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김용훈/ 해맑은동물병원원장, 수의학박사, 한라대학교방사선과겸임교수

새벽6시, 문자가 울린다. 대설특보발효 및 외출자제 등과 같은 내용의 안내문자이다. 올 겨울 제주도는 유난히 많은 눈이 내리고 영하로 떨어지는 날도 제법 된다. 방한장비로 완전무장하고도 움츠려지는 요즘 같은 겨울엔 마른 몸으로 추위를 견디며 음식물처리시설 주위를 배회하는 유기견이나 길고양이들이 더욱 눈에 밟히곤 한다.

매년 우리 도에도 반려동물(대표적으로 개, 고양이)을 키우는 가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모든 현상에는 명암이 존재하듯, 증가하는 반려동물로 인한 순기능과 역기능 또한 점점 늘어가고 있다.

긍정적인 영향으로는 반려동물로 인해 가족구성원과의 대화가 늘어나고, 반려동물과 함께 자란 아이는 책임감을 배울 수 있으며, 생명의 소중함과 원만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보고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또한, 그로 인해 파생되는 산업이 발전하여 적지 않게 지역사회의 경제에도 플러스요인이 되고 있다.

반대로 버려지는 동물이 많아짐에 따른 사회적 비용의 증가, 길거리 배회동물로 인해 불편을 호소하는 도민과 관광객, 공중보건 상 위해, 로드킬, 길고양이로 인한 갈등, 소음문제 등은 우리가 직면한 불편한 모습이다.

필자는 고민한다. 사람과 동물이 더불어 조화롭게 살 수는 없을까. 생명을 존중하는 도시가 될 수 없을까. 그런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 나가야할까.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사회적 문제가 공동체의 책임이라는 문제의식을 갖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건강한 제주도심 생태계 만들기의 핵심이며, 그 방법을 몇 가지 소개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 도심지 길고양이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길고양이 중성화(TNR) 사업이 있다. Trap-Neuter-Return(포획-중성화수술-방사)의 약자로 길고양이를 포획하여 지정 동물병원에서 중성화수술을 하고 원래 살던 곳에 풀어주는 정책이다. 중성화된 길고양이를 자기 영역에 계속 머물게 해 새로운 고양이의 유입을 막고 번식을 억제함으로서 개체수 조절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인도적 프로그램으로 길고양이와의 공존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동물보호 정책 중 하나이다. 우리도 역시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다.

2015년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조사에 의하면, 설문참여자의 86%가 TNR사업을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동물보호정책에 있어 동물보호의 관점과 이에 반하는 관점을 일정 부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정책수립이 건강한 제주도심 생태계 구축에 반드시 필요하다. 많은 도민들이 이 정책에 대해 이해하고 길고양이를 없애야할 유해동물로 보기보다 함께 공존해야할 생명으로 생각해주길 바란다.

두 번째, 반려동물 소유주의 성숙한 책임감을 강조하고 싶다. 아무리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증가하였어도, 반대로 키우지 않으며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 역시 많다. 이와 같은 사회적 갈등을 중재하고 완화하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뉴스에도 보도되었던 엘리베이터 안에서 목줄을 착용하지 않은 개에게 물려서 사망한 사례처럼, 공원 등지에서 목줄을 착용하지 않고 개를 풀어놓는 경우가 많다. 개의 자유로운 산책을 중요시 한다면 다른 사회구성원의 권리를 함께 생각하는 성숙한 의식은 더욱 중요하다.

아울러, 싫어한다는 이유로 길고양이에게 농약을 첨가한 사료를 먹고 죽게 하거나, 지난 해 3월 제주에서 자신이 키우는 개를 오토바이에 줄로 묶어 끌고 다니다가 폐사한 경우처럼, 동물을 혐오하여 발생하는 사건이나 동물학대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인한 사고가 보고되어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산 바 있다. 위와 같은 사례는 앞으로도 증가할 것이며, 더 이상 당사자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놓아두어선 해결이 되지 않는다.

사회적 갈등에 대해 중재하고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담기구의 설치와 관련 전문 인력의 확보가 필요한 이유이다. 이런 기구를 통해 더욱 커져가는 반려동물 연관 산업의 관리 감독을 강화함으로써 사회적 갈등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 번째, 동물복지를 고려한 유기동물 관리 체계를 견고하게 할 필요가 있다. 제주도에서 유기되는 동물 수는 2015년 약 2천 마리, 2016년 약 3천 마리, 작년에는 약 5천 마리로 매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제주도는 도농복합으로 읍면으로 가면 유난히 풀어서 키우는 개들이 많으며, 잃어버린 후 찾지도 않는다. 도내에는 유기동물을 보호하는 동물보호센터 1개소가 제주시에 위치해 있다. 타 지자체와 달리 도에서 직영으로 운영하는 유일한 동물보호센터로 타 시도에서 벤치마킹하는 선진 모델이다.

그러나 이처럼 날로 증가하는 유기동물을 감당하기에는 시설과 인력이 부족하다. 뿐만 아니라 서귀포시에서 발생하는 유기동물이 제주시로 옮겨져 보호되며, 잃어버린 주인은 동물을 확인하러 먼 거리를 오가는 과정에서 많은 경우 포기하는 경우도 발생하리라 짐작한다. 이번 기회에 서귀포시에도 동물보호센터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타 지역의 일부 보도에 의하면, 동물보호센터를 혐오시설이라고 반대한다고 한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나 독일이 경우 유기동물보호센터가 오히려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고 있다. 우리의 동물보호센터도 어린 학생들이 생명 존중을 배울 수 있는 교육의 공간으로, 동물과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생명 공감의 장으로, 자원봉사자 활동의 한 영역으로 폭 넓게 활용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갈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이제는 더 이상 동물과의 공존이 찬성과 반대의 문제를 떠나 동물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제주도심 생태계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사회공동체의 문제라는 인식을 함께 할 때 비로소 해결 방법이 보일 것이다. 소유주의 성숙한 책임의식 또한 반려동물 문화를 확산시키는데 반드시 필요한 과제이다.

제주는 자연생태계의 보물섬이다. 제주의 가치는 사람과 자연의 공존에 있다. 여기에 동물과 조화롭게 공존하는 법을 모색함으로써 진정한 생명존중 도시로 거듭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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