이익이 무엇인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강 대표는 “지금까지 제주특별자치도는 도지사에게 권한이 돌아갔으며 현재 지방분권도 사실상 도지사에게 힘을 실어주는 구조"라며 “실제로 주민에게 권한이 돌아갈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율 지방분권개헌 국민행동 공동의장은 제주도의 특별자치도 지위를 위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짚었다. 박 의장은 “흔히 포르투갈 마데이라 섬을 말하지만 마데이라는 포르투갈로부터 1천km 떨어져있는 섬이며, 역사적으로 주민들의 분리의지가 높고 유럽연합의 지원을 받기도 하는 곳”이라며 “이곳과 제주도를 단순 비교해서 특별자치도를 말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도민 대토론회에서 종합토론에 참여한 토론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제주투데이

소순창 건국대 교수는 “지방분권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교육부와 복지부, 경제부 등 중앙부서가 해체하고 지방으로 기능이 이양돼야 한다”며 중앙부처의 체계개편이 먼저 이뤄져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홍완식 건국대 교수는 “개인적으로 개헌이 되겠느냐는 의문을 가지고 있지만, 개헌을 통해 지방분권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개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앞으로 있을 개헌안에 유연하게 대처해야겠지만 제주는 입법적 특별자치보다는 입헌적 특별자치가 맞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기식 더미래연구소장은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점부터 지적했다. 김 소장은 “경기에서 살고 서울에서 일하는 데 자신의 생활권이 전혀 다른 법을 가지고 있다면 그 혼란은 클 것”이라며 “과천의 경우 매년 25%가 이사를 가는 곳인데 여기서 연방제 지방자치를 이룰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방분권이 됐을 때 세금이나 입법문제를 얼마나 제대로 다룰 수 있을지도 문제”라며 “이같은 문제점을 위해 읍면동 단위 지방자치까지 제주에서 시범적으로 실시되는 모습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약 150여명의 정치 및 행정 관계자, 사회단체, 도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2시간여의 토론을 지켜봤다. 이번 토론회를 주최한 제주특별자치도의회는 이번에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제주특별자치도의 헌법적 지위확보를 위한 자료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민대토론회를 지켜보고 있는 참석자들@제주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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